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소설 평점 간론 – 소설평점의 유형 3

3) 종합 형(書商型): 소설평점의 독서 지도적 성격(導讀性)

소설평점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종합형의 평점 유형이다. 이른바 ‘종합형’이란 이런 유형의 소설평점이 이미 ‘문인형’과 같이 주로 개인의 정감 표현과 함의 해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있으며, ‘서상형’의 소설평점이 상업적인 전파를 귀착점으로 삼은 틀거지와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상술한 두 가지 생각을 융합하면서 ‘독서 지도적인 성격’을 그 주요한 특색으로 삼은 평점 유형이다. 위안우야(袁無涯) 본 《수호전》 가운데 <《충의수호전서》발범(忠義水滸全書》發凡)>의 한 문장에서 ‘평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한 것은 이런 평점 유형의 고갱이를 보여준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이 평점을 숭상하는 것은 작자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독자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점으로 말하자면, [진대(晉代)의 유명한 화가인 구카이즈(顧愷之)가 그림을 그릴 때] 뺨 위에 털을 그리고 눈동자를 그려 넣어 신비로운 모습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것과 같고, 단점이라고 한다면 뺨을 때리고 얼굴에 회칠을 하는 것과 같이 본래의 면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체의 취지, 한 회의 계책, 한 글자 한 구절의 정신을 모두 그려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이것이 소설가의 필치이며 세상의 이치와 관련 있고 문장에 유익해 이제까지의 서점본과 대단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를테면 마치 곡보에 근거하여 박자를 맞추고 동상(銅像)에 침을 놓고 경혈에 맞추며 붓끝에 눈과 혀가 있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 듣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은 평점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바일 뿐이다.(書尙評點, 以能通作者之意, 開覽者之心也. 得則如着毛點睛, 畢露神彩; 失則如批頰面, 汚辱本來, 非可苟而已也. 今于一部之旨取, 一回之警策, 一句一字之精神, 無不拈出, 使人知此爲稗家史筆, 有關于世道, 有益于文章, 與向來坊刻, 乎不同, 如按曲譜而中節, 針銅人而中穴, 筆頭有舌有眼, 使人可見可聞, 斯評點所最貴者耳.)[《리줘우 평 충의수호전(李卓吾評忠義水滸傳)》 권수(卷首), 명 만력 연간 위안우야(袁無涯) 간본]

고갱이를 보여주는 이 문장 가운데 이른바 “작자의 의도를 꿰뚫어본다(通作者之意)”는 것은 평점자의 정감의 함의로 작품의 사상과 주지를 역으로 되짚어가는 것으로 곧 ‘석의’다. “독자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開覽者之心)”는 것은 작품의 사상 함의와 형식 기교에 있어 독자에게 독서 지도를 해주는 것으로, 곧 ‘전파’다. 그 요점을 총괄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작품의 사상과 형식적 특징을 전면적으로 열어 젖혀 소설평점의 ‘향도(向導, 길 안내)’로서의 목적을 완성한 것이다.

‘종합형’ 소설평점 역시 뿌리깊은 근원을 갖고 있다. 이것은 ‘서상형’과 ‘문인형’ 평점이 결합하는 과정 속에서 배태해 점차 성숙한 것이다. 위의 글에서 말한 바대로 소설평점이 탄생한 그 최초의 동기는 소설의 유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명백한 상업적 목적을 띠고 있었는데, 이것이 ‘서상형’ 소설평점의 발원지다. 그리고 문인들이 참여함에 따라 소설평점은 점차 그 이론적 품격을 제고해 나갔다. 하지만 문인들이 최초로 소설평점에 종사한 것은 오히려 그들이 독서하는 과정에서 심득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 일종의 정감의 의기투합이며 애당초 독서 지도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주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던 작법이다. 이것은 소설평점이 성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문인들이 독서하는 가운데 자각적으로 심득한 것이 상업적인 공리성을 띤 독서 지도와 결합했을 때, 소설평점은 비로소 최종적으로 공공성을 띤 문학비평 사업이 되었다. 이러한 결합은 ‘종합형’ 소설평점이 형성된 하나의 표지라 할 수 있다. 현존하는 자료를 갖고 말하자면, 이러한 결합은 명대 만력 연간에 이루어졌는데, 곧 리줘우의 《수호전》에 대한 열독 감상평으로부터 ‘룽위탕(容與堂) 본’과 ‘위안우야(袁無涯) 본’ 평점이 공개적으로 출판되는 것까지 완성되었다. 이것에 의하면 소설평점 가운데 ‘종합형’ 평점 유형의 출현은 ‘룽위탕 본’과 ‘위안우야 본’ 《수호전》 평점이 그 시발점이 된다.

‘종합형’의 소설평점 유형은 ‘룽위탕 본’과 ‘위안우야 본’ 《수호전》 평점이 시발점이 된다는 것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표지 때문이다. 첫째, 이 두 가지 평본 모두 리줘우 평점의 정신과 혈맥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서방 주인과 하층 문인의 공동 참여 하에 완성되었다. 그런 까닭에 이 평점은 문인 평점의 ‘주체성’과 서상 형 평점의 ‘상업성’의 결합을 체현했고, 이것이야말로 ‘종합형’ 평점 유형의 첫번 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두 가지 평본은 고대 소설평점의 기본적인 형태를 다졌는데, 이를테면 앞 부분의 총론적인 성격의 문장은 후대의 독법과 유사하고, 본문의 평점은 미비와 협비, 그리고 회말총비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문장 가운데 소설의 문자와 정절에 대해 삭제를 지적한 것이 자못 많다. 그런 까닭에 소설평점의 형태 중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이 두 가지 평본 중에서 완성되었다. 셋째, 이 두 가지 평본은 고대 소설평점의 비평 함의 상의 전환을 실현했는데, 곧 소설평점이 훈고와 음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증(疏證)을 위주로 한 것에서 단순한 소설사상의 예술 감상평 위주의 평점 틀로의 전환을 완성한 것이다.

‘룽위탕 본’과 ‘위안우야 본’ 이후에 ‘종합형’의 평점 유형은 자못 빠르게 발전했는데, 특히 진성탄의 《수호전》 평점과 마오 씨 부자의 《삼국연의》 평점, 그리고 장주포의 《금병매》 평점을 거치면서 더욱 그러했다. 이것으로 이러한 평점 유형이 세 발짝 정도 멀리 뛰어넘어 소설평점 중의 주체 유형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청대에는 진성탄, 마오 씨 부자 등의 영향을 받은 소설평점이 대다수 ‘종합형’ 평점의 길을 따라 발전해 소설평점의 개별적인 감정 토로와 작품에 대한 해석을 결합해 자못 가치 있는 평점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어떤 평본들은 사람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상적 함의는 비교적 풍부했다. 이를테면 순치 연간에 “관화탕(貫華堂) 평”이라 탁명한 《김운교전(金雲翹傳)》 평본과 강희 연간의 “위안후쯔옌쾅커(鴛湖紫髥狂客) 평” 《두붕한화(豆棚閑話)》 평본, 쑤안주런(蘇庵主人)이 스스로 엮고 평한 《수병연(綉屛緣)》 평본, 둥웨옌(董月巖) 평점의 《설월매(雪月梅)》 평본, 그리고 수이뤄싼런(水箬散人)이 평열(評閱)한 《주춘원소사(駐春園小史)》 평본 등은 모두 일정한 이론 사상적 가치를 갖고 있다.

‘종합형’ 소설평점 유형은 아래의 두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종합형’ 소설평점 역시 평점자의 정감 표현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것은 ‘문인형’ 평점과 서로 비슷하나, ‘서상형’ 소설평점과는 서로 다른 것이다. 이것은 ‘종합형’ 소설평점이 그 이론 사상적 가치를 얻게 된 중요한 요인이다. 그로 인해 이런 유형의 소설평점에는 평점자의 현실에 대한 감개와 사상 감정이 가득차 있다. 이를테면, ‘룽위탕 본’ 《수호전》 평점에서는 평점자가 작품에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 따라 리쿠이(李逵), 루즈선(魯智深) 등의 솔직한 정감에 대해 열렬한 찬미를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상의 거짓 도학자 연하는 행위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제6회의 총평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장님이고, 안목이 있는 이는 하나도 없으니, 사람을 보되 겉모습만 본다. 이를테면 노지심은 오히려 살아있는 부처이나 도리어 그를 두고 출가한 사람 같지 않다고 한다. 묻노니 출가한 사람 같은 모양은 필경 어떻다는 것인가? 그에게 어떤 모양을 하고 있으라는 것인가? 거짓 도학자들이 증오스럽고 한스럽고 죽이고 싶고 살을 발라버리고 싶은 까닭은 바로 성인이라도 되는 양 굴기 때문이다.(如今世上都是瞎子, 再無一個有眼的, 看人只是皮相. 如魯和尙, 却是個活佛, 倒叫他不似出家人模樣. 請問似出家人模樣的, 畢竟濟得恁事? 模樣要他做恁? 假道學之所以可惡, 可恨, 可殺, 可剮, 正爲忒似聖人模樣耳.)[룽위탕 본 《수호전》 제6회 비어(批語)]

‘거짓 도학자’는 명말 시기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이것은 봉건 도학이 당시 상품 경제의 발전이 이끌어낸 각종 사회 현상과 서로 모순을 일으킴으로써 필연적으로 귀결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런 “겉으로는 도학자인 양 하면서 속으로는 부귀를 추구하고, 옷은 유학자인 양 우아하게 입고 행실은 개 돼지 같은” 행위는 리줘우로부터 맹렬하게 공격받았다[리줘우 <석교(釋敎)>, 《초담집(初潭集)》 11권]. ‘룽위탕 본’ 《수호전》 평점은 이것을 평론의 중점으로 삼았는데, 바로 그러한 독특한 시대 상황과 평점자의 개별적인 사상 감정을 반영한 것이었다.

와평(臥評) 본 《유림외사》 중에서 평점자는 작품의 실제 함의를 결합해 과거 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풍자하고 폭로했다. 제25회 총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천하에 급제의 영예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는 이가 없다. 사실 수천 수백 명이 그 명성을 구하지만 손에 넣는 자는 한둘에 불과하다. 이렇게 과거에 실패한 이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밭도 일굴 줄 모를 뿐더러 장사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있는 재산을 까먹을 줄만 아니, 자식을 팔아먹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니솽펑(倪霜峰)은 “예전에 죽은 글 나부랭이나 잘못 공부했던 게 한스럽다”고 했다. 죽은 글이란 표현이야말로 일찍이 유례가 없는 절묘한 통찰로서, 시대를 구할 명약일 뿐 아니라 세상을 일깨우는 새벽 종 소리가 될 만하다 하겠다.(自科擧之法行, 天下人無不銳意求取科名.其實千百人求之, 其得手者不過一二人.不得手者, 不稂不莠, 旣不能力田, 又不能商賈, 坐食山空, 不至于賣兒鬻女者几希矣, 倪霜峰云:“可恨當年誤讀了几句死書”.“死書”二字, 奇妙得未曾有, 不但可爲救時之良藥, 亦可爲醒世之晨鐘也.) [워셴차오탕(臥閑草堂) 평본 《유림외사》 제25회 비어(批語)]

와평의 과거제도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반성은 매우 심각한 것인 동시에 작품의 정감 함의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작품의 실제로부터 벗어난 허황된 말이 아니다. 이렇게 평점자의 정감 표현을 출발점으로 삼은 평론의 사고의 갈피는 ‘서상형’ 평점의 상업적인 고취와 명확한 경계가 그어지게 되어 이로부터 소설평점의 엄숙성을 체현하고 비교적 높은 이론 사상적 가치를 얻게 되었다.

둘째, ‘종합형’ 소설평점은 명확하게 ‘향도성(向導性)’을 그 소설평점의 근본 목적으로 삼았다. 이 평점의 목적은 ‘문인형’ 평점이 정감의 토로와 석의를 주도적인 비평의 종지(宗旨)로 삼은 것과 또 다른 흥취가 있다. 이른바 소설평점의 ‘향도성’은 이런 비평 관념을 가리킨다. 곧 소설평점이 평점자가 작품을 이해하고 납득한 기초 위에 독자(당연하게도 작자를 포함해서)를 인도해서 소설의 감상과 창작에 영향을 줄 것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서 소설평점에 일종의 교량 역할을 해 작품과 독자 사이의 관계를 소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비평 관념은 진성탄의 문학 비평에서 가장 뚜렷하게 표현된다. 그는 《수호전》 평점 중에서 이론적인 총결을 하지 않고 단지 평점을 실천하는 가운데 이렇게 [독자와 작품 사이의 소통이라는] 직분을 수행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평점에서는 이론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로써 그가 갖고 있는 문학 비평의 종지의 일관성을 체현했다. 일찍이 《서상기》 평점 중에서 진성탄은 문학 평점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비유를 들었다.

후대 사람은 반드시 독서를 좋아할 것이로되, 독서는 반드시 광명에 의지해야 한다. 광명이라는 것은 그 책을 비추어줌으로써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는 광명이 되어 그 책을 비춤으로써 그들에게 선물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후대 사람들이 반드시 독서를 좋아하되, 반드시 또 마음을 알아주는 계집종을 좋아할 것이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계집종이란 서리 내린 새벽이나 비 내리는 밤에도 곁에 시립하여 함께 즐거워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후세에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계집종으로 다시 태어나 서리 내린 새벽이나 비 내리는 밤에 곁에서 시립함 으로써 그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後之人必好讀書, 讀書必仗光明, 光明者, 照耀其書所以得讀者也. 我請得爲光明以照耀其書而以爲贈之. 後之人必好讀書, 必又好其知心靑衣, 知心靑衣者, 所以霜晨雨夜侍立于側, 幷興齊住者也. 我請得轉我後身便爲知心靑衣, 霜晨雨夜侍立于側而以爲贈之.)[진성탄, 《제육재자서서상기(第六才子書西廂記)》 서이(序二) <류증후인(留贈後人)>]

진성탄은 ‘광명’과 ‘마음을 알아주는 계집종’으로 문학 평점을 비유했다. 이것으로 그가 문학평점의 ‘향도성’을 중시했고, 그의 모든 문학 평점이 다 이런 비평 주장을 실천하고 있으며, 《수호전》 평점이야말로 그 중 가장 좋은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성탄 이후에는 소설평점이 대부분 그의 평본을 모방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이런 비평의 종지가 소설평점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되었다.

‘향도성’을 평점의 종지로 삼은 것은 문학의 ‘가해성(可解性)’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다. 중국 고대의 문학 비평은 종래에 좡쯔(莊子)의 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좡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로써 논할 수 있는 것은 사물 가운데에서도 큰 것이고, 생각해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사물 가운데에서도 작은 것이다.(可以言論者, 物之粗也, 可以意致者, 物之精也.)”[《장자》 <추수(秋水)>] 그는 객체 대상에 대한 인식은 심령의 묵계로써만 가능하고 언표로는 도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까닭에 고대의 문학 비평은 심미 객체에 대한 ‘감오(感悟)’를 매우 중시했던 것이고, 문학 비평은 이런 ‘감오’의 직접적인 전달로 언어로는 정밀하고 상세하게 분석하기 어려운 것이다. 류셰(劉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변의 울타리 밖에 있는 미묘한 정서나 문장의 밖에 있는 섬세한 묘미에 이르게 되면 언어를 가지고는 어찌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붓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至于思表纖旨, 文外曲致, 言所不追, 筆固知止)”[《문심조룡(文心雕龍)》 <신사(神思)>] 이런 관념은 서정문학에 대해 말하자면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지만, 고대의 문학 비평, 특히 시가비평이 일정한 신비성과 모호성을 띠게 만들었다. 문학 비평의 ‘향도성’에 대한 중시는 바로 이런 관념을 겨누어서 나온 것으로 그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반박한 것이 바로 ‘종합형’ 평점의 대표 인물인 진성탄이다. 논술의 편리를 위해 우리는 진성탄의 이런 관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도록 한다.

나는 어려서 “원앙을 수놓는 것이 완료되면, 나는 그대에게 그것들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바늘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두 구절의 말을 제일 싫어했는데, 이것은 가난한 사내가 왕이푸(王夷甫)를 자칭하며 아도라는 물건을 말하지 않는 것일 따름이다. 만약 바늘을 구한다면, 어찌 내게 살짝 보여줘도 괜찮지 않겠는가?(僕幼年最恨“鴛鴦綉出從君看, 不把金針度与君”之二句, 謂此必是貧漢自称王夷甫口不道阿堵物計耳. 若果得金針, 何妨与我略度.)[<독제육재자서서상기법(讀第六才子書西廂記法)>, 《관화탕 제육재자서 서상기(貫華堂第六才子書西廂記)》]

이 아우는 어려서부터 ‘시골 훈장(冬烘先生)’ 무리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시의 절묘한 곳은 바로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는 듯 한 사이에 있다”고 한 말이 가장 곤혹스러웠습니다. 아우가 직접 만나본 세간의 뛰어난 재주와 기이한 능력을 가진 큰 인물들은 모두 이런 말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 시류에 편승하는 보잘것없고 장단점을 논할 수 없는 인간들은 종종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피치 못해 지껄여댔습니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실로 이 한 마디 말이 둘러대기에 편한 점이 있어서인데, 대개 그들이 스스로 사용할 때는 지극히 간단하고 다른 이들의 비판을 피할 때는 무궁무진하게 둘러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弟自幼最苦冬烘先生輩輩相傳“詩妙處正在可解不可解之間”之一語. 弟親見世間之英絶奇偉大人先生皆未嘗肯作此語, 而彼隨世碌碌無所短長之人, 而又口中不免往往道之. 無他, 彼固是有所甚便于此一語, 蓋其所自操者至約, 而其規避他人者乃至無窮也.[진성탄, <여임승지(與任昇之)>, 《관화당선비당재자시․어정문관(貫華堂選批唐才子詩․魚庭聞貫)》]

진성탄의 비어는 비록 각박한 것이긴 하나 도리가 없지는 않으니, 이것으로 그의 ‘향도성’ 평점의 종지에 앞장섰다. 그의 문학 평점은 기본적으로 이런 특색을 체현하고 있다. 두푸(杜甫)의 시가를 비점할 때 그는 호기롭게 “선생이 이미 원앙을 수 놓았으니, 성탄은 또 바늘을 다 보여주어 그 말을 후대 사람에게 맡기노니, 모름지기 잘 배워야 한다(先生旣綉出鴛鴦, 聖嘆又金針盡度, 寄語後人, 善須學去也)”고 말했다[《창경당두시해․위풍록사택관조장군화마도인(唱經堂杜詩解․韋諷彔事宅觀曹將軍畵馬圖引)》 비어]. 진성탄의 상술한 관점은 ‘종합형’ 소설평점 가운데 극히 대표적인 것으로 이후의 소설평점에 영향을 주었다. 전대 사람들의 이른바 ‘소설평점 파’는 곧 진성탄이 개창한 ‘향도성’을 중시한 평점 틀을 가리킨다.

‘종합형’의 소설평점은 ‘향도성’을 그 종지로 삼고, ‘가해성’을 소설평점의 전제로 삼았기에, 평점의 함의상 두 가지 주요 측면을 형성했다. 하나는 작품의 사상 정감에 대한 깊이 있는 풀이와 분석으로, 이에 ‘석의’와 ‘고거’, ‘색은’ 등이 청대 이래의 소설평점 가운데 끊임없이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작품의 형식 기교에 대한 상세한 분석으로, 이른바 ‘법(法)’의 중시는 이로부터 유래했다. 동시에 ‘종합형’의 소설평점은 작품의 정감에 대한 깊이 있는 풀이와 해석, 그리고 작품의 형식 기교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특징으로 하여 문학 비평의 전체적인 사고의 갈피에 새로운 경계를 개척했다. 이것은 곧 소설평점이 중국의 고대 문학 비평이 감오성을 중시하고 분석이 결핍된 비평 전통을 깨뜨리고 문학 비평이 감오와 해석(解析)이 결합된 길로 발전해 나가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