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잡기印象雜記 – 4 문文

‘文(문)’의 초기 모양을 보면, 서 있는 사람의 몸통에 뭔가 잔뜩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원래 뜻은 ‘문신’, ‘문양’, ‘무늬’이다. 그런데 이 ‘文’이 ‘글자’, ‘문장’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자, ‘糸’를 붙인 ‘紋(문)’을 만들어서 ‘文’의 원래 뜻으로 쓰게 되었다. 주인이 세입자에게 쫓겨나 다른 집을 짓게 된 것이다. 한자 세계에서는 이런 권력 쟁탈이 엄청 많이 일어났다. 조용해 보이는 그 세계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끝없었다.

사람 입장에서 세상 모든 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이 ‘인문(人文)’이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천문(天文)’이다.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바람 불고 천둥 치고 눈비 오는 것을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천문’이다.

세상 온갖 현상이 어떻게 된 건지 사람이 관찰 연구하면서, 그것들에게 ‘학(學)’을 붙인다. 그것이 인문학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인문학이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은 ‘천문’이고,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인문학’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의학, 공학… 모두가 인문학이다.

인문학 위기 코스프레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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