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25 모성회형법摹聲繪形法

모성회형법摹聲繪形法

【정의】

  ‘모성회형법’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소리를 본떠서 형체를 그린다’는 것이다. 청각과 시각은 본래 각기 그 영역이 달라 서로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실제 심미 과정 중에서 왕왕 상호 연계하여 일정한 조건 아래서는 하나의 감각이 또 다른 감각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심미 통감審美通感’이라고 하는데, 문자의 형식으로 형체로 소리를 비유하고, 형체로 소리를 흉내내며, 교묘하게 무형의 청각을 유형의 시각 형상으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예술 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일찍이 고대의 시문에서도 운용된 바 있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위로 오를 때는 높이 솟는 것 같고, 밑으로 내릴 때는 떨어지는 것 같고, 구부러질 때는 꺾어지는 것 같고, 멈추었을 때는 마른 나무 같고, 가볍게 구부러질 때는 곱자矩에 맞고 심하게 구부러질 때는 갈고리에 맞아서 그 계속되면서 끊어지지 않는 것이 마치 꿰어 있는 구슬과 같은 것이다.上如抗, 下如隊, 曲如折, 止如槀木, 倨中矩, 句中鉤, 纍纍乎端如貫珠.” 이것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음악을 시각적인 형상에 비유한 기록이다. 바이쥐이白居易의 「비파행琵琶行」에서도 “꾀꼴꾀꼴 꾀꼬리 소리 꽃 아래 매끄럽다間關蔦語花底滑”라는 대목으로 음악의 맑고 유려함을 그려냈고, “흐느끼는 샘물 소리 얼음 밑에 답답하다幽咽泉流冰下難”이라는 대목에서는 소리의 흐름이 정체되고 답답한 느낌을 그려냈다.

【실례】

  소설에서 이러한 기법을 운용한 것 역시 제법 많다. 그 가운데서도 ‘모성회형법’을 가장 특출나게 활용한 것으로는  《라오찬 여행기老殘遊記》의 한 대목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심미 통감’을 이용하고, 미묘한 예술화면의 조합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왕샤오위王小玉의 ‘설서說書’ 장면을 눈앞에 펼쳐지듯 그려내고 있다. 왕샤오위의 목소리는 마치 “철사의 날카로운 끝이 불쑥 솟아올랐다가 하늘가에까지 멀리 던져지듯이” 맑고 투명하며, 노래 소리는 마치 둥웨東岳를 오르듯, “오르면 오를수록 험하고, 험하면 험할수록 기이한” 경지에 도달했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듯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해 사람들이 “어느 소리를 따라 들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게 만들다가 한 순간에 멈추니 그야말로 소리와 그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예문】

  왕샤오위는 그제야 빨간 입술을 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처음에는 별로 울리지 않는 것 같더니, 귓가에 이르면서 말할 수 없는 묘한 음으로 느껴져서 오장육부가 마치 인두로 다림질하듯 구겨진 것이 없어지고, 또 삼만 육천 개의 털구멍이 마치 인삼을 달려먹은 듯 어느 구멍 하나 시원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십여 구절을 노래하고 나자, 노랫소리가 점차 높아지더니, 갑자기 철사의 날카로운 끝이 불쑥 솟아올랐다가 하늘가에까지 멀리 던져지듯이 길게 뻗쳐 부지불식간에 욱하고 숨을 죽였다.

  그 여자는 극히 높은 소리를 교묘히 돌리고 꺾고 하더니 또 더 높은 목소리로 세 겹 네 겹 올라가 마디 마다마다 더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아오라이펑傲來峰의 서쪽에서 타이산泰山에 오르는 듯한 것이었다. 처음에 아오라이펑의 깎아지른 듯한 천인 절벽을 보면 그것이 하늘로 통하는 듯 생각되나, 아오라이펑의 정상에 오르면 산쯔아이扇子崖가 아오라이펑보다 더 위에 있고, 산쯔아이의 정상에 날아오르면 난톈먼南天門이 산쯔아이보다 더 위에 있듯이, 오르면 오를수록 험하고, 험하면 험할수록 기이한 바로 그런 풍경과 같은 음조였다.

  왕샤오위는 가장 높은 음으로 삼, 사절을 부른 뒤, 갑자기 음조를 떨어뜨려 천 굽이를 돌고 백 굽이를 꺾으니 마치 날개 달린 뱀이 황산黃山 서른 여섯 봉우리의 반 허리를 누비고 잠깐 사이에 여러 바퀴를 치달으며 도는 듯하였다. 이 뒤부터 노랫소리는 갈수록 낮아지고 낮아질수록 가늘어지더니 결국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극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일 뿐 누구 하나 감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이삼 분이 지나더니 마치 작은 소리가 땅 속에서 새어 나오는 듯 점차 커지면서 마치 불꽃놀이 때의 불꽃 탄환이 하늘에 올라가서 천백 가지 불꽃을 튀기며 터져 사방에 어지러이 흩어지는 듯했다. 이 소리는 일단 커지기 시작하자, 무한히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삼현금의 연주는 온 손가락을 써서 하는데 그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 음의 조화가 잘 되어서 마치 봄날 새벽 꽃동산에서 온갖 아름다운 새들이 어지러이 지저귀는 듯하여 귀가 어느 소리를 따라 들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한동안 이렇듯 어지럽게 소리가 교차되더니 갑자기 “뚱!”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과 삼현금이 동시에 멈췄다. 그러자 무대 아래에서는 일제히 “좋다好” 하는 소리가 우레와 같이 진동하였다.( 《라오찬 여행기老殘遊記》 제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