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38 수미조응법首尾照應法

수미조응법首尾照應法

【정의】

한 편의 소설 작품은 수미가 서로 조응을 해야 주제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고, 구조를 엄밀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작품을 일맥요연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이렇게 조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작품의 서두와 표제가 조응하는 경우도 있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둘러싸고 앞뒤로 상호 조응하는 경우도 있으며, 서두와 결말이 조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맨 마지막 경우는 전체 문장을 개괄하고 주제를 두드러지게 하며, 문장의 처음과 끝이 원만하게 합쳐지고 구조가 완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실례】

중국 고대소설 가운데 ‘수미조응법’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작품은 《삼국지연의》다. 이 작품은 “천하의 대세는 분열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한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결말에서 다시 “이것이 이른바 천하의 대세가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하고, 분열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진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진성탄金聖嘆이 요참한 70회 본 《수호전》 역시 그러하고, 한 바탕의 꿈으로 시작해서 꿈으로 끝나는 《홍루몽》 역시 그러하다. 어찌 장편소설만 그러하겠는가? 《요재지이》 가운데 「가평공자嘉平公子」나 명대 백화소설 중의 「두스냥이 화가 나서 보물 상자를 강물에 빠뜨리다杜十娘怒沈百寶箱」, 당 전기 가운데 《한단기邯鄲記》, 《남가기南柯記》 등도 모두 이러한 방법으로 구조를 완정하게 만든 예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남가기》는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는데, 리궁쭤李公佐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그 구상이 비범하고 구조가 정밀하며 앞뒤가 서로 조응해 혼연일체가 된 느낌을 주고 있다. 소설의 서두에서는 춘위펀淳于雰이라는 사람에 대한 소개와 그가 꿈을 꾸게 된 상황을 소개하고 막 바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꿈에서 깨어나 구멍을 파보니 꿈에서 본 상황과 여실하게 들어맞는 것을 확인해 준다. 이렇게 끝맺음으로써 독자는 작품의 구조가 완정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인생이라는 것이 허망한 한 편의 꿈과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루쉰魯迅도 그의 《중국소설사략》에서 이 작품을 평하며, “이는 현실을 빌어 환상을 증명한 것으로 여운이 길게 남는다假實證幻, 餘韻悠然”고 말한 바 있다.

【예문】

둥핑東平의 춘위펀淳于雰은 우추吳楚 지방을 돌아다니는 협객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기질이 험해 사소한 일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으며 호객豪客을 거느리고 있었다. 일찍이 무예로 인정받아 화이난淮南 군의 부장副將으로 보임된 일이 있었지만 술을 마시고 멋대로 놀아 대장의 노여움을 사서 파면 당하자, 뜻을 잃고 아무 하는 일 없이 제멋대로 날뛰면서 술만 마시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광링廣陵 군의 동쪽으로 10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살고 있는 집의 남쪽에는 크고 늙은 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가지와 줄기는 높고도 무성하여 수십 평의 시원한 그늘을 이루고 있었다. 춘위 생은 날마다 여러 호한들과 더불어 그 아래서 통음痛飮했다.

정원貞元 7년 9월, 그는 술이 너무 지나치게 취해서 병이 나고 말았다. 그때 친구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다가 그를 부축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집 동쪽의 상방에다 눕혔다. 두 친구는 생에게 말했다.

“한잠 자라구! 우리는 이제 말 먹이를 주고 발을 씻고 자네가 좀 나아지면 갈 터이니.”

생은 두건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정신이 혼미하여 마치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그때 두 사람의 자줏빛 옷을 입은 사자가 나타나더니 그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

“괴안국槐安國 임금께서 저희들을 파견하셔서 귀하를 받들어 모셔 오라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갖추어 입고 그 두 사자를 따라 대문까지 이르렀다. 대문에 이르러 보니 푸른 색칠을 한 수레가 있고, 그것을 네 필의 말이 끌고 있었다. 좌우에는 시중을 드는 사람이 일고여덟 명 있다가 그를 부축해서 수레에 태워 주었다. 수레는 대문을 나와 오래된 홰나무의 굴을 향해 갔다.

……

두 사자는 그를 수레에서 내리게 했다. 생은 자기 집 문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갔다. 자기의 육신은 자기 집 동쪽 상방에 누워 있었다. 생은 대단히 놀랍고 두려워서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것을 본 두 사자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몇 번 부르니 생은 드디어 잠들기 전의 자신으로 깨어났다. 깨어나 보니 자기 집 동복은 뜰에서 마당을 쓸고 있고, 두 친구는 걸상에 앉아 발을 씻고 있었으며, 석양은 아직도 서쪽 담을 넘어 가지 않았고, 먹다 남은 술잔은 아직도 동쪽 창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꿈속에서 순식간에 마치 한 평생을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생은 감동하여 깊이 탄식하고 드디어 두 친구를 불러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들은 깜짝 놀라 그와 더불어 밖으로 나가 홰나무 밑의 한 구멍을 찾았다. 생은 그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곳이 바로 꿈속에서 내가 들어갔던 곳이야.”

두 친구는 이것이 여우나 그렇지 않으면 나무의 요정이 둔갑한 것이라 하면서 드디어 하인에게 명해 도끼를 가져와서 꾸불텅한 줄기를 끊고 가지와 순을 자르게 하여 구멍의 근원을 찾았다. 옆으로 한 길 쯤 되는 곳까지 파고 들어갔을 때 큰 굴이 하나 나타났는데, 훤하게 파여 있어서 침상 하나는 들여놓을 수 있을 만했다. 그 위쪽에는 흙을 쌓아서 성곽과 궁전의 모양을 만들어 놓았는데, 수십 말이나 되는 개미들이 그 속에 모여 숨어 살고 있었다. 그 중간에는 또 조그마한 성대가 있어 그 색깔은 붉은 듯 하였고, 두 마리의 큰 개미가 그곳에 살고 있는데, 날개는 희고 머리는 붉으며 길이가 세 치 가량 되어 보였다. 그 좌우에는 큰 개미 수십 마리가 보좌하고 있어서 다른 여러 개미들은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 개미가 곧 왕이었고, 그곳이 곧 괴안국 수도였다.(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