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29 배면포분법背面鋪粉法

배면포분법背面鋪粉法

【정의】

‘배면포분법’ 역시 진성탄金聖嘆의 「독제오재자서법讀第五才子書法」 가운데 하나이다.

배면포분법背面鋪粉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쑹쟝의 간사함을 드러내려다가 생각지도 않게 리쿠이의 진솔함을 드러내고, 스슈石秀의 날카로움을 드러내려다가 오히려 양슝揚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有背面鋪粉法, 如要襯宋江奸詐, 不覺寫作李逵眞率; 要襯石秀尖利, 不覺寫作揚雄糊塗是也。

이것은 달리 ‘배면부분법背面敷粉法’, ‘형격법形擊法’, ‘반츤법反襯法’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원래 그림을 그릴 때 종이의 앞 뒤 양쪽에 백분을 발라 화상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소설에서는 다른 인물이나 사물에 의해 주요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접적인 묘사로는 도달할 수 없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동시에 작자의 인물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객관적인 성격 묘사 속에 감출 수 있게 된다.

【실례】

《수호전》 제40회에서 량산보梁山泊의 호한들이 무위군無爲軍을 치고 난 뒤 쑹쟝은 짐짓 여러 두령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는데, 갑자기 리쿠이李逵가 나서 상황을 정리한다. 이것은 본래는 쑹쟝의 간사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그로 인해 리쿠이의 진솔함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수호전》 제44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슈石秀는 성격이 치밀하고 세심한 사람인데 반해 양슝楊雄은 그와 대조적으로 성격이 흐리멍텅하고 어리석다. 곧 본래는 스슈의 치밀한 성격을 드러내려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사람의 말을 쉽게 믿고 사리 판단에 어두운 양슝의 부정적인 측면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예문】

황원빙黃文炳의 숨이 끊어진 것을 보자 여러 호한들은 모두 초당에 와서 쑹쟝에게 경하했다.…… 그런데 쑹쟝이 문득 땅에 꿇어 앉는지라 여러 두령들도 황망히 꿇어 앉으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형장께서 무슨 일로 이러시는지 어서 말씀하시오. 우리 형제들은 다 듣겠습니다.”

“소인이 불민하나 어려서 아전 일을 익혔고, 처음 세상에 나서면서부터 천하의 호한들과 사귀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연분이 없고 힘이 모자라는 데다 재능도 없어 호한들을 접대하여 평생 소원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여러 호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의 굴에 뛰어들어 저의 목숨을 구해 주고 저를 도와 원수를 갚게 해준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처럼 큰 죄를 범하여 두 고을을 발칵 뒤집어놓았으니 필시 장계가 올라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쑹쟝은 량산보에 올라 형님에게 의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다른 분들의 의사는 어떠하신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따라가려는 분들은 물건을 수습하여 곧 떠나도록 하고 가기를 원치 않는 분들은 존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있은 일이 탄로나면 누가 미칠까 걱정되니 잘 생각하기 바랍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쿠이가 뛰어 일어나면서 말했다.

“모두 갑시다. 안 가겠다는 놈은 이 도끼로 두 토막을 내겠소.”

( 《수호전》 제4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