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밤눈夜雪


밤눈夜雪/당唐 백거이白居易

已訝衾枕冷 이부자리 썰렁하여 이상하더니
復見窗户明 이제 보니 창문이 훤해졌네
夜深知雪重 깊은 밤 눈이 많이도 왔구나 
時聞折竹聲 이따금 따악 딱 대나무가 꺾이네

대나무가 꺾이는 소리를 들어보려고 인터넷을 찾아보았으나 결국 듣지는 못했다. 대신 대나무에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솨솨 하는 게 참으로 좋다. 내가 자란 시골에는 대나무가 없어 대나무가 부러지는지 꺾이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언젠가 절간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겨울에 눈 싸인 대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를 한 것 같기는 하다.

이 시는 중국 사이트에 보면 자세한 해설도 나와 있고 우리나라 인터넷에도 여러 번역들이 보인다. 상당히 알려진 시로 보인다.

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한두 가지만 말하려고 한다. 둘 째 구의 ‘부견(復見)’은 다시 본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통상 한 번 본 것을 다시 본다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앞 구에 나온 ‘이아(已訝)’와 짝을 이루어 ‘아까는 이부자리가 선득선득했는데 지금 보니 창문 환해진 게 눈에 들어오네.’란 의미를 지닌다. 우리말의 ‘다시’가 아니다. 3구와 4구는 논리적으로는 도치된 것인데 한시에는 이런 구문이 다반사로 나온다. 이럴 때는 앞 구의 뒤에 ‘~하니’라는 토를 붙이는데 이는 인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시는 백거이가 江州司馬로 좌천되었을 때 지은 시이다. 유명한 비파행도 이 때 지어졌다. 강주는 오늘날 九江으로 도연명이 벼슬살이한 팽택이 멀지 않다.

번역에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설중(雪重)’이라 표현한 것은 대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눈이 대나무에 많이 쌓인 것을 표현한 것이다.이 시가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설중(雪重)’이나 ‘절죽성(折竹聲)’ 같은 아름다운 시어 덕분이다. 쉬우면서도 음미할 뒷맛이 남는다.

이 시는 초서로 잘 써서 대나무가 많은 지방의 까페나 술집 같은데 걸어두면 잘 어울릴 것 같다. 겨울철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이따금 따악, 따악 들린다면 그 죽절성과 이 시가 다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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