동백(山茶)/ [宋] 왕자王鎡
밀납 봉오리 녹색 꽃받침
바야흐로 햇살 비치자
학 정수리 붉은 빛을
천 가지 피워내네
눈 개이기 기다려
봄소식 깊이 스미니
비취 구름 에둘러서
비단 병풍 펼쳐놓네
蠟包綠萼日才烘, 放出千枝鶴頂紅. 待得雪晴春信透, 翠雲圍繞錦屏風.
동백꽃을 읊은 절창이다. 어느 계절 꽃인들 아름답지 않으랴만 무채색의 계절 겨울에 피는 동백은 진정 경이롭다는 수식어에 합당한 꽃이다. 겨울 내내 짙푸른 빛을 유지하는 잎은 송백의 기상을 뛰어넘으며, 단정학(丹頂鶴)의 정수리 같은 붉은 꽃잎은 열정의 장미 빛깔에 뒤지지 않는다. 삭막한 흑백의 계절에 송백의 기상에다 장미의 열정을 더했으니 이보다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으랴?
아직은 매운 삭풍이 천지간을 휘감고 곳곳에 쌓인 눈이 혹한의 기세를 더하고 있는 때에 주먹만큼 큰 꽃송이를 피워내는 힘도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꽃이 질 때면 소소하게 작은 꽃송이를 흩날리는 것이 아니라 그 큰 꽃송이를 그냥 뚝뚝 떨어뜨린다.
대학원 다닐 때 한시 풍격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풍격 용어로 묘사해보라고 했다. 나는 “처참하다”라고 표현했다. 선생님께서는 “아, 낙화에도 처참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군!”이라고 말씀하셨다. 화사한 햇볕도 없고 따뜻한 바람도 불지 않는 시절이니 더욱 겨울다운 방식으로 꽃송이를 떨어뜨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그런 동백꽃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그 꽃소식에 곁들여 정태춘의 구성진 가락도 함께 얹혀온다.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 뚝~/ 앞산 하늘을 보재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 막걸리집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자는 어딜갔나/ 마하 반야 바라밀다 아아함!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오홈~”(사진출처: 昵图网)
한시, 계절의 노래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