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 혜맹신惠孟臣 일립주一粒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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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의 재질은 대홍니大紅泥로 얇고 고우며 빛깔은 아름답고 부드럽다. 조형은 간결하고 소박하며, 고상하고 탈속적이며, 아름다우나 가냘프지 않다. 배 부분은 매우 동그란 공의 형태이고, 목이 없으며, 뚜껑은 안으로 끼워넣는 식이고, 작은 원형의 구슬 꼭지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자사 차호의 형태로 속칭 “구슬 한 알이라는 의미의 일립주一粒珠”라고 한다. 세 번 꺾인 대롱 형태의 물대, 바깥쪽은 둥글고 안쪽은 평평한 고리 형태의 손잡이는 정교하게 만들어져 자연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작은 주니호는 작고 깜찍하며 그 형식이 아름답고 우아하여 “온몸에서 부드러운 정과 가냘픈 자태가 아름답게 드러나 마치 화청지에서 목욕하는 양귀비와 같다通體柔情, 綽態嬋娟, 如妃子浴華淸池中.“

출수구와 손잡이와 호의 입이 동일한 수평선 상에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이 차호를 평가하는 한 방법이다. 호의 바닥은 안쪽으로 파인 굽테두리이다.

이러한 것은 중국 푸젠성, 광둥성과 동남아 일대에서 성행하는 공부차功夫茶에 사용되는 작은 차호이다. 차를 우릴 때 작은 차호가 호승茶池의 수평면에 떠있었기에 훗날 ”수평호水平壺“라 부른 자사호의 전신前身이기도 하다 .

혜맹신惠孟臣은 대략 명明 천계天啓 연간에서 청淸 강희康熙 연간까지 살았던 인물로 형계荆溪 사람이다. 청천산관廳泉山館이 소장한 백니대호白砂大壺 바닥에 “천계 정묘년 형계 혜맹신 만들다天啓丁卯年荆溪惠孟臣製”라는 서명이 있어 그의 성姓과 본적 그리고 대략적인 활동년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혜맹신의 기예는 매우 출중하여 독자적으로 하나의 유파流派를 형성하였다. 작품으로는 작은 차호가 많고 중간 크기의 차호는 적으며 커다한 차호는 매우 드물다. 여러 종류의 니료를 잘 배합하였는데 백니, 자니, 주니, 가운데 주니와 자니가 가장 많고 백니는 드물었다. 차의 형태는 둥근 형태, 평평한 형태, 높은 형태, 평평한 어깨를 가진 형태, 배梨 형태, 북鼓 모양의 배腹를 가진 형태, 둥근 배腹를 가진 형태, 부채꼴 형태 등 다양하나 배梨 모양의 형태가 후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17세기말 유럽 각지에 수출된 초기 자사호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

영국의 앤 여왕은 은제 다구를 만들 때 혜맹신의 배 모양 형태의 차호인 이형호梨形壺를 본떠 만들게 하였다고 한다.

혜맹신이 만든 차호는 겉으로는 평범하나 매우 정교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작은 차호를 잘 만들어 세상에 이름을 떨치니 후세 사람들이 이를 “맹신호孟臣壺”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