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앉아서夜坐/ [唐] 백거이白居易
뜰 앞에 온종일
밤 되도록 서 있다가
등불 아래 때때로
날 밝도록 앉아 있다
이 마음 말 안 하니
어느 누가 알아줄까
또 다시 한 두 번씩
장탄식 내뱉는다
庭前盡日立到夜, 燈下有時坐徹明. 此情不語何人會, 時復長吁一兩聲.
—유학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대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이들은 고대로부터 각종 의례(儀禮)를 관장하는 직책을 맡아 이른바 여러 행사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관직 중심주의로 귀착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학식과 지혜를 최고통치자에게 제공하는 ‘왕사(王師)’가 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유학자는 ‘공무원 지상주의자’에 다름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 늘 자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하며 사회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장점이다. 옛 선비들이 늘 도저한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난 때마다 대의의 기치를 들고 자신의 몸을 희생했던 건 바로 이런 유가적 전통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북송 유학자 범중엄(范仲淹)은 “천하가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가 즐거워한 뒤에 즐거워하라(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라고 갈파했다. 소위 “천하의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는다(天下爲己任)”는 자세다. 단점은 평소 자기 수양은 제쳐두고 권력과 금전에만 집착하여 온갖 불법, 편법, 비리, 부패를 일삼는다는 점이다. 이 자들은 심지어 아첨과 참소에도 이골이 난 패거리이며, 이를 통해 작은 권력이라도 잡으면 교만과 아집에 젖어 꼴 사나운 갑질과 행패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런 자들이 득세하면 그 정부와 나라는 패망의 길로 접어든다. 이 시의 작자 백거이는 밤낮 없이 전전긍긍하며 혼란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곤궁하면 홀로 자신의 몸을 수양하고, 현달하면 천하를 두루 구제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濟天下)”(「與元九書」)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교수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任重道遠(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이 좋은 간판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겸허하고 성실하게 자신을 점검함이 우선이다. 바야흐로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羊頭狗肉)”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아닌가? 개고기라도 팔면 그래도 참을 만 하지만 썩은 쥐고기를 파는 자들도 허다하다.(사진출처: 視覺中國)
한시, 계절의 노래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