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소설평점 형태 그 두 번째: ‘독법(讀法)’과 ‘권점(圈點)’
‘독법’은 소설평점의 구성 부분으로 사람들이 소설평점의 형태를 언급할 때 항상 ‘독법’을 소설평점의 중요한 형식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독법’은 소설평점의 통상적인 형식은 아니고 필자가 그 동안 보았던 근 2백 여 종의 소설평본 가운데 ‘독법’이 있는 것은 겨우 십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동도기(東度記)》[숭정崇禎 8년 진창(金閶) 완취안러우(萬卷樓) 간본, 쥬쥬라오런(九九老人) 평(評)]
《관화탕 제오재자서 수호전(貫華堂第五才子書水滸傳)》[숭정 14년 관화탕(貫華堂) 간본, 진성탄 평]
《사대기서 제일종 삼국연의(四大奇書第一種三國演義)》{강희(康熙) 18년 쭈이겅탕(醉耕堂) 간본, 마오 씨(毛氏) 부자 평]
《가오허탕 비평 제일기서 금병매(皐鶴堂批評第一奇書金甁梅)》[강희 34년 간본, 장주포(張竹坡) 평]
《수상 서유증도서(繡像西遊證道書)》[건륭 15년 원성탕(文盛堂) 간본, 차이위안팡(蔡元放) 평]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건륭 17년 간본, 차이위안팡 평)
《설월매(雪月梅)》[건륭 40년 더화탕(得華堂) 간본, 둥멍펀(董孟汾) 평]
《먀오푸쉬안 평 홍루몽(妙復軒評紅樓夢)》[도광 30년 간본, 장신즈(張新之) 평]
《신역 홍루몽》[도광 27년 간본, 카쓰부(哈斯寶) 평]
이렇듯 그 비율은 극소수만을 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으로 ‘독법’이 소설평점에서 불가결한 형식이라고 보는 것은 일종의 오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법’이라는 형식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남송 때의 고문 선평(選評)에서 보인다. 곧 뤼쭈쳰(呂祖謙)의 《문장관건(文章關鍵)》 권수(卷首)에는 <고문을 보는 요점(看古文要法)>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 ‘총론간문자법(總論看文字法)’, ‘간한문법(看韓文法)’, ‘간류문법(看柳文法)’, ‘간소문법(看蘇文法)’, ‘간제가문법(看諸家文法)’, ‘논작문법(論作文法)’, ‘논문자병(論文字病)’ 등 몇 개의 조문이 그것이다.
첫 번째로 그 대강과 주장을 본다. 두 번째로 글의 세와 규모를 본다. 세 번째로 강목과 관건이 되는 곳을 본다. 곧 어떻게 주장하는 바가 앞뒤로 조응을 하는지 어떻게 한 편의 서술이 배치되고 순서가 매겨졌는지, 어떻게 오르내리고 열리고 닫혀 있는지 등. 네 번째는 경계가 될 만한 책략의 구법을 본다. 곧 어떻게 한편의 경계가 될 만한 책략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다음 구와 다음 글자에 힘들인 곳이 있는지, 어떻게 일어나는 곳과 전환하는 곳이 훌륭하게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연결하고 결합하는 데 힘을 들였는지, 어떻게 융화시키고 굴절을 하고 잘라내는 데 힘을 들였는지, 어떻게 그 실체에 제목을 잘 붙였는지 등.(第一看大槪、主張.第二看文勢、規模.第三看綱目、關鍵:如何是主意首尾相應, 如何是一篇鋪叙次第, 如何是抑揚開合處.第四看警策、句法:如何是一篇警策, 如何是下句下字有力處, 如何是起頭換頭佳處, 如何是繳結有力處, 如何是融化屈折翦截有力處, 如何是實體貼題目處.)
이러한 ‘총론과 수많은 ‘각론’, 작문법 등이 뤼쭈쳰의 ‘독법’의 전체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틀거리는 후대의 소설평점의 ‘독법’의 기본 내용이기도 한데, 다만 그 문체가 다르기에 그 논술의 무게 중심이 놓이는 것이 약간 변경되었을 따름이다.
소설평점사에서 이러한 ‘독법’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숭정(崇禎) 8년(1635년)에 나온 《동도기(東度記)》이다. 이 책의 권수(卷首)에 있는 <《동도기》를 읽는 여덟 가지 방법(閱東度記八法)>은 여섯 글자의 대구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윤리와 정도를 싫어하지 않으면, 충효가 집안에 전해질 것이로되.
설사 구성과 서술이 착종되어 있다 해도, 본래의 제목만을 돌아볼지니.
한갓 중이나 도사의 뜬구름 잡는 말이라 하지 마라, 실제로는 윤리 강상의 올바른 도리와 연관 있나니.
비록 황당무계하게 말하지만, 오히려 선가의 종지가 있다네.
존귀하신 분의 가르침에는 본래 말이 없나니, 잠시 스승과 문도를 빌어 그 오묘함을 드러냈도다.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요마와 사악한 도깨비들은 장식으로 드러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거늘.
종합하면 직접 풍속 교화와 상관있으니, 고명한 지적을 피하지 마라.
만약 선심을 들어 경계할 수 있다면, 문득 비루한 뜻을 적어 기록할지니.
不厭倫理正道, 便是忠孝傳家.
任其鋪叙錯綜, 只顧本來題目.
莫云僧道玄言, 實關綱常正理.
雖說荒唐不經, 却有禪家宗旨.
尊者敎本無言, 暫借師徒發奧.
中間妖魔邪魅, 不過裝飾闡觀.
總來直關風化, 不避高明指摘.
若能提警善心, 便遂作記鄙意.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 진성탄 비본 《수호전》이 간행되어 나오자, ‘독법’의 형식은 고정되었다. 진성탄 비본이 청대에 폭넓게 영향을 주었기에, 청대의 소설평점의 ‘독법’ 또한 이에 따라 발전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진성탄의 틀거리를 뛰어넘지 못했고, 그것을 모방한 흔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 마오 씨 부자나 장주포가 의식적으로 모방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건륭 연간에 나온 《설월매(雪月梅)》 ‘독법’ 중에서는 평자가 더욱 분명하게 모방하고 이를 베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를 보매 호걸을 묘사한 것은 호걸에 걸맞게, 도학자를 묘사한 것은 도학자에 걸맞게, 유생을 묘사한 것은 유생에 걸맞게, 강도를 묘사한 것은 강도에 걸맞게, 각각이 그 나름의 절묘함을 다하였다.(此書看他寫豪傑是豪傑身份, 寫道學是道學身份, 寫儒生是儒生身份, 寫强盜是强盜身份, 各極其妙.)”(《설월매》) “이것은 그의 마음이 한가롭고 아무 일이 없을 때 마침 훌륭한 글이 떠올라 손 가는 대로 옛사람의 한두 가지 일을 집어내어 한 편의 기이한 책을 엮은 것이다.(是他心閑無事, 適遇筆精墨良, 信手拈出古人一二事, 綴成一部奇書.)” 그 가운데 그대로 모방하고 베껴쓴 색채가 자못 농후하다. 장주포의 《금병매》 비본 가운데 ‘독법’의 편폭은 크게 증가하였지만, 자질구레하고 번잡한 폐단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건륭 시기 차이위안팡(蔡元放) 평본에도 ‘독법’이 있는데, 편폭은 명확하게 감소했고, 이후의 소설 ‘독법’은 기본적으로 간략해지는 추세였다.
소설평점의 ‘독법’은 조목 식의 문장과 발산 식의 시각, 자유로운 서술 방식으로 전체 소설에 대한 평자의 관점과 독자를 향한 독서 지남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를 포괄하고 있다.
첫째,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 밝혀준다. 이를테면, 마오 씨 부자 비본 《삼국연의》의 ‘독법’에서는 ‘정통’과 ‘나라를 찬탈한 것僭國’을 구별함으로써 이 소설의 주요한 의의가 촉한蜀漢을 정통으로 하는 것을 기본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천명했다. 둘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석하고 있다(특히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것을 특색으로 삼았다). 이것은 진성탄 비 《수호전》이 가장 뛰어난데, 진성탄은 [자신의 독법의] 삼분의 일 정도의 편폭으로 전체 인물의 소조(塑造)와 인물 개개인에 대한 품평, 그리고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수호전》의 예술적 특징을 분석했다. 이것은 후대의 ‘독법’에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것은 이미 ‘독법’의 관례가 되었다. 셋째, 소설의 서사 법칙이라 할 ‘문법’을 논하고 있다. 이것 역시 진성탄의 비평이 시조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소설평점 ‘독법’의 대종을 이루었지만, 이것은 후세에 가장 큰 병폐가 되기도 해, 졔타오(解弢)는 “진성탄과 마오 씨 부자가 소설을 비(批)한 것은 문장을 논한 것일 따름이지, 소설을 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졔타오, 《소설화(小說話)》, 중화서국, 1919년] 그 비판은 확실히 핵심을 찌르고 있다. 넷째, 소설을 읽는 방법을 지적하고 있다. 이 내용은 진성탄 비 《수호전》에서는 비교적 적게 언급되어 있지만, 그가 평점한 《서상기》 독법에는 대량의 편폭으로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설평점 가운데 이 부분의 내용은 진성탄 비 《서상기》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이 부분의 내용 가치는 비교적 작아, 어떤 것은 순전히 황당무계한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장주포 비 《금병매》 <독법>에는 “《금병매》를 읽되” “넋을 놓고 봐서는 안 된다(不可呆看)”는 말을 연이어서 일곱 번이나 하고 있고, 반드시 “[무언가를 쾅하고 치기 위해] 타구를 가까이에 두어야 하고(置唾壺于側)”, “보검을 우측에다 두었다가 [때로 칼을 허공에 휘둘러 분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列寶劍于右)” “거울을 앞에 걸어 놓고, [때로 충분히 자신을 비춰 볼 수 있어야 하고](懸明鏡于前)”, “술을 좌측에다 두었다가, [때로 마음껏 마심으로써 이러한 세정의 악을 해소해야 하고](置大白于左)”, “좋은 향을 탁자에 놓고 [때로 멀리 작자에게 감사해야 하고](置名香于几)”, “좋은 차를 책상에 두고, [작자의 노고를 기려야 한다.](置香茗于案)” 당연하게도 중시해야 할 관점 역시 몇 가지 있는데, 이를테면 《홍루몽》 쑨쑹푸(孫崧甫) 초평본(抄評本)에서 제시한 ‘정독靜讀, 공독共讀, 급독急讀, 완독緩讀’이라는 네 가지 법칙이 그것이다.
《홍루몽》을 읽되 한 사람이 조용히 읽어야만 한다. 모두 합쳐서 전서 80만 자를 웃도는 소설을 숨을 고르고 조용히 읽지않으면 어찌 삼매경에 빠질 수 있겠는가?
《홍루몽》을 읽되 여러 사람이 함께 읽어야 한다. 다른 책은 한 번 보고 나면 그만이지만, 《홍루몽》이라는 책은 나는 내쳤지만 다른 사람은 취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내친 것을 내가 취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두 세 명의 지기가 술을 놓고 둘러앉아 한 편 한 단락, 한 글자 한 구절을 하나 하나 쫓아가며 세밀히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 묘미를 다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홍루몽》을 읽되 급하게 읽어야 한다. 반드시 며칠 동안의 공력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제낀 뒤에야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어느 곳에서 매듭이 지어지며, 어느 곳이 정문이고 어느 곳이 한필인 지를 알 수 있으니, 다른 책과 같이 우연히 집어 들고 이야기 위주로 읽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홍루몽》을 읽되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직 책을 펼치기에 앞서 먼저 하나의 바오위가 의중에 있어야 하고 이미 책을 펼친 뒤에는 다시 하나의 내가 책 속에 있어야 한다. 반드시 몇 개월 정도의 공을 들여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부드럽고 온화한 곳을 보게 되면, 내가 그러한 처경에 놓이게 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니, 이렇게 하면 내가 곧 책이고, 책이 곧 내가 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쿵쯔와 멍쯔의 책을 읽으면 자신이 쿵쯔와 멍쯔인 양 생각하라”고 한 것은 그 뜻이 이것을 이름이라. 나는 《홍루몽》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책은 책이고, 나는 나라고 여기니 권태로움에 문득 그 내용을 잊게 되는 게 당연하다.”
讀《紅樓》宜一人靜讀. 合觀全書不下八十万字言, 若非息心靜气, 何由得其三味?
讀《紅樓》宜衆人共讀. 他書一覽而盡, 至《紅樓》一書, 有我之所弃未必非人所取, 有人之所弃未必非我所取, 必須擇二三知己, 置酒圍坐, 一篇一段, 一字一句, 逐層細究, 方能曲盡其妙.
讀《紅樓》宜急讀. 必須盡數日之力, 從首至尾, 暢讀一遍, 然後知其何處是起, 何處是結, 何處是正文, 何處是閑筆, 不似他書, 偶拈一本, 便可作故事讀也.
讀《紅樓》宜緩讀. 未開卷時, 先要有一宝玉在意中, 旣開卷後, 又要有一我在書中. 必須盡數月之功, 看到纏綿旖旎之處, 便要想出我若當此境地, 更復如何, 如此方能我卽是書, 書卽是我.昔人云:‘讀孔孟書, 便當思身爲孔孟’.旨哉是言. 吾于《紅樓》亦云:‘今人書只是書, 我只是我, 无怪卷輒忘也’.
이러한 ‘독법’은 독자가 《홍루몽》을 감상하는 데 확실히 어느 정도 장점이 있다.
소설평점 중의 ‘권점(圈點)’은 요즘 사람들은 별로 연구를 하지 않고 있는데, 고대소설 간본 중에는 비교적 보편적으로 등장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점’은 송 이래의 문학 선본 중에서 주로 시문의 국부적인 예술 특성을 콕 집어 표지를 단 것으로, 이를테면 ‘경오(警悟)’, ‘요어(要語)’, ‘자안(字眼)’, ‘강령(綱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성공 여부는 국부적인 자구의 경책(警策)에 있지 않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규모의 완성미에 있기에 ‘권점’은 소설의 전파에 대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고, 옛사람들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이가 극히 적었다.
‘권점’은 구두(句讀)에서 기원하며, 당대에 이미 비교적 보편적이었다. 당의 천태종 승려 잔란(湛然)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릇 경문의 말이 끊어지는 곳을 일러 ‘구’라 하고, 말이 아직 끊어지지 않아 거기에 점을 찍어 읊조리는 데 편하게 한 것을 ‘두’라 한다.(凡經文語絶之處謂之句, 語未絶而點之以便誦咏, 謂之讀)”[당 잔란, 《법화문구기(法華文句記)》] 청대의 위안메이(袁枚) 역시 ‘권점’이 당대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옛사람의 글에는 권점이란 게 없었다. 팡바오(方苞) 선생은 그것이 있으면 [글의] 힘줄이 되고 마디가 되는 곳에서 살펴 읽기 편하다고 여겼다. 생각컨대 당대 사람 류서우위의 《문총명》에서 ‘붉은 먹으로 둘렀다’라고 한 것이 권점의 남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古人文無圈點, 方望溪先生以爲有之則筋節處易于省覽. 按唐人劉守愚《文冢銘》云有‘朱墨圍’者, 疑則圈點之濫觴.)”[위안메이, 《소창산방문집(小倉山房文集)》 <범례>] 하지만 이러한 ‘권점’은 여전히 일반적인 의미에서 구절을 끊는 것을 말하고, 문학 평점에서의 ‘권점’과는 다르다. 전자는 어법이라는 측면에 속하고, 후자는 감상이라는 측면에 속하는데, 전후의 연속적인 관계는 확실히 뚜렷하다. 문학 평점 중의 ‘권점’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남송 때의 고문 선평(選評)에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주말, 주점, 묵말, 묵점(朱抹, 朱點, 墨抹, 墨點)”이 있었다. 그 각각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주말이라는 것은 강령이나 [문장의] 대의이고, 주점이라고 하는 것은 핵심어나 경구가 될 만한 말에 붙인다. 묵말이라는 것은 [사실을] 따져 정정하고 제도 같은 것에 붙이고, 묵점이라고 하는 것은 사건의 시말이나 언외의 뜻에 붙인다.(朱抹者, 綱領, 大旨; 朱點者, 要語, 警語也; 墨抹者, 考訂, 制度; 墨點者, 事之始末及言外意也.)”[쳰타이지(錢泰吉), 《폭서잡기(曝書雜記)》] 셰팡더(謝枋得)의 ‘권점’은 더욱 복잡하다. 그는 권점 부호에 “절, 말, 권, 점(截, 抹, 圈, 點)” 네 가지를 덧붙였고, 또 “흑, 홍, 황, 청(黑, 紅, 黃, 靑)”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로 각종의 부호에 대해 다시 나누어 표시했다. 이를테면, ‘절(截)’은 “큰 단락으로 의미가 다하면, 검은 색으로 절을 그리고, 큰 단락 안에 작은 단락은 붉은 색으로 절을 그린다. 작은 단락과 작은 마디 및 구법이 바뀌는 곳은 노란 색으로 절을 반으로 그린다.(大段意盡, 黑畵截; 大段內小段, 紅畵截; 小段, 細節目及換易句法, 黃半畵截.)” 이런 권점법은 후대에 일정한 영향을 주어 사람들로부터 “광첩산법(廣疊山法)”이라 불렸다[원대 청돤리(程端禮)의 《독서분년일정(讀書分年日程)》 2권]. 명대 사람 구이유광(歸有光)의 권점법 역시 아주 복잡했다.
붉은 권점을 한 곳은 의미 구절과 서사가 뛰어난 곳이고, 노란 권점을 한 곳은 기맥이다. 역시 전환이 되는 곳에는 붉은 동그라미로 일이 이어져 가는 것이 있다. 묵척은 사리에 어긋나는 곳이고 청척은 그다지 요긴하지 않은 곳이며, 주척은 아주 요긴한 곳이고, 황척은 요긴한 곳이다.(朱圈點處總是意句和叙事好處, 黃圈點處總是氣脈. 亦有轉折處用黃圈而事乃連下去者. 墨擲是悖理處, 靑擲是不好要緊處, 朱擲是好要緊處, 黃擲是一篇要緊處.)[구이유광, 《평점《사기》예의(評點《史記》例意)]
고문 권점은 송 이래로 널리 성행했는데, 독자가 감상하며 열독하는 데 일정한 작용을 일으켰다. 야오나이(姚鼐)는 “권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계발하는 데 해탈보다 나은 점이 있다(圈點啓發人意, 有愈于解脫者也)”라고 말했다[야오나이, <쉬지야에게 보내는 편지(與徐季雅書)>]. 특히 어떤 평점자는 권점을 협비, 방비 등의 형식과 결합해 권점의 뜻이 더욱 눈에 띄도록 했다. 이를테면 셰팡더(謝枋得)의 《문장궤범(文章軌範)》에서는 문장 가운데 가구와 경구가 될 만한 말에 권점을 하는 동시에 또 자구 옆에 “앞을 계승하고 끊임없이 아래로 연결시킨다(乘上接下不斷)”, “문장이 완곡하고 맛이 있다(文婉曲有味)”, “좋은 구법이다(好句法)” 등등의 비어를 달아 독자가 문장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당연하게도 권점의 방법에는 이에 상응하는 정해진 규칙이 없어 각자의 권점은 사람에 따라 달라 일정하게 신비로운 색채가 있었다. 그렇기에 독자에게 강렬한 효과를 낳기가 어려웠다.
소설평점 중의 ‘권점’은 그 기능상 고문 선평의 ‘권점’과 큰 차이는 없었는데, 하나는 문장 가운데 일깨우고자 하는 곳에 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두의 작용이다. 소설에 다는 권점은 통속소설사에서는 일관된 측면이 있다. 명 만력 19년 완췐러우(萬卷樓) 본 《삼국지통속연의》 중의 ‘지어(識語)’에서는 명확하게 그 “구두에 권점이 있다(句讀有圈點)”고 했다. 명 천계와 숭정 연간 졘양(建陽)의 정이전(鄭以楨)의 《삼국연의》 간본에는 그 서명에서 더욱 분명하게 《신준교정경본대자음석권점삼국지연의(新준校正京本大字音釋圈點三國志演義)》라고 밝혀두었는데, 이렇게 서명에 ‘권점’이라는 글자를 표시한 것은 소설평점사에서 드물게 보이는 것으로 청 이후에는 이런 현상을 거의 볼 수 없다. 이것으로 명대에는 ‘권점’ 역시 소설 전파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소설 간본에 들어갔으며, 이후로는 통상적인 것이 되어 더 이상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었다.
명청대의 소설평점 중의 권점 형식은 ‘점(點)’, ‘단권(單圈)’, ‘쌍권(雙圈)’, , ‘투권(套圈)’, ‘연권(連圈)’, ‘삼각(三角)’, ‘직선(直線)’과 오색 표지 등으로 다양했고, 용법은 사람에 따라 달랐기에 총체적으로 서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소설의 권점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문장 또한 극히 드물게 보인다. 이런 류의 문장은 일반적으로 해당 소설의 <범례> 가운데 보이며 현재 필자가 본 적이 있는 범례만을 근거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소설의 권점에 대해 설명한 것은 쥬화산스(九華山士) 판징뤄(潘鏡若)가 《삼교개미귀정연의(三敎開迷歸正演義)》[명 만력 바이먼(白門) 완췐러우(萬卷樓) 간본]를 위해 지은 <범례>가 있다.
본 전의 권점은 보는 이의 눈을 분식하기 위함이 아니라, 경계가 되는 곳을 드러내고 진정으로 절실한 곳에는 권(圈)을 가하고 그 다음으로 점(點)을 사용한 것이다.(本傳圈點, 非爲飾觀者目, 乃警拔眞切處則加以圈, 而其次用點.)
명 천계 연간에 간행한 《선진일사(禪眞逸史)》의 첫머리에는 샤뤼셴(夏履先)이 찬(撰)한 <범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이 책 속의 권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이 책에서 권점이 어찌 보는 것을 위해 꾸민 것이라 말하는가? 특별이 오묘한 것을 밝혀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 관목[정절을 가리킴]이 조응하고 혈맥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어지는 곳을 인증하거나 확실하게 근거가 있고 중요한 곳에는 `을 쓰고, 혹은 청신하고 준일하며 빼어나게 우아하고 투명하며 화려한 꽃이 피어난 듯 기이하고 환상적이며 묘사가 흥취가 있는 곳에는 ○을 쓰고, 혹은 밝게 일깨우고 경계가 되는 곳을 드러내며 꼭 맞아떨어지고 조리가 타당하며 힘이 있어 사람을 움직이는 곳에는 ヽ를 쓴다.(史中圈点, 豈日飾觀, 特爲闡奧. 其關目照應、血脉聯絡、過接印証、典核要害之處,則用“ヽ”; 或淸新俊逸、秀雅透露、菁華奇幻、摹寫有趣之處,則用“○”; 或明醒警拔、恰适條妥、有致動人處,則用“ヽ”。)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이 책의 문장 가운데 경계가 되는 것을 드러내는 곳에 권점을 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평자는 소설의 예술적 특성을 세 가지 유형으로 귀납했고, 아울러 세 가지 서로 다른 부호로 표지를 가해 자못 눈에 띄게 보이도록 했지만, 이 세 가지 예술적 특성은 사실 그 자체로는 내재적인 논리적 구별이 결여되어 있었기에 이런 권점의 실제적인 효용은 사실상 있기 어려웠다.
권점의 구두 작용에 관한 설명으로는 청 건륭 연간에 나온 《장전산전(妝鈿鏟傳)》 중의 <권점변이(圈點辨異)》라는 문장에서 가장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다음에 그 한 대목을 인용한다.
무릇 작품 가운데 홍련점과 홍련권을 사용한 것은 혹은 뜻에 따라 가한 것이거나 혹은 용법에 따라 가한 것이거나 혹은 단어에 따라 가한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用紅連點, 紅連圈者, 或因意加之, 或因法加之, 或因詞加之,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옆에 붉은 점을 사용한 것은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이고, 중간에 붉은 점을 사용한 것은 혹은 한번 쉬거나 혹은 한번 구두하는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旁邊用紅點者, 則系一句; 中間用紅點者, 或系一頓或系一讀,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검은 색으로 둥그렇게 권을 사용한 것은 모두 지명이고, 검은 색으로 뾰죽하게 권을 한 것은 모두 인명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用黑圓圈者, 皆系地名; 用黑尖圈者, 皆系人名,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장전산’이라는 세 글자를 모두 붉은 색 권으로 검은 색 권을 감쌌으니 그것을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妝鈿鏟’三字, 皆紅圈套黑圈者, 以其爲題也, 皆非漫然.)
《장전산전》은 초본으로 “쿤룬 나이다이다오런 저, 쑹웨다오스 비점((昆侖褦襶道人著, 松月道士批點)”이라 제(題)하였다. 《권점변이》 문장에는 “쑹웨다오스”라 서(署)했는데, 이것으로 책 속의 권점을 평점자가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소설평점의 권점 문제에 관해서는 자료의 결핍으로 상술한 것으로만 설명을 끝내도록 하겠다.
이상에서 우리는 소설평점 형태의 발전과 그 가운데 몇 가지 주요한 형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이것으로도 소설평점의 형태에 감추어진 합리적인 함의와 후대의 문학비평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있다. 소설평점은 중국 고대의 독특한 문화 현상으로 이론 비평과 상업적인 전파가 하나로 융합된 비평 형식이다. 소설평점의 형태는 바로 이러한 배경 하에 그 자체의 형태적인 특징을 형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측면으로 표현된다.
하나는 평점 형태의 다원화로, 소설평점의 형태는 기나긴 발전 과정 속에서 고정적이고 획일화되지 않고 서로 다른 비평의 취지와 비평 대상에 근거해 서로 다른 평점 방식을 채용했다. 소설 평점 가운데 비평 대상의 함의가 풍부하고 또 자신의 정감을 표현하는 것을 위주로 하면서도 그 형태에 있어 형식이 완비되고 논변적 색채가 강렬한 것으로는 진성탄 비 《수호전》과 마쭝강 비 《삼국연의》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소설의 상업적 전파를 추진하는 데 그 뜻이 있는 평점은 형태상 간략한 형식과 감오식(感悟式)의 작문 방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이렇듯 다원화된 평점 형태는 소설평점이 통속소설의 심미적인 틀거리에 들어맞게 했을 뿐 아니라 또 다차원적인 소설 감상의 주체에 적합하게 했는데, 이렇게 해서 소설이 전파되는 가운데 자신만의 중요한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평점 형태의 실용성과 통속성이다. 소설평점은 소설 작품에 부속되어 미비와 협비, 총비 등의 형식이 모두 작품 자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독법 류의 문장은 더더욱 작품 감상의 실용성과 통속성에 대해 지도 작용을 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과 하나로 융화되었을 뿐 아니라 독자의 수용을 목적으로 하는 비평 형태는 소설평점이 중국의 고대에 쇠퇴하지 않고 성행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소설평점의 형식은 이미 역사의 진부한 흔적이 되어 현재의 문학비평에서는 이미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렇듯 독특한 비평 형태는 여전히 그 생명력과 가치를 잃지 않고 있는데, 특히 이런 비평 형태가 체현하고 있는 다층적이고 다원화된 비평의 틀과 수용을 목적으로 하고 독자를 기본으로 삼는 비평정신은 의심할 바 없이 귀감이 될 만한 비평 전통이고 또 이것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요즘의 문학 비평 중에 만연한 허망하고 부실하면서도 독자와는 별로 관계없는 비평의 폐단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대소설 평점 간론 – 소설평점의 형태 4
4) 소설평점 형태 그 두 번째: ‘독법(讀法)’과 ‘권점(圈點)’
‘독법’은 소설평점의 구성 부분으로 사람들이 소설평점의 형태를 언급할 때 항상 ‘독법’을 소설평점의 중요한 형식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독법’은 소설평점의 통상적인 형식은 아니고 필자가 그 동안 보았던 근 2백 여 종의 소설평본 가운데 ‘독법’이 있는 것은 겨우 십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동도기(東度記)》[숭정崇禎 8년 진창(金閶) 완취안러우(萬卷樓) 간본, 쥬쥬라오런(九九老人) 평(評)]
《관화탕 제오재자서 수호전(貫華堂第五才子書水滸傳)》[숭정 14년 관화탕(貫華堂) 간본, 진성탄 평]
《사대기서 제일종 삼국연의(四大奇書第一種三國演義)》{강희(康熙) 18년 쭈이겅탕(醉耕堂) 간본, 마오 씨(毛氏) 부자 평]
《가오허탕 비평 제일기서 금병매(皐鶴堂批評第一奇書金甁梅)》[강희 34년 간본, 장주포(張竹坡) 평]
《수상 서유증도서(繡像西遊證道書)》[건륭 15년 원성탕(文盛堂) 간본, 차이위안팡(蔡元放) 평]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건륭 17년 간본, 차이위안팡 평)
《설월매(雪月梅)》[건륭 40년 더화탕(得華堂) 간본, 둥멍펀(董孟汾) 평]
《먀오푸쉬안 평 홍루몽(妙復軒評紅樓夢)》[도광 30년 간본, 장신즈(張新之) 평]
《신역 홍루몽》[도광 27년 간본, 카쓰부(哈斯寶) 평]
이렇듯 그 비율은 극소수만을 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으로 ‘독법’이 소설평점에서 불가결한 형식이라고 보는 것은 일종의 오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법’이라는 형식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남송 때의 고문 선평(選評)에서 보인다. 곧 뤼쭈쳰(呂祖謙)의 《문장관건(文章關鍵)》 권수(卷首)에는 <고문을 보는 요점(看古文要法)>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 ‘총론간문자법(總論看文字法)’, ‘간한문법(看韓文法)’, ‘간류문법(看柳文法)’, ‘간소문법(看蘇文法)’, ‘간제가문법(看諸家文法)’, ‘논작문법(論作文法)’, ‘논문자병(論文字病)’ 등 몇 개의 조문이 그것이다.
첫 번째로 그 대강과 주장을 본다. 두 번째로 글의 세와 규모를 본다. 세 번째로 강목과 관건이 되는 곳을 본다. 곧 어떻게 주장하는 바가 앞뒤로 조응을 하는지 어떻게 한 편의 서술이 배치되고 순서가 매겨졌는지, 어떻게 오르내리고 열리고 닫혀 있는지 등. 네 번째는 경계가 될 만한 책략의 구법을 본다. 곧 어떻게 한편의 경계가 될 만한 책략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다음 구와 다음 글자에 힘들인 곳이 있는지, 어떻게 일어나는 곳과 전환하는 곳이 훌륭하게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연결하고 결합하는 데 힘을 들였는지, 어떻게 융화시키고 굴절을 하고 잘라내는 데 힘을 들였는지, 어떻게 그 실체에 제목을 잘 붙였는지 등.(第一看大槪、主張.第二看文勢、規模.第三看綱目、關鍵:如何是主意首尾相應, 如何是一篇鋪叙次第, 如何是抑揚開合處.第四看警策、句法:如何是一篇警策, 如何是下句下字有力處, 如何是起頭換頭佳處, 如何是繳結有力處, 如何是融化屈折翦截有力處, 如何是實體貼題目處.)
이러한 ‘총론과 수많은 ‘각론’, 작문법 등이 뤼쭈쳰의 ‘독법’의 전체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틀거리는 후대의 소설평점의 ‘독법’의 기본 내용이기도 한데, 다만 그 문체가 다르기에 그 논술의 무게 중심이 놓이는 것이 약간 변경되었을 따름이다.
소설평점사에서 이러한 ‘독법’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숭정(崇禎) 8년(1635년)에 나온 《동도기(東度記)》이다. 이 책의 권수(卷首)에 있는 <《동도기》를 읽는 여덟 가지 방법(閱東度記八法)>은 여섯 글자의 대구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윤리와 정도를 싫어하지 않으면, 충효가 집안에 전해질 것이로되.
설사 구성과 서술이 착종되어 있다 해도, 본래의 제목만을 돌아볼지니.
한갓 중이나 도사의 뜬구름 잡는 말이라 하지 마라, 실제로는 윤리 강상의 올바른 도리와 연관 있나니.
비록 황당무계하게 말하지만, 오히려 선가의 종지가 있다네.
존귀하신 분의 가르침에는 본래 말이 없나니, 잠시 스승과 문도를 빌어 그 오묘함을 드러냈도다.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요마와 사악한 도깨비들은 장식으로 드러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거늘.
종합하면 직접 풍속 교화와 상관있으니, 고명한 지적을 피하지 마라.
만약 선심을 들어 경계할 수 있다면, 문득 비루한 뜻을 적어 기록할지니.
不厭倫理正道, 便是忠孝傳家.
任其鋪叙錯綜, 只顧本來題目.
莫云僧道玄言, 實關綱常正理.
雖說荒唐不經, 却有禪家宗旨.
尊者敎本無言, 暫借師徒發奧.
中間妖魔邪魅, 不過裝飾闡觀.
總來直關風化, 不避高明指摘.
若能提警善心, 便遂作記鄙意.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 진성탄 비본 《수호전》이 간행되어 나오자, ‘독법’의 형식은 고정되었다. 진성탄 비본이 청대에 폭넓게 영향을 주었기에, 청대의 소설평점의 ‘독법’ 또한 이에 따라 발전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진성탄의 틀거리를 뛰어넘지 못했고, 그것을 모방한 흔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 마오 씨 부자나 장주포가 의식적으로 모방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건륭 연간에 나온 《설월매(雪月梅)》 ‘독법’ 중에서는 평자가 더욱 분명하게 모방하고 이를 베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를 보매 호걸을 묘사한 것은 호걸에 걸맞게, 도학자를 묘사한 것은 도학자에 걸맞게, 유생을 묘사한 것은 유생에 걸맞게, 강도를 묘사한 것은 강도에 걸맞게, 각각이 그 나름의 절묘함을 다하였다.(此書看他寫豪傑是豪傑身份, 寫道學是道學身份, 寫儒生是儒生身份, 寫强盜是强盜身份, 各極其妙.)”(《설월매》) “이것은 그의 마음이 한가롭고 아무 일이 없을 때 마침 훌륭한 글이 떠올라 손 가는 대로 옛사람의 한두 가지 일을 집어내어 한 편의 기이한 책을 엮은 것이다.(是他心閑無事, 適遇筆精墨良, 信手拈出古人一二事, 綴成一部奇書.)” 그 가운데 그대로 모방하고 베껴쓴 색채가 자못 농후하다. 장주포의 《금병매》 비본 가운데 ‘독법’의 편폭은 크게 증가하였지만, 자질구레하고 번잡한 폐단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건륭 시기 차이위안팡(蔡元放) 평본에도 ‘독법’이 있는데, 편폭은 명확하게 감소했고, 이후의 소설 ‘독법’은 기본적으로 간략해지는 추세였다.
소설평점의 ‘독법’은 조목 식의 문장과 발산 식의 시각, 자유로운 서술 방식으로 전체 소설에 대한 평자의 관점과 독자를 향한 독서 지남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를 포괄하고 있다.
첫째,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 밝혀준다. 이를테면, 마오 씨 부자 비본 《삼국연의》의 ‘독법’에서는 ‘정통’과 ‘나라를 찬탈한 것僭國’을 구별함으로써 이 소설의 주요한 의의가 촉한蜀漢을 정통으로 하는 것을 기본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천명했다. 둘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석하고 있다(특히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것을 특색으로 삼았다). 이것은 진성탄 비 《수호전》이 가장 뛰어난데, 진성탄은 [자신의 독법의] 삼분의 일 정도의 편폭으로 전체 인물의 소조(塑造)와 인물 개개인에 대한 품평, 그리고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수호전》의 예술적 특징을 분석했다. 이것은 후대의 ‘독법’에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인물의 등급을 정하는 것은 이미 ‘독법’의 관례가 되었다. 셋째, 소설의 서사 법칙이라 할 ‘문법’을 논하고 있다. 이것 역시 진성탄의 비평이 시조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소설평점 ‘독법’의 대종을 이루었지만, 이것은 후세에 가장 큰 병폐가 되기도 해, 졔타오(解弢)는 “진성탄과 마오 씨 부자가 소설을 비(批)한 것은 문장을 논한 것일 따름이지, 소설을 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졔타오, 《소설화(小說話)》, 중화서국, 1919년] 그 비판은 확실히 핵심을 찌르고 있다. 넷째, 소설을 읽는 방법을 지적하고 있다. 이 내용은 진성탄 비 《수호전》에서는 비교적 적게 언급되어 있지만, 그가 평점한 《서상기》 독법에는 대량의 편폭으로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설평점 가운데 이 부분의 내용은 진성탄 비 《서상기》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이 부분의 내용 가치는 비교적 작아, 어떤 것은 순전히 황당무계한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장주포 비 《금병매》 <독법>에는 “《금병매》를 읽되” “넋을 놓고 봐서는 안 된다(不可呆看)”는 말을 연이어서 일곱 번이나 하고 있고, 반드시 “[무언가를 쾅하고 치기 위해] 타구를 가까이에 두어야 하고(置唾壺于側)”, “보검을 우측에다 두었다가 [때로 칼을 허공에 휘둘러 분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列寶劍于右)” “거울을 앞에 걸어 놓고, [때로 충분히 자신을 비춰 볼 수 있어야 하고](懸明鏡于前)”, “술을 좌측에다 두었다가, [때로 마음껏 마심으로써 이러한 세정의 악을 해소해야 하고](置大白于左)”, “좋은 향을 탁자에 놓고 [때로 멀리 작자에게 감사해야 하고](置名香于几)”, “좋은 차를 책상에 두고, [작자의 노고를 기려야 한다.](置香茗于案)” 당연하게도 중시해야 할 관점 역시 몇 가지 있는데, 이를테면 《홍루몽》 쑨쑹푸(孫崧甫) 초평본(抄評本)에서 제시한 ‘정독靜讀, 공독共讀, 급독急讀, 완독緩讀’이라는 네 가지 법칙이 그것이다.
《홍루몽》을 읽되 한 사람이 조용히 읽어야만 한다. 모두 합쳐서 전서 80만 자를 웃도는 소설을 숨을 고르고 조용히 읽지않으면 어찌 삼매경에 빠질 수 있겠는가?
《홍루몽》을 읽되 여러 사람이 함께 읽어야 한다. 다른 책은 한 번 보고 나면 그만이지만, 《홍루몽》이라는 책은 나는 내쳤지만 다른 사람은 취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내친 것을 내가 취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두 세 명의 지기가 술을 놓고 둘러앉아 한 편 한 단락, 한 글자 한 구절을 하나 하나 쫓아가며 세밀히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 묘미를 다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홍루몽》을 읽되 급하게 읽어야 한다. 반드시 며칠 동안의 공력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제낀 뒤에야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어느 곳에서 매듭이 지어지며, 어느 곳이 정문이고 어느 곳이 한필인 지를 알 수 있으니, 다른 책과 같이 우연히 집어 들고 이야기 위주로 읽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홍루몽》을 읽되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직 책을 펼치기에 앞서 먼저 하나의 바오위가 의중에 있어야 하고 이미 책을 펼친 뒤에는 다시 하나의 내가 책 속에 있어야 한다. 반드시 몇 개월 정도의 공을 들여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부드럽고 온화한 곳을 보게 되면, 내가 그러한 처경에 놓이게 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니, 이렇게 하면 내가 곧 책이고, 책이 곧 내가 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쿵쯔와 멍쯔의 책을 읽으면 자신이 쿵쯔와 멍쯔인 양 생각하라”고 한 것은 그 뜻이 이것을 이름이라. 나는 《홍루몽》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책은 책이고, 나는 나라고 여기니 권태로움에 문득 그 내용을 잊게 되는 게 당연하다.”
讀《紅樓》宜一人靜讀. 合觀全書不下八十万字言, 若非息心靜气, 何由得其三味?
讀《紅樓》宜衆人共讀. 他書一覽而盡, 至《紅樓》一書, 有我之所弃未必非人所取, 有人之所弃未必非我所取, 必須擇二三知己, 置酒圍坐, 一篇一段, 一字一句, 逐層細究, 方能曲盡其妙.
讀《紅樓》宜急讀. 必須盡數日之力, 從首至尾, 暢讀一遍, 然後知其何處是起, 何處是結, 何處是正文, 何處是閑筆, 不似他書, 偶拈一本, 便可作故事讀也.
讀《紅樓》宜緩讀. 未開卷時, 先要有一宝玉在意中, 旣開卷後, 又要有一我在書中. 必須盡數月之功, 看到纏綿旖旎之處, 便要想出我若當此境地, 更復如何, 如此方能我卽是書, 書卽是我.昔人云:‘讀孔孟書, 便當思身爲孔孟’.旨哉是言. 吾于《紅樓》亦云:‘今人書只是書, 我只是我, 无怪卷輒忘也’.
이러한 ‘독법’은 독자가 《홍루몽》을 감상하는 데 확실히 어느 정도 장점이 있다.
소설평점 중의 ‘권점(圈點)’은 요즘 사람들은 별로 연구를 하지 않고 있는데, 고대소설 간본 중에는 비교적 보편적으로 등장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점’은 송 이래의 문학 선본 중에서 주로 시문의 국부적인 예술 특성을 콕 집어 표지를 단 것으로, 이를테면 ‘경오(警悟)’, ‘요어(要語)’, ‘자안(字眼)’, ‘강령(綱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성공 여부는 국부적인 자구의 경책(警策)에 있지 않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규모의 완성미에 있기에 ‘권점’은 소설의 전파에 대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고, 옛사람들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이가 극히 적었다.
‘권점’은 구두(句讀)에서 기원하며, 당대에 이미 비교적 보편적이었다. 당의 천태종 승려 잔란(湛然)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릇 경문의 말이 끊어지는 곳을 일러 ‘구’라 하고, 말이 아직 끊어지지 않아 거기에 점을 찍어 읊조리는 데 편하게 한 것을 ‘두’라 한다.(凡經文語絶之處謂之句, 語未絶而點之以便誦咏, 謂之讀)”[당 잔란, 《법화문구기(法華文句記)》] 청대의 위안메이(袁枚) 역시 ‘권점’이 당대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옛사람의 글에는 권점이란 게 없었다. 팡바오(方苞) 선생은 그것이 있으면 [글의] 힘줄이 되고 마디가 되는 곳에서 살펴 읽기 편하다고 여겼다. 생각컨대 당대 사람 류서우위의 《문총명》에서 ‘붉은 먹으로 둘렀다’라고 한 것이 권점의 남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古人文無圈點, 方望溪先生以爲有之則筋節處易于省覽. 按唐人劉守愚《文冢銘》云有‘朱墨圍’者, 疑則圈點之濫觴.)”[위안메이, 《소창산방문집(小倉山房文集)》 <범례>] 하지만 이러한 ‘권점’은 여전히 일반적인 의미에서 구절을 끊는 것을 말하고, 문학 평점에서의 ‘권점’과는 다르다. 전자는 어법이라는 측면에 속하고, 후자는 감상이라는 측면에 속하는데, 전후의 연속적인 관계는 확실히 뚜렷하다. 문학 평점 중의 ‘권점’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남송 때의 고문 선평(選評)에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주말, 주점, 묵말, 묵점(朱抹, 朱點, 墨抹, 墨點)”이 있었다. 그 각각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주말이라는 것은 강령이나 [문장의] 대의이고, 주점이라고 하는 것은 핵심어나 경구가 될 만한 말에 붙인다. 묵말이라는 것은 [사실을] 따져 정정하고 제도 같은 것에 붙이고, 묵점이라고 하는 것은 사건의 시말이나 언외의 뜻에 붙인다.(朱抹者, 綱領, 大旨; 朱點者, 要語, 警語也; 墨抹者, 考訂, 制度; 墨點者, 事之始末及言外意也.)”[쳰타이지(錢泰吉), 《폭서잡기(曝書雜記)》] 셰팡더(謝枋得)의 ‘권점’은 더욱 복잡하다. 그는 권점 부호에 “절, 말, 권, 점(截, 抹, 圈, 點)” 네 가지를 덧붙였고, 또 “흑, 홍, 황, 청(黑, 紅, 黃, 靑)”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로 각종의 부호에 대해 다시 나누어 표시했다. 이를테면, ‘절(截)’은 “큰 단락으로 의미가 다하면, 검은 색으로 절을 그리고, 큰 단락 안에 작은 단락은 붉은 색으로 절을 그린다. 작은 단락과 작은 마디 및 구법이 바뀌는 곳은 노란 색으로 절을 반으로 그린다.(大段意盡, 黑畵截; 大段內小段, 紅畵截; 小段, 細節目及換易句法, 黃半畵截.)” 이런 권점법은 후대에 일정한 영향을 주어 사람들로부터 “광첩산법(廣疊山法)”이라 불렸다[원대 청돤리(程端禮)의 《독서분년일정(讀書分年日程)》 2권]. 명대 사람 구이유광(歸有光)의 권점법 역시 아주 복잡했다.
붉은 권점을 한 곳은 의미 구절과 서사가 뛰어난 곳이고, 노란 권점을 한 곳은 기맥이다. 역시 전환이 되는 곳에는 붉은 동그라미로 일이 이어져 가는 것이 있다. 묵척은 사리에 어긋나는 곳이고 청척은 그다지 요긴하지 않은 곳이며, 주척은 아주 요긴한 곳이고, 황척은 요긴한 곳이다.(朱圈點處總是意句和叙事好處, 黃圈點處總是氣脈. 亦有轉折處用黃圈而事乃連下去者. 墨擲是悖理處, 靑擲是不好要緊處, 朱擲是好要緊處, 黃擲是一篇要緊處.)[구이유광, 《평점《사기》예의(評點《史記》例意)]
고문 권점은 송 이래로 널리 성행했는데, 독자가 감상하며 열독하는 데 일정한 작용을 일으켰다. 야오나이(姚鼐)는 “권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계발하는 데 해탈보다 나은 점이 있다(圈點啓發人意, 有愈于解脫者也)”라고 말했다[야오나이, <쉬지야에게 보내는 편지(與徐季雅書)>]. 특히 어떤 평점자는 권점을 협비, 방비 등의 형식과 결합해 권점의 뜻이 더욱 눈에 띄도록 했다. 이를테면 셰팡더(謝枋得)의 《문장궤범(文章軌範)》에서는 문장 가운데 가구와 경구가 될 만한 말에 권점을 하는 동시에 또 자구 옆에 “앞을 계승하고 끊임없이 아래로 연결시킨다(乘上接下不斷)”, “문장이 완곡하고 맛이 있다(文婉曲有味)”, “좋은 구법이다(好句法)” 등등의 비어를 달아 독자가 문장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당연하게도 권점의 방법에는 이에 상응하는 정해진 규칙이 없어 각자의 권점은 사람에 따라 달라 일정하게 신비로운 색채가 있었다. 그렇기에 독자에게 강렬한 효과를 낳기가 어려웠다.
소설평점 중의 ‘권점’은 그 기능상 고문 선평의 ‘권점’과 큰 차이는 없었는데, 하나는 문장 가운데 일깨우고자 하는 곳에 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두의 작용이다. 소설에 다는 권점은 통속소설사에서는 일관된 측면이 있다. 명 만력 19년 완췐러우(萬卷樓) 본 《삼국지통속연의》 중의 ‘지어(識語)’에서는 명확하게 그 “구두에 권점이 있다(句讀有圈點)”고 했다. 명 천계와 숭정 연간 졘양(建陽)의 정이전(鄭以楨)의 《삼국연의》 간본에는 그 서명에서 더욱 분명하게 《신준교정경본대자음석권점삼국지연의(新준校正京本大字音釋圈點三國志演義)》라고 밝혀두었는데, 이렇게 서명에 ‘권점’이라는 글자를 표시한 것은 소설평점사에서 드물게 보이는 것으로 청 이후에는 이런 현상을 거의 볼 수 없다. 이것으로 명대에는 ‘권점’ 역시 소설 전파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소설 간본에 들어갔으며, 이후로는 통상적인 것이 되어 더 이상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었다.
명청대의 소설평점 중의 권점 형식은 ‘점(點)’, ‘단권(單圈)’, ‘쌍권(雙圈)’, , ‘투권(套圈)’, ‘연권(連圈)’, ‘삼각(三角)’, ‘직선(直線)’과 오색 표지 등으로 다양했고, 용법은 사람에 따라 달랐기에 총체적으로 서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소설의 권점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문장 또한 극히 드물게 보인다. 이런 류의 문장은 일반적으로 해당 소설의 <범례> 가운데 보이며 현재 필자가 본 적이 있는 범례만을 근거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소설의 권점에 대해 설명한 것은 쥬화산스(九華山士) 판징뤄(潘鏡若)가 《삼교개미귀정연의(三敎開迷歸正演義)》[명 만력 바이먼(白門) 완췐러우(萬卷樓) 간본]를 위해 지은 <범례>가 있다.
본 전의 권점은 보는 이의 눈을 분식하기 위함이 아니라, 경계가 되는 곳을 드러내고 진정으로 절실한 곳에는 권(圈)을 가하고 그 다음으로 점(點)을 사용한 것이다.(本傳圈點, 非爲飾觀者目, 乃警拔眞切處則加以圈, 而其次用點.)
명 천계 연간에 간행한 《선진일사(禪眞逸史)》의 첫머리에는 샤뤼셴(夏履先)이 찬(撰)한 <범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이 책 속의 권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이 책에서 권점이 어찌 보는 것을 위해 꾸민 것이라 말하는가? 특별이 오묘한 것을 밝혀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 관목[정절을 가리킴]이 조응하고 혈맥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어지는 곳을 인증하거나 확실하게 근거가 있고 중요한 곳에는 `을 쓰고, 혹은 청신하고 준일하며 빼어나게 우아하고 투명하며 화려한 꽃이 피어난 듯 기이하고 환상적이며 묘사가 흥취가 있는 곳에는 ○을 쓰고, 혹은 밝게 일깨우고 경계가 되는 곳을 드러내며 꼭 맞아떨어지고 조리가 타당하며 힘이 있어 사람을 움직이는 곳에는 ヽ를 쓴다.(史中圈点, 豈日飾觀, 特爲闡奧. 其關目照應、血脉聯絡、過接印証、典核要害之處,則用“ヽ”; 或淸新俊逸、秀雅透露、菁華奇幻、摹寫有趣之處,則用“○”; 或明醒警拔、恰适條妥、有致動人處,則用“ヽ”。)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이 책의 문장 가운데 경계가 되는 것을 드러내는 곳에 권점을 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평자는 소설의 예술적 특성을 세 가지 유형으로 귀납했고, 아울러 세 가지 서로 다른 부호로 표지를 가해 자못 눈에 띄게 보이도록 했지만, 이 세 가지 예술적 특성은 사실 그 자체로는 내재적인 논리적 구별이 결여되어 있었기에 이런 권점의 실제적인 효용은 사실상 있기 어려웠다.
권점의 구두 작용에 관한 설명으로는 청 건륭 연간에 나온 《장전산전(妝鈿鏟傳)》 중의 <권점변이(圈點辨異)》라는 문장에서 가장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다음에 그 한 대목을 인용한다.
무릇 작품 가운데 홍련점과 홍련권을 사용한 것은 혹은 뜻에 따라 가한 것이거나 혹은 용법에 따라 가한 것이거나 혹은 단어에 따라 가한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用紅連點, 紅連圈者, 或因意加之, 或因法加之, 或因詞加之,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옆에 붉은 점을 사용한 것은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이고, 중간에 붉은 점을 사용한 것은 혹은 한번 쉬거나 혹은 한번 구두하는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旁邊用紅點者, 則系一句; 中間用紅點者, 或系一頓或系一讀,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검은 색으로 둥그렇게 권을 사용한 것은 모두 지명이고, 검은 색으로 뾰죽하게 권을 한 것은 모두 인명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用黑圓圈者, 皆系地名; 用黑尖圈者, 皆系人名, 皆非漫然.)
무릇 작품 가운데 ‘장전산’이라는 세 글자를 모두 붉은 색 권으로 검은 색 권을 감쌌으니 그것을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모두 멋대로 그리한 것은 아니다.(凡傳中‘妝鈿鏟’三字, 皆紅圈套黑圈者, 以其爲題也, 皆非漫然.)
《장전산전》은 초본으로 “쿤룬 나이다이다오런 저, 쑹웨다오스 비점((昆侖褦襶道人著, 松月道士批點)”이라 제(題)하였다. 《권점변이》 문장에는 “쑹웨다오스”라 서(署)했는데, 이것으로 책 속의 권점을 평점자가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소설평점의 권점 문제에 관해서는 자료의 결핍으로 상술한 것으로만 설명을 끝내도록 하겠다.
이상에서 우리는 소설평점 형태의 발전과 그 가운데 몇 가지 주요한 형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이것으로도 소설평점의 형태에 감추어진 합리적인 함의와 후대의 문학비평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있다. 소설평점은 중국 고대의 독특한 문화 현상으로 이론 비평과 상업적인 전파가 하나로 융합된 비평 형식이다. 소설평점의 형태는 바로 이러한 배경 하에 그 자체의 형태적인 특징을 형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측면으로 표현된다.
하나는 평점 형태의 다원화로, 소설평점의 형태는 기나긴 발전 과정 속에서 고정적이고 획일화되지 않고 서로 다른 비평의 취지와 비평 대상에 근거해 서로 다른 평점 방식을 채용했다. 소설 평점 가운데 비평 대상의 함의가 풍부하고 또 자신의 정감을 표현하는 것을 위주로 하면서도 그 형태에 있어 형식이 완비되고 논변적 색채가 강렬한 것으로는 진성탄 비 《수호전》과 마쭝강 비 《삼국연의》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소설의 상업적 전파를 추진하는 데 그 뜻이 있는 평점은 형태상 간략한 형식과 감오식(感悟式)의 작문 방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이렇듯 다원화된 평점 형태는 소설평점이 통속소설의 심미적인 틀거리에 들어맞게 했을 뿐 아니라 또 다차원적인 소설 감상의 주체에 적합하게 했는데, 이렇게 해서 소설이 전파되는 가운데 자신만의 중요한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평점 형태의 실용성과 통속성이다. 소설평점은 소설 작품에 부속되어 미비와 협비, 총비 등의 형식이 모두 작품 자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독법 류의 문장은 더더욱 작품 감상의 실용성과 통속성에 대해 지도 작용을 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과 하나로 융화되었을 뿐 아니라 독자의 수용을 목적으로 하는 비평 형태는 소설평점이 중국의 고대에 쇠퇴하지 않고 성행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소설평점의 형식은 이미 역사의 진부한 흔적이 되어 현재의 문학비평에서는 이미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렇듯 독특한 비평 형태는 여전히 그 생명력과 가치를 잃지 않고 있는데, 특히 이런 비평 형태가 체현하고 있는 다층적이고 다원화된 비평의 틀과 수용을 목적으로 하고 독자를 기본으로 삼는 비평정신은 의심할 바 없이 귀감이 될 만한 비평 전통이고 또 이것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요즘의 문학 비평 중에 만연한 허망하고 부실하면서도 독자와는 별로 관계없는 비평의 폐단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