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진용경陳用卿 금전여의문호金錢如意紋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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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큰 크기의 둥근 차호는 자갈색紫褐色으로, 자사의 질감이 은은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형은 힘이 넘쳐흐르고 용모가 비범한데, 높은 연밥高蓮子 형태의 몸통과 높은 뚜껑, 높은 목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 뚜껑 위로는 옛 동전처럼 투조한 공 모양의 형태의 금전구金錢球 뚜껑꼭지가 있고 그 아래로는 여의 구름 문양을 장식하였는데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다. 세 번 꺾인 물대와 길게 굽은 손잡이의 무게감은 서로 같으며 차호의 배 부분에는 한 줄의 선이 있어 몸체를 분할하며 리듬감을 주고 있다.

몸통에는 초서草書 명문이 있는데 용경用卿이라는 관지가 함께 새겨져 있다. 이 차호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명문과 서명이 모두 몸통에 새겨져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명문이 해서楷書가 아닌 초서로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진용경은 기물의 몸통에 초서체로 서명과, 명문, 시구를 새긴 최초의 작가일 것이다. 기물 가운데 어떤 것들은 진용경처럼 차호의 배 위에 시대빈의 서명을 새겼는데 모두 위조품이다.

진용경은 명 천계 연간에서 숭정 연간까지의 인물로 시대빈의 제자 장시영蔣時英보다 약간 후배이다. 차호의 제작 풍격은 시대빈처럼 정교하였으며 그 성격이 매우 강직하여 자신의 힘을 믿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곤 했는데,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살이를 한 적도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진씨네 바보 셋째陳三呆子”라고 불렀다.

진용경이 만든 차호는 그 모양이 정교하여 연자호蓮子壺, 탕파호湯婆壺1), 발우호鉢盂壺, 원주호圓柱壺 등 여러 형태의 차호를 만들었는데 대충 만들어도 둥글고 매우 아름다웠다. 관지는 종요鍾繇의 글씨체를 모방하여 매우 비슷하였고 붓질이 서툴러 대나무 칼을 사용하였다.

이 차호는 현재 홍콩 다구문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1) 탕파湯婆는 일반적으로 주석이나 동으로 만들어 뜨거운 물을 넣어 보온을 위해 이불 속에 두는 기물로 일본에서는 이를 ‘유담뽀’라고 하는데 담뽀가 바로 탕파湯婆의 일본 발음이다. 여기에서는 둥글고 납작한 탕파 형태의 차호를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