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개자 김광주金光洲

루쉰 소개자 김광주金光洲

김광주는 일제강점기부터 활동한 소설가인데 흔히 우리나라 무협소설 개척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요즘은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의 아버지라고 하면 더 쉽게 알아챌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광주는 상하이에서 남양의대를 다닐 때 임시정부 활동에도 관계했으며, 중국 현대문학을 이미 1930년대부터 소개한 중국 현대문학 연구 개척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김광주의 삶은 아들 김훈의 존재 없이도 단행본 몇 권을 구성할 만한 광대한 폭과 비장한 깊이를 갖고 있다.

김광주는 1931년 3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전5회) [조선일보]에 「中國文壇의 回顧:一九二九年 以後로」라는 글을 발표한 이래 1948년 1월호 [白民]에 「魯迅과 그의作品」을 발표하기까지 20여 제목 40여편 이상의 현대문학 연구 문장을 각종 매체에 게재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당시로 보면 최첨단 중국문학을 소개한 선구자였다. 양백화, 정내동과 함께 초기 중국 현대문학 연구 3대 개척자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래 사진의 루쉰 소설 「술집에서(在酒樓上)」 번역도 김광주가 1933년 1월호 [第一線]에 발표한 문장이다. 류수인(柳樹人)의 「광인일기(狂人日記)」([東光], 1927년, 8월호) 번역, 양백화(梁白華)의 「머리털 이야기(頭髮的故事)」([中國短篇小說集], 開闢社, 1929년 1월)와 「아Q정전(阿Q正傳)」(全23回, [朝鮮日報] 1930-1-4~1930-2-16) 번역, 정내동(丁來東)의 「愛人의 죽음(傷逝)」([中外日報] 1930-3-27~1930-4-10) 번역에 이은 다섯 번째 루쉰 소설 소개였다.

또한 김광주는 해방 직후인 1946년 8월에서 11월까지 이용규(李容珪)와 함께 [魯迅短篇小說集] 제1권과 제2권을 출간했다.(서울출판사) 이는 루쉰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번역 소개한 국내 최초의 일이었다. 이로부터 루쉰 소설 번역이 본 괘도에 올랐다. 1946년 [인민평론] 7월호 2쪽 광고에는 [魯迅短篇小說集]을 제3권까지 출간하려 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내가 조사한 바로는 1~2권만 나오고 제3권은 나오지 못한 듯하다. 나는 2003년에서 2005년까지 경북대 인문과학연구소에서 [근대의 도전과 지역의 대응]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근현대 영남지역 문인들의 중국문학 수용 자료 및 국내에 번역, 연구, 소개된 중국 근현대문학 자료를 꼼꼼하게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에서도 [魯迅短篇小說集] 제3권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일로 우연찮게 책장이나 옛날 파일을 뒤적이다 보면 켜켜이 쌓인 젊은 시절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그 때는 저 골목에서 참으로 열심히 땀을 흘렸다. 근데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옛날 흔적을 보고 감상에 젖는 걸 보면 나도 이제 늙었음에 틀림없다.

[魯迅短篇小說集] 1, 2

김광주, 이용규 공역,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루쉰 소설을 단행본으로 번역 출간함.

* 제1집: 1946년 8월 20일 출간. 「행복한 가정」, 「고향」, 「孔乙己」, 「高老夫子」, 「단오절」, 「고독자」 6편 수록. 권두에 정내동의 「魯迅과 中國文學」, 김광주의 「魯迅短篇小說集을 내면서」, 루쉰의 「외침(吶喊) 자서」가 실림, 총 200쪽

* 제2집: 1946년 11월 15일 출간. 「광인일기」, 「비누」, 「아Q정전」 3편 수록. 권두에 정내동의 「아Q정전과 광인일기」, 김광주의 「第二輯을 내면서」, 루쉰의 「생명의 길」이 실림, 총 148쪽.

* 제2집 서문에서 김광주는 제3집을 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도서관 목록에 제3집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제3집은 출간하지 못한 듯하다.

* 또 공역자 중 한 사람인 김광주는 『칼의 노래』를 쓴 소설가 김훈의 부친으로 알려져 있으나, 또 다른 한 사람인 이용규(李容珪)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혹시 이용규가 누구인지 아시거나 제3집의 출간 여부를 아시는 분은 가르침 주시기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