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17-예禮

limao

우리 말에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예법에 따라 치르는 의식. 예의로써 지켜야 할 규범. 공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인사하는 일 등의 의미로 쓰이는 禮의 원래 글자는 豐(굽높은 그릇 례, 매우 많은, 혹은 성한 모습 풍-豊)이었다. 그러다가 豐이 풍성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示(보일 시)와 결합하여 禮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되었다.

禮는 示와 豐이 결합한 것으로 회의자(會意字)이면서 豐가 소리(音)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먼저 살펴야 할 것은 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하늘이나 조상, 신령 등에게 제사를 지낼 때 공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올리는 것이면서 여러 물건을 담는 굽 높은 그릇을 의미하는 豆(콩 두, 제사 그릇 두)와 그 위에 올려놓은 여러 물건이 쌓여있는 모습을 그린 𠁳(예쁠 봉)이 합쳐진 것이다. 𠁳(丰)은 풀이 잘 자라서 풍성한 상태를 나타내는 글자로 위아래가 연결되어 무성한 모양이다. 위가 풍성하면 반드시 아래 뿌리가 깊은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豐은 제기 위에 쌓아 놓은 것들이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낸다. 즉, 크면서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大而卑)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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示는 상(商)나라 시대의 갑골문(甲骨文)에서부터 보이는 글자로, 고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공경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사상(祭臺)을 형상화한 것이다. 하늘이나 조상, 신령 등에게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신령을 공경하고 복을 얻으려고 신령의 보우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글자의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글자의 중간에 있는 干은 하늘에서 아래로 드리워진 모습(天垂象)을 통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인데, 양쪽에 있는 두 개의 획은 길흉과 사람을 나타낸다. 세 개가 드리워진 모양(𥘅)은 해달별(日月星)을 의미하기도 하여 천문(天文)을 보아 시간, 혹은 시절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신을 섬기는 것, 혹은 신의 계시 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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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禮는 신에게 최고의 공경과 도리를 갗춰 보여줌으로써 사람에게 유리하거나 걱정 없이 삶을 살 수 있도록 신령의 도움을 받기 위한 행동과 말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뜻이 확장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과 자연 사이에 서로에 대한 공경의 뜻을 표하는 모든 행위와 언어를 가리켜 예절, 혹은 예의라고 하게 되었으며,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되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강조를 아주 강력하게 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갈등과 폭력, 폭언 등을 미연(未然)에 방지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의가 사회 전반을 관통하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면 기본적인 질서가 유지되면서 이상한 사건이나 문제 등의 발생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듣고 보는 우리 사회는 참으로 이상하고 괴기스런 문제나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않고 일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고, 고려하는 생각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됨으로써 매우 사소한 것으로도 사법기관에 의지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조선이 오백년에 걸쳐 예절과 예의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만들어 놓았던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을 현대의 우리는 불과 백 년 정도의 시간 사이에 이런 것을 모두 내팽개쳐버리고 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짓느니 한숨이요, 흐르느니 눈물’이란 말을 실감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