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번등법曲折翻騰法
【정의】
‘곡절번등법’은 ‘곡필법曲筆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야기에 수많은 곡절과 파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원나라 때 시인인 위안하오원元好問은 일찍이 “글을 지을 때는 곡절이 있어야 포대 자루의 바닥이 일목요연하게 다 보이는 것을 면할 수 있다作文要有曲折,不可作直頭布袋”(우너吳訥, 《문장변체서설文章辨體序說》)고 말했다. 포대 자루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자루의 입구를 열면 그 안에 있는 것이 모두 보인다. 문장이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는 것이다. 청대의 시인 위안메이袁枚도 “무릇 사람됨은 곧은 것을 귀하게 여기지만, 시문을 지을 때는 곡절을 귀하게 여긴다凡作人貴直,而作詩文貴曲”고 하였다. 소설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 정절에 곡절이 있고 파란이 있어야만 독자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실례】
《요재지이》 「귀뚜라미促織」의 고사는 길이가 그리 길지 않고, 등장인물 역시 많지 않지만, 귀뚜라미에 얽힌 이야기를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일부 상층 귀족 계층의 유희오락으로 시달리는 일반 백성들의 애환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지만, 결말에 가서는 환상적인 기법에 의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중국 고대소설이 상투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독자들을 질리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 자리잡은 몇 차례의 반전이다.
주변머리가 없어 귀뚜라미 상납이라는 직책을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주인공 청밍成名은 갖은 고초를 겪으며 재산마저 탕진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찮게 용한 무당의 점지로 귀뚜라미를 잡아 용케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듯 한다. 그러나 아들이 어쩌다 그 놈을 죽여버리고 이 일로 꾸중을 들을까봐 우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 귀뚜라미로 인해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반전이 일어나니 그 와중에 사로잡은 귀뚜라미로 인해 청밍은 포상을 받고 오히려 집안을 크게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게 아들이 귀뚜라미로 환생해 벌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아들도 되살아난다.
「귀뚜라미促織」는 그야말로 ‘기이한 가운데 기이함이 생기고, 경물 중에 경물이 있는奇中生奇, 景中有景’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바, 이야기의 큰 곡절 가운데 약간의 작은 곡절들이 깔려 있으며, 솟구쳐 오르는 격류 가운데 다시 수많은 작은 물결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문장은 곡절을 귀하게 여긴다’고 하였거니와, 그렇다고 한신韓信이 자신이 거느릴 병사에 대해서 “많을수록 더 좋다多多益善”라고 한 데까지 이르러서는 안 된다. 금나라 때의 문장가인 왕뤄쉬王若虛 역시 “곡절이 지나치면, 왕왕 지리멸렬해지거나, 뿔뿔이 흩어져 수습이 되지 않는다曲折太過, 往往支離蹉跌, 或至渙散而不收”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곡절번등법’은 문장이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진부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지, 곡절을 위한 곡절을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안 되는 것이다.
【예문】
선덕(1426~1435년) 연간 궁중에서 귀뚜라미 놀이가 유행하는 바람에 매년 민간에서 귀뚜라미를 징발하게 되었다. 이 놈은 원래 산시陝西 지방의 특산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화인 현華陰縣의 어떤 현령이 상관에게 아첨하기 위해 바쳤던 귀뚜라미 한 마리가 유달리 싸움을 잘하자 이 지방에는 매년 상납 명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현령은 그 일을 이정里正들에게 맡기고 빨리 바칠 것을 독촉했다. 달리 할 일이 없는 시정의 건달들은 튼튼한 귀뚜라미를 잡아 조롱 속에 넣고 키우다가 때가 되면 가격을 높이 매겨 폭리를 취하곤 하였다. 교활한 아전배들은 이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비용을 분담시켰기 때문에 한 마리가 상납될 때마다 몇 가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고을에 청밍成名이란 이가 살았다. 그는 오랫동안 과거를 준비했지만 아직 수재에도 합격하지 못한 동생童生이었다. 사람됨이 성실하고 말주변이 없었기 때문에 마침내 간사한 지방 관리들에게 얕보여 이정이 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는 백방으로 애썼지만 결국 몸을 빼낼 수 없었다.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얼마 안 되는 그의 재산은 남의 돈을 물어주다 모두 바닥이 났다. 하지만 귀뚜라미를 징발하는 명령은 예년과 다를 바 없이 또 다시 떨어졌다. 청밍은 가구 별로 액수를 할당해 돈을 추렴할 수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대신 물어줄 돈도 없었다. 그가 고민하면서 죽고 싶다고 푸념하자 곁에 있던 그의 아내가 참견을 하고 나섰다.
“죽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차라리 당신이 나가서 직접 귀뚜라미를 찾아보는 게 낫지요. 혹시 알아요. 한 마리 걸려드는 놈이 있을지?”
청밍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튿날부터 아침 일찍 밖으로 나왔다가 해가 저문 뒤에야 귀가했다. 대나무 바구니와 철사로 짠 조롱 하나를 손에 들고 무너진 담장이나 우거진 풀숲을 돌아다니며 돌도 뒤집어보고 구멍도 파헤치면서 갖가지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걸려드는 놈은 없었다. 관리는 기한을 엄격하게 정해 놓고 납품을 다그쳤다. 열흘 기한이 지난 뒤 그는 곤장을 백 대나 맞았다. 양쪽 허벅지가 다 터지고 피고름이 흘러 귀뚜라미를 잡으러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자 그는 침상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오직 죽고 싶어 할 따름이었다.
그 무렵 마을에 한 곱사등이 무당이 나타났는데 귀신처럼 용하게 잘 맞힌다는 소문이 돌았다. 청밍의 아내는 복채를 준비하여 점을 치러 찾아갔다. 무당이 사는 집 문전에는 홍안의 처녀아이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끓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이 막힌 방안에는 휘장이 길게 드리워졌는데 그 밖으로 향로가 얹힌 탁자가 놓여 있었다. 점치러 온 사람은 세발 향로에 향을 사른 뒤 두 번 절을 올렸다. 무당은 곁에서 그들을 대신하여 허공에 대고 기도를 드리면서 입술을 끊임없이 열었다 닫았다 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은 제각기 엄숙한 모습으로 자리에 선 채 분부가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휘장 안에서 종이쪽지가 튕겨져 나왔는데 바로 사람들이 묻고 싶었던 사안과 털끝만치도 차이가 없었다.
청밍의 아내는 탁자 위에 돈을 올려놓고 앞사람이 하던 대로 향을 사르고 절을 올렸다. 한참 지난 뒤 휘장이 약간 움직이면서 종이쪽지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주워보니 글씨가 아닌 그림이었다. 종이 한가운데에는 절처럼 보이는 커다란 전각이 그려져 있는데, 그 뒤쪽의 야트막한 산 아래에는 기괴하게 생긴 바위들이 어지러이 널린 가운데 우거진 가시덤불 사이로 청마두 한 마리가 엎드려 있었다. 근처에는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듯한 자세를 취한 두꺼비 한 마리도 그려져 있었다. 청밍의 처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림 속의 귀뚜라미를 보니 자기의 걱정거리를 맞힌 것도 같았으므로 그림을 접어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보였다.
청밍은 그림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거듭 곱씹어보다가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귀뚜라미를 생포할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림 속의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을 동쪽에 있는 대불각大佛閣의 전경과 매우 흡사했다. 그리하여 그는 아픔을 무릅쓰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대 그림을 지니고 대불각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거진 덤불 사이로 오래된 무덤 하나가 불쑥 나타나자 청밍은 무덤을 끼고 돌아서 올라갔다. 그러자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하게 널린 바윗돌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정녕 그림 속의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쑥넝쿨 사이에서 바늘 한 개, 풀씨 한 톨을 찾는 듯한 자세로 귀를 쫑긋 세우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급기야 귀가 먹먹해지고 눈앞이 노래져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나갔지만 귀뚜라미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수색을 계속했다.
별안간 두꺼비 한 마리가 눈앞에서 펄쩍 뛰어오르자 청밍은 깜짝 놀라 황급히 녀석을 뒤쫓아갔다. 두꺼비는 풀숲 사이로 사라졌고, 청밍은 넝쿨을 헤치면서 놈을 찾다가 가시덤불 밑동에 엎드려 있는 귀뚜라미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후다닥 덮쳤지만 귀뚜라미는 벌써 바위에 팬 구멍 안으로 들어간 다음이었다. 가느다란 풀줄기를 들이밀어 안쪽을 더듬어도 귀뚜라미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대나무통에 든 물을 구멍 안으로 들이부었더니 귀뚜라미는 그제야 밖으로 기어나왔다. 생김새가 대단히 건장하고 잘생긴 놈이었다. 청밍은 재빨리 쫓아가 결국 놈을 생포하고야 말았다. 다시 찬찬히 뜯어보니 귀뚜라미는 우람한 몸집에 기다란 꼬리, 푸른색 목덜미에 금빛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청밍은 크게 기뻐하며 귀뚜라미를 조롱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 집안 식구가 기뻐 어쩔 줄 몰라했는데, 비록 연성지벽을 얻었다 한들 그보다 더 기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커다란 화분에 귀뚜라미를 넣고 게살과 알밤을 먹이로 주면서 애지중지 키웠다. 그러면서 정해진 날짜가 닥치면 관가에 바치고 추궁을 면하게 되기만 고대했다.
청밍에게는 아홉 살 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몰래 귀뚜라미가 담겨 있는 화분의 덮개를 열었다. 그 순간 귀뚜라미가 팔짝 뛰어올라 달아났는데, 어찌나 빠른지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손바닥으로 덮쳐 잡고 나니 녀석은 이미 다리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져 잠깐 사이에 죽고 말았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어머니에게 울면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인간 말종아. 너는 이제 다 살았다. 네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호되게 경을 칠 거야.”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울면서 밖으로 나갔다.
얼마 뒤 청밍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의 말을 듣고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부들부들 떨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아들을 찾았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급기야 우물에 빠져 죽은 아이의 시체를 찾아내기에 이르자 노여움은 비탄이 되었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울부짖음만 남았다. 청밍 부부는 담장 모서리를 향해 멍청하게 앉아 있기나 할 뿐 밥 지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본 채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고, 더 이상 살아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해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그들은 겨우 아이의 시체를 거적에 말아 묻을 생각이 났다. 그런데 가까이서 어루만지니 아이는 아직 실낱같이 가는 숨을 몰아쉬는 중이었다. 기뻐서 아이를 침상에 뉘었더니 한밤중이 되자 다시 소생하는 기미가 보였다. 부부의 마음도 그제야 약간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비어 있는 귀뚜라미 조롱에 눈길이 가면 곧 숨이 막히고 목이 메이면서 말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아이를 들여다 볼 흥도 나지 않았다. 저물녘부터 새벽이 될 때까지도 청밍의 두 눈꺼풀은 감기지 않았다. 동녘에서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도 청밍은 침상에 드러누운 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 청밍이 울음소리가 난 곳을 살펴보았더니, 자신이 잡았던 귀뚜라미가 마치 살아 있는 놈처럼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기쁨에 겨워 얼른 귀뚜라미를 덮쳤다. 놈은 “귀뚤”하고 울다가 펄쩍 뛰어 달아났는데 대단히 재빠른 동작이었다. 청밍은 얼른 손으로 놈을 덮쳤다. 하지만 손바닥 아래가 허전해서 살짝 위로 들어올리는 순간, 귀뚜라미는 또 번개처럼 튀어 달아났다. 청밍은 다급하게 뒤쫓아갔지만 담장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끝내 간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왔다 갔다 하면서 사방을 둘러보던 그는 벽 위에 엎드려 있는 귀뚜라미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크기가 작고 검붉은 빛깔이 먼젓번 놈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청밍은 귀뚜라미가 작았기 때문에 열등한 종자로 치부해 버리면서 다시 아까의 귀뚜라미를 잡기 위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벽에 달라붙었던 녀석이 갑자기 그의 옷깃 사이로 뛰어내렸다. 다시 녀석을 살펴보았더니 생김새가 마치 땅강아지 같았다. 매화꽃 무늬의 날개며 네모나게 각진 대가리, 기다란 다리가 어쩌면 그리 모자라는 놈은 아니지 싶기도 했으므로 청밍은 기분이 좋아져 귀뚜라미를 잡아들였다. 관가의 납품 날짜를 기다리던 그는 귀뚜라미가 합격 기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다가 귀뚜라미 싸움을 붙여 놈의 역량을 미리 관찰해 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같은 마을에 호사꾼 젊은이가 귀뚜라미 한 마리를 키우면서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이름을 ‘해각청解殼靑’이라 붙여주고 날마다 다른 젊은이들의 귀뚜라미와 싸움을 붙였는데, 한번도 이기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이 귀뚜라미를 이용해 큰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가격을 대단히 높게 매겨 놓아 줄곧 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 이 젊은이가 어느날 청밍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청밍이 키우는 귀뚜라미를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낄낄거리고 웃음을 터뜨리다 자기 귀뚜라미를 꺼내 조롱 속으로 집어넣었다. 청밍이 보기에도 그 귀뚜라미를 몸뚱이가 대단히 우람해서 자기도 모르게 위축되었으므로 감히 겨뤄보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이는 한사코 달려들며 싸움을 걸었다. 청밍도 내심 품질이 낮은 종자야 어차피 쓸모가 없을 테니 차라리 싸움이나 붙여 한때의 즐거움이나 취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두 마리의 귀뚜라미는 싸움터 대용의 널찍한 대접 속에 합쳐졌다.
작은 귀뚜라미가 마치 목각 인형처럼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자, 젊은이는 또다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시험 삼아 뻣뻣한 돼지털로 귀뚜라미의 더듬이를 건드렸지만 놈은 그래도 움직임이 없었다. 젊은이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세 번이나 집적거리고 나서야 작은 귀뚜라미는 벌컥 성을 내며 앞쪽으로 돌진했다. 두 마리가 서로 뒤엉켜 엎치락뒤치락 싸우게 되면서 놈들의 날개 치는 소리가 사방으로 윙윙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작은 귀뚜라미가 펄쩍 뛰어오르면서 꼬리를 늘여 빼고 모가지를 길게 뽑더니 앞쪽으로 달려들며 상대방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 순간 젊은이가 질겁을 하면서 둘을 갈아놓아 싸움을 중지시켰다.
작은 귀뚜라미는 날개를 흔들며 득의에 찬 울음을 토해 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승리를 주인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청밍은 좋아 어쩔 줄 몰랐다. 모두들 그 귀뚜라미를 감상하고 있는데 수탉 한 마리가 힐끗 눈길을 던지더니 곧장 앞으로 달려나와 쪼는 시늉을 했다. 청밍은 너무 놀라 순간적으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 뿐 미처 손 쓸 겨를이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탉은 귀뚜라미를 쪼지 못했고, 귀뚜라미는 팔짝 뛰어올라 한 자쯤 날아갔다. 수탉은 다시 잽싸게 귀뚜라미를 쫓아갔고 귀뚜라미는 어느새 적의 발톱 아래 놓이게 되었다. 청밍은 너무나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곧이어 수탉이 모가지를 길게 늘여 빼고 양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서 관찰해보니 바로 귀뚜라미가 닭의 벼슬 위에 꽉 달라붙어 깨문 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청밍은 더더욱 놀라 기뻐하며 서둘러 귀뚜라미를 조롱 안으로 잡아들였다.
다음날 청밍은 귀뚜라미를 현령에게 바쳤다. 현령은 귀뚜라미 크기가 작다는 구실로 벌컥 화를 내며 청밍에게 꾸지람을 퍼부었다. 아무리 귀뚜라미의 비범함을 설명해도 현령은 도통 믿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귀뚜라미와 싸움을 붙여 기량을 시험해 보게 되었는데, 청밍의 귀뚜라미는 싸우는 족족 적을 쓰러뜨렸다. 또 수탉을 데려와 싸움을 붙였더니 모든 것이 청밍이 말한 그대로였다. 현령은 청밍에게 상을 내리고 귀뚜라미를 산시 성의 순무에게 갖다 바쳤다. 순무는 대단히 기뻐하며 금으로 만든 조롱에 넣어 황제에게 바쳤고, 아울러 귀뚜라미의 출중한 능력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귀뚜라미는 궁궐로 들어간 뒤 천하 각처에서 진상된 호접, 당랑, 유리달, 청사액 등등, 비범한 귀뚜라미와 겨루게 되었는데, 그에게 굴복하지 않는 놈이 없었다. 게다가 이 귀뚜라미는 거문고며 비파 같은 악기 소리가 들리면 박자에 맞춰 춤을 출 줄 알았으므로 더욱더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황제는 더없이 흡족해하며 순무에게 명마와 비단옷을 하사했다. 순무는 귀뚜라미의 출처를 잊지 않았다. 얼마 뒤 화인 현의 현령은 ‘탁월하고 비범하다’는 평가가 매겨져 중앙에 보고되었다. 현령은 기분이 좋아 청밍의 이정 역을 면제해주고 또 시험관에게 부탁해 그를 현학에 입학시켜 생원이 되도록 주선했다.
일 년여가 지난 뒤에야 청밍의 아들은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귀뚜라미로 변했었는데, 몸이 민첩하고 싸움을 잘하다가 지금에야 겨우 정신이 돌아온 거라고 설명했다. 산시 성의 순무도 청밍에게 후한 상을 내려 은혜에 보답했다.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일만 마지기가 넘는 토지에 처마가 끝없이 이어진 대궐 같은 집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제각기 이백 마리가 넘는 소와 양을 거느리게 되었다. 식구들이 한번 대문을 나섰다 하면 몸에 걸친 갖옷과 타고 다니는 말이 고관대작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요재지이》 권4 「귀뚜라미促織」)
促織
宣德間,宮中尚促織之戲,歲徵民間。此物故非西產;有華陰令欲媚上官,以一頭進,試使鬥而才,因責常供。令以責之里正。市中游俠兒得佳者籠養之,昂其直,居爲奇貨。里胥猾黠,假此科斂丁口,每責一頭,輒傾數家之產。
邑有成名者,操童子業,久不售。爲人迂訥,遂爲猾胥報充里正役,百計營謀不能脫。不終歲,薄產累盡。會徵促織,成不敢斂戶口,而又無所賠償,憂悶欲死。妻曰:“死何裨益?不如自行搜覓,冀有萬一之得。”成然之。早出暮歸,提竹筒絲籠,於敗堵叢草處,探石發穴,靡計不施,迄無濟。即捕得三兩頭,又劣弱不中於款。宰嚴限追比,旬餘,杖至百,兩股間膿血流離,並蟲亦不能行捉矣。轉側牀頭,惟思自盡。
時村中來一駝背巫,能以神卜。成妻具資詣問。見紅女白婆,填塞門戶。入其舍,則密室垂簾,簾外設香幾。問者爇香於鼎,再拜。巫從旁望空代祝,脣吻翕闢,不知何詞。各各竦立以聽。少間,簾內擲一紙出,即道人意中事,無毫髮爽。成妻納錢案上,焚拜如前人。食頃,簾動,片紙拋落。拾視之,非字而畫:中繪殿閣,類蘭若;後小山下,怪石亂臥,針針叢棘,青麻頭伏焉;旁一蟆,若將躍舞。展玩不可曉。然睹促織,隱中胸懷。折藏之,歸以示成。
成反覆自念,得無教我獵蟲所耶?細瞻景狀,與村東大佛閣逼似。乃強起扶杖,執圖詣寺後,有古陵蔚起。循陵而走,見蹲石鱗鱗,儼然類畫。遂於蒿萊中側聽徐行,似尋針芥。而心目耳力俱窮,絕無蹤響。冥搜未已,一癩頭蟆猝然躍去。成益愕,急逐趁之,蟆入草間。躡跡披求,見有蟲伏棘根。遽撲之,入石穴中。掭以尖草,不出;以筒水灌之,始出,狀極俊健。逐而得之。審視,巨身修尾,青項金翅。大喜,籠歸,舉家慶賀,雖連城拱璧不啻也。上於盆而養之,蟹白慄黃,備極護愛,留待限期,以塞官責。
成有子九歲,窺父不在,竊發盆。蟲躍擲徑出,迅不可捉。及撲入手,已股落腹裂,斯須就斃。兒懼,啼告母。母聞之,面色灰死,大驚曰:“業根,死期至矣!而翁歸,自與汝復算耳!”兒涕而去。
未幾,成歸,聞妻言,如被冰雪。怒索兒,兒渺然不知所往。既而得其屍於井,因而化怒爲悲,搶呼欲絕。夫妻向隅,茅舍無煙,相對默然,不復聊賴。日將暮,取兒藁葬。近撫之,氣息惙然。喜置榻上,半夜復甦。夫妻心稍慰,但兒神氣癡木,奄奄思睡。成顧蟋蟀籠虛,則氣斷聲吞,亦不復以兒爲念,自昏達曙,目不交睫。東曦既駕,僵臥長愁。忽聞門外蟲鳴,驚起覘視,蟲宛然尚在。喜而捕之,一鳴輒躍去,行且速。覆之以掌,虛若無物;手裁舉,則又超忽而躍。急趨之,折過牆隅,迷其所在。徘徊四顧,見蟲伏壁上。審諦之,短小,黑赤色,頓非前物。成以其小,劣之。惟彷徨瞻顧,尋所逐者。壁上小蟲忽躍落襟袖間,視之,形若土狗,梅花翅,方首,長脛,意似良。喜而收之。將獻公堂,惴惴恐不當意,思試之鬥以覘之。
村中少年好事者,馴養一蟲,自名“蟹殼青”,日與子弟角,無不勝。欲居之以爲利,而高其直,亦無售者。徑造廬訪成,視成所蓄,掩口胡盧而笑。因出己蟲,納比籠中。成視之,龐然修偉,自增慚怍,不敢與較。少年固強之。顧念蓄劣物終無所用,不如拼博一笑,因合納鬥盆。小蟲伏不動,蠢若木雞。少年又大笑。試以豬鬣毛撩撥蟲須,仍不動。少年又笑。屢撩之,蟲暴怒,直奔,遂相騰擊,振奮作聲。俄見小蟲躍起,張尾伸須,直齕敵領。少年大駭,急解令休止。蟲翹然矜鳴,似報主知。成大喜。方共瞻玩,一雞瞥來,徑進以啄。成駭立愕呼,幸啄不中,蟲躍去尺有咫。雞健進,逐逼之,蟲已在爪下矣。成倉猝莫知所救,頓足失色。旋見雞伸頸擺撲,臨視,則蟲集冠上,力叮不釋。成益驚喜,掇置籠中。
翼日進宰,宰見其小,怒呵成。成述其異,宰不信。試與他蟲鬥,蟲盡靡。又試之雞,果如成言。乃賞成,獻諸撫軍。撫軍大悅,以金籠進上,細疏其能。既入宮中,舉天下所貢蝴蝶、螳螂、油利撻、青絲額一切異狀遍試之,莫出其右者。每聞琴瑟之聲,則應節而舞。益奇之。上大嘉悅,詔賜撫臣名馬衣緞。撫軍不忘所自,無何,宰以卓異聞。宰悅,免成役。又囑學使俾入邑庠。後歲餘,成子精神復舊,自言身化促織,輕捷善鬥,今始蘇耳。撫軍亦厚賚成。不數年,田百頃,樓閣萬椽,牛羊蹄躈各千計;一出門,裘馬過世家焉。
異史氏曰:“天子偶用一物,未必不過此已忘;而奉行者即爲定例。加以官貪吏虐,民日貼婦賣兒,更無休止。故天子一跬步,皆關民命,不可忽也。獨是成氏子以蠹貧,以促織富,裘馬揚揚。當其爲里正,受撲責時,豈意其至此哉!天將以酬長厚者,遂使撫臣、令尹,並受促織恩蔭。聞之:一人飛昇,仙及雞犬。信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