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진명원陳鳴遠 사족방호四足方壺

이 차호의 재질은 자갈색 니료로, 사질砂質이 은은하게 드러나 있다. 네모 가운데 둥근 느낌이 깃들어 다부지고 듬직하다. 물대는 굽어있고, 손잡이는 고리 모양이며, 아래로 둥글고 납작한 네 개의 발이 달려있다. 매우 정교하게 공들여 만들어, 질박하고 고상하며 짜임새가 자연스러운 것이 매우 독특하다.

차호의 뚜껑은 불쑥 솟아있고 매우 정교하게 몸체와 딱 들어맞는다. 뚜껑의 손잡이와 차호의 몸통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져 서로 상응한다. 차호의 몸통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한 손으로 차를 마시며 한 손으로 글을 읽으니, 배 하나 채우면 그만일세. 우동禹同 형에게. 명원 且飮且讀, 不過滿腹. 爲禹同道兄, 遠.

글귀 아래에는 진명원陳鳴遠이라고 쓰여진 전서체의 방형 도장이 찍혀있다.

이 작품은 진명원의 대표 작품으로 기하학적 형태의 방형方形 차호이다. 차호 밑 둥글고 납작한 월병 모양餠形의 다리는, 진명원의 도장이 찍힌 자사호에서 자주 보이는, 그가 만든 차호의 특징으로 또한 진명원 차호의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진명원은 명대 시대빈時大彬 이후 가장 유명한 차호 예술의 대가이다. 그의 작품 풍격에는 뚜렷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그는 명대의 조형을 계승하여 소박하고 운치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또 살아있는 것을 모방하여 사실적인 수법으로 정교하게 그려내는데 치중하였고 이를 발전시켰다. 그 작품은 구도가 속되지 않고 매우 창조적이다. 또한 직접 차호를 만들고 여기에 직접 글을 쓰고 새길 수 있었는데 그 필법이 매우 고아하고 유려하였다. 때문에 그를 ‘청대 차호 예술의 일인자淸代砂藝第一名手’라고 칭송하는 것이다.

이 차호는 현재 상하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