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호의 질감은 따뜻하고 윤기가 있다. 단산니團山泥를 태토로 하였는데 귤색에 가까운 색감을 지니고 있다. 구상이 오묘하고 만듦새가 참신하다. 박 형태로 차호의 몸통을, 박의 꼭지로 호의 뚜껑을, 박의 덩쿨로 차호의 손잡이를, 박의 잎을 돌려 감아서 물대를 만들었는데 전체적인 조형이 매우 아름답다. 동릉과東陵瓜의 형상과 풍만하고 둥근 특징을 잘 나타내어 그 맛과 시각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차호 몸통의 엽맥과 근문筋紋은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실물보다 더 뛰어나고 오묘한 운치가 넘친다. 호 몸통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동릉과 본떠 만드니, 달콤한 향기 그윽하다. 仿得東陵式,盛來雪乳香
아울러 양각의 전서체로 된 진명원의 도장이 찍혀 있다. 글의 필법은 진당晋唐의 풍격을 갖추었고, 또한 글을 통해 역사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 차호를 만들었다는 그의 구상과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한대漢代 사람 소평召平은 본래 진시황 때 동릉후東陵侯였는데 그 인품이 매우 출중하여 가난해도 본분을 어기지 않고 즐겁게 살았다. 그는 진나라가 멸망하자 벼슬 없이 지냈는데 장안성 동쪽에 박을 심었다. 박은 다섯 가지 색이 있었는데 맛이 매우 달았다.
진명원이 동릉과를 본떠 이 차호를 만들었다고 한 것은 소평의 인품을 흠모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것으로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1956년 이 차호를 상하이에서 구입하였고 지금은 난징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원래는 평평한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상자 위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자사호를 만드는 것은 진명원이 가장 훌륭하여
후대 사람이 모방하여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그 다섯 점의 차호를 얻었는데
또한 진귀한 것이로다
각재愙齋 (오대징吳大澂의 호)
砂壺之製以鳴遠爲最精,非後人所能仿造,余得其五壺,亦可寶矣。愙齋。
이 차호는 원래 청대 소장가 오대징吳大澂의 집안에서 전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