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13 장우문뢰법將雨聞雷法

장우문뢰법將雨聞雷法

【정의】

‘장우문뢰법’은 비가 오기 전에 천둥소리가 먼저 들리듯이 주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본격적인 문장, 곧 정문正文 앞에 그것을 이끄는 문장, 곧 인문引文이 나오는 것이다. 마오쭝강毛宗崗의 《삼국지 독법讀三國志法》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삼국지』에는 바야흐로 눈이 내리기에 앞서 싸라기눈이 보이고, 비 오기 전에 천둥소리가 들리는 묘미가 있다. 바야흐로 뒤에 본문이 나오기에 앞서 반드시 시덥잖은 글이 그것을 이끌어 주고, 바야흐로 큰 글이 나오기에 앞서 반드시 작은 글이 그것을 열어 주는 것이다.《三國》一書有將雪見霰、將雨聞雷之妙。將有一段正文在後, 必先有一段閑文以爲之引。將有一段大文左後, 必先有一段小文以爲之端。

이것은 앞서 진성탄金聖嘆이 말한 ‘농인법’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장우문뢰법’이 그 미치는 효과가 더 광범위하고 더 전면적이다. ‘장우문뢰법’에서 말하는 ‘이끄는 문장引文’은 어떤 철학 사상을 펼쳐 보이는 ‘시덥잖은 글閑文’이 될 수도 있고, 천하의 인재와 영웅을 묘사하는 복선이 될 수도 있으며, 대대적인 전투에 앞선 연습이 될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이것은 큰 비가 쏟아져 내리기 전의 천둥소리와 같이, 그 자체로서도 완전한 구상을 갖추며 상당히 강렬한 강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즉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고도의 예술적 효과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또 시간적으로 볼 때는 “농인법”에 비해 느슨하기에, 반드시 당장 일어날 필요는 없으며 상당한 거리를 두고 나중에 일어나도 된다. 필치의 농담에 있어서는 ‘대락묵법大落墨法’에 미치지 못하지만, 결코 가벼운 묘사는 아니며 중급 정도의 효과를 가진다.

【실례】

마오쭝강毛宗崗의 《삼국지 독법讀三國志法》에서는 ‘장우문뢰법’의 실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이를테면, 장차 차오차오曹操가 푸양濮陽에 불을 놓는 일을 서술하기에 앞서, 먼저 미주糜竺의 집안에 불이 나는 것을 서술한 시덥잖은 글이 그것을 열어준다. 장차 쿵룽孔融이 류베이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일을 서술하기에 앞서 쿵룽이 리잉李膺(110~169년)을 찾아뵙는 일을 서술한 시덥잖은 글이 그것을 열어준다. 바야흐로 츠비赤壁에서 불을 놓는 큰 글을 서술하기에 앞서, 보왕博望과 신예新野에서 불을 놓는 것을 서술한 두 대목의 작은 글이 그것을 열어준다. 바야흐로 주거량이 치산을 여섯 번 출정하는 큰 글을 서술하기에 앞서, 먼저 멍훠孟獲를 일곱 번 사로잡았다 놓아준 것을 서술한 작은 글이 그것을 열어준 것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노나라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 드리기에 앞서 반드시 판궁頖宮에서 먼저 제사를 드린다고 하였으니, 문장의 묘미는 바로 이것과 같은 것이다.

如將敍曹操濮陽之火, 先寫糜竺家中之火一段閒文以啓之; 將敍孔融求救于昭烈, 先寫孔融通刺于李弘一段閒文以啓之; 將敍赤壁縱火一段大文, 先寫博望、新野兩段小文以啓之; 將敍六出祁山一段大文, 先寫七擒孟獲一段小文以啓之是也。魯人將有事于上帝, 必先有事于頖宮, 文章之妙, 正復類是。

【예문】

마오쭝강은 제12회 미비에서 푸양에 불을 놓는 일과 미주의 집안에 불이 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주의 집에 난 불은 하늘이 낸 불天火이요, 푸양에서 난 불은 사람이 낸 불人火이기도 하고 하늘이 낸 불天火이기도 하다. 미주는 불이 날 것을 알고 그 불을 피하였으니, 하늘이 군자를 보위하였기 때문이다. 차오차오는 불이 날 것을 몰랐지만 불에 죽지 않았다. 이것은 하늘이 간웅奸雄을 세상에 남겨두고자 했기 때문이다. 군자를 보위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天理요, 간웅을 남겨두는 것은 하늘의 운수天數이다.

糜竺家中之火, 天火也, 濮陽城中之火, 人火亦天火也. 糜竺知燒而避其燒, 天所以全君子也, 曹操不知其燒而亦不死於燒, 天所以留奸雄也. 全君子是天理, 留奸雄是天數.

차오차오가 푸양에서 화재를 당하는 것과 미주의 집에 불이 나는 것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이것은 앞서 말한 일종의 철학 사상을 드러내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또 제49회의 츠비赤壁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제39회의 보왕과 제40회의 신예의 불 놓는 일이 나온 것은 주거량이라는 천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복선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마오쭝강은 제40회 미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릇 계책을 쓸 때의 어려움은 첫 번째에 있지 않고 두 번째에 있다. 적을 한바탕 겪고 난 후 여전히 앞에서의 방법으로 다시 시행하면 적들은 마찬가지로 깨닫지 못하니 신기함이 이보다 더 신기할 수 없다. 전후의 방법에 다른 점도 있는데, 앞의 불은 순수히 불만 사용한 것이요 뒤의 불은 물을 같이 이용한 것이다.

……

보왕의 불은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신예의 불은 예측하기 어렵다. 보왕의 불은 성 밖에서 일어났고, 신예의 불은 성 안에서 일어났다. 보왕의 불은 숲에서 난 것이지만 신예의 불은 집에서 난 것이다. 쿵밍이 신예에서 낸 불도 성 안의 집에서 난 것이고 뤼부가 푸양에서 낸 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뤼부의 복병들은 성 안에 있었고 쿵밍의 복병들은 성 밖에 있었으니 불이 난 가운데 있는 복병들은 알 수 있어도 불이 난 곳 밖에 있는 복병들은 이를 알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신예의 불이 푸양의 불보다 더 기묘한 것이다. 하물며 불이 부족한 강물을 건넘에 있어서랴. …… 사용할수록 더욱 환상적이고 솜씨를 부릴수록 더욱 기묘하여 지금의 독자가 그것을 보더라도 여전히 황홀하니 당시에 싸우던 이들이 어찌 혼비백산하고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았겠는가!

凡用計之難, 難不難在第一次而難在第二次. 當敵人經過一番之後, 仍以前法施之, 而敵人依舊不覺, 則奇莫奇於斯矣! 其前後用法亦有不同者, 前之火純用火, 後之火, 兼用水.

……

博望之火易料, 新野之火難料, 博望之火在城外, 新野之火在城中, 博望之火在林木, 新野之火在房室也. 然孔明新野之火是城中房室之火, 呂布濮陽之火, 亦是, 而呂布伏兵城中, 孔明伏兵城外, 火中之伏兵可知, 火外之伏兵不可知, 則新野之燒, 更甚於濮陽矣! 況火不足而濟之以水, …… 愈用愈幻, 越出越奇, 今日讀者見之, 猶目眩神搖, 安得當日戰者遇之不魂飛膽落乎!

주거량이 처음 용병用兵을 시작할 때 화공火攻을 이용하였으니, 이른바 “용병은 불을 다루는 것과 같으며, 불을 다루는 것 역시 용병인 것이다.用兵如用火, 用火亦用兵.” 그리고 두 번째에도 또 불을 다루는 것을 묘사하였으니 예술적으로 “중복되는 것도 피하는 것도 잘해 훌륭한 재주를 드러내니善犯善避顯高才”, 이렇게 함으로써 주거량의 재능을 한 단계 더 높게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사례는 그 나름의 가치를 갖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국면을 놓고 볼 때 하나의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츠비에서의 싸움에 비한다면 비교적 작은 전투에 속한다. 그래서 마오쭝강은 츠비에서의 불을 서술한 큰 문장大文에 앞서 보왕과 신예에서의 불을 서술한 작은 문장小文이 온 것이라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