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날에立春偶成/송宋 장식張栻
律回歲晚冰霜少 해가 바뀌어 얼음과 서리 적으니
春到人間草木知 세상에 온 봄 초목이 먼저 아네
便覺眼前生意滿 어느덧 눈앞에 생의가 충만하구나
東風吹水綠參差 동풍이 물에 불어 물결 일렁이네
입춘 시를 하나 더 본다.
장식(張栻, 1133~1180)은 호가 남헌(南軒)이라 논어나 맹자 같은 경서의 주석에는 늘 남헌장씨라고 나오는데 사서삼경을 공부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수 없이 접한 인물이다. 백록동 서원에서 주자와 함께 강의도 하였고 당대에 주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첫 구의 律回歲晚은 설명이 필요하다. 천자문에 율려조양(律呂調陽)이라는 말이 있다. 율과 려로 음양을 조절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윤달로 한 해를 만든다’는 윤여성세(閏餘成歲)라는 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즉 일 년을 계산하면 대략 11일 정도 남아 이걸 모아 3년에 별도의 1달을 만들어 한 해를 구성한다는 것이 윤여성세이다. ‘율과 려로 음양을 조절한다’는 말은 양율 6개와 음려 6개를 12개월에 각각 교대로 배치하여 기후에 맞게 달력을 만든다는 것을 말한다. 본래 율관은 대나무를 잘라 만든 일종의 악기인데 이 원리를 달력에도 이용하고 도량형에도 이용하여 그 문화적 파급력이 매우 크다.
그래서 律回라는 말은 일 년의 첫 달로 다시 돌아왔다는 말이니 결국 正月이 되었다는 말이고 歲晩은 한 해가 저물었다는 말이다. 이를 한국어의 어법에 맞게 조정하면 한 해가 저물고 다시 새해가 돌아왔다는 말이다. 입춘이 바로 그 묵은해와 새 해의 교차점에 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봄이 다시 찾아 온 것은 초목과 물 등 자연의 변화에 잘 드러난다. 초목은 다시 부드럽게 변하고 연초록 입을 틔우기 시작하며 얼어붙은 물은 녹아 다시 일렁이다. 생의는 생기, 즉 생명력을 말하는데 봄이 되어 다시 이 생명력이 약동하고 있는 것을 입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묘사한 것에서 이 시인의 평소 철학가다운 면모를 엿보게 한다.
365일 한시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