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30-敎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자가 바로 敎(가르칠 교)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 의해서랄 것도 없이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교권을 무너뜨렸고, 학습권은 사라지게 했는데, 그런 상태가 바로 작금의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어려우면 처음, 혹은 기본을 생각하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敎의 초기 모양은 爻(본받을 효, 엇갈려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효)와 攴(최초리로 칠 복)이 좌우로 결합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면서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글자의 왼쪽 아래에 추가되었고, 이를 說文解字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爻는 耂(늙을 로)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어른은 많은 것을 알고, 모범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본받음의 대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爻의 기본적인 뜻은 어떤 것이 서로 얽혀 있다는 의미로 한 사람이 두 다리를 서로 꼬고 서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交( 사귈 교, 관계 맺을 교)와 같은 뜻이다. 이것은 周易에서 말하는 八卦에서 가로로 그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형태의 획을 지칭한다. 길고 짧은 횡으로 된 획이 상호간에 관계를 가지면서 우주 만물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 주역인데, 이것의 기본을 이루는 여덟 개의 형상을 爻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개의 획이 서로 엇갈리게 되어 있는 모양이라는 것은 무엇인가가 일정한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엇갈리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으면서 본받는다 등의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고대 사회에서는 교육, 혹은 가르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爻는 시간이 지나면서 耂로 대체해서 쓰기도 했는데,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이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 연장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敎와 教가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耂는 등이 굽은 한 사람이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기 때문에 늙었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늙은 사람, 혹은 나이가 많은 사람은 풍부한 경험과 깊은 지식과 많은 정보와 슬기로운 지혜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 이를 교육이라고 보았다.

나중에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추가됨으로써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어른이 아이에게 독촉하고 인도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었다. 즉, 어른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고, 아이는 그에게 배움으로서 사회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지식과 지혜를 배운다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글자의 오른쪽에 있는 攴은 작은 막대기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손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인 선생, 혹은 교사가 손에 지휘봉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양으로 이해하면 된다. 아이가 제대로 배우고 익히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감독하고, 독촉하며, 훈계하기 위한 도구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붕괴되면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별이 모호해지게 된 데에는 사회 전체에 불어닥친 변화가 큰 몫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옛날처럼 굳이 어른에게서 배우지 않더라도 그보다 훨씬 많고 유익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선생이나 어른 등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고, 학교는 자격증을 따는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걸맞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