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民家紀行 – 04 베이징·상하이 현대 아파트

베이징·상하이 현대 아파트 – 샤오캉의 꿈이 담긴 예쁜 보금자리

경제성장에 탄력을 받은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언제 어디든 ‘24시간 공사 중’이다. 도로, 댐, 고층 건물, 경기장, 공원……. 그 가운데 살림집으로서 아파트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도시든 1년 뒤에 가보면 빈터였던 곳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햇빛을 반사하면서 여행객을 놀라게 한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베이징 사람들은 사합원이나 평방에 살았지만, 이제는 고층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전역의 도시를 뒤덮어가면서 경제성장의 열매처럼 뿌려지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보자.

중국어로 아파트는 공우公寓라고 하는데 여러 가구가 한데 산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고층임을 드러내어 루방樓房, 대루大樓, 탑루塔樓라고도 하는데 단층집인 평방에 대조되는 말이다. 물론 과거에도 베이징이나 다른 대도시에 아파트가 있었다. 대개 엘리베이터 없이 8층 이하로 지었다. 9층 이상으로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밤 12시까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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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고층 아파트는 중국 경제정책의 목표인 ‘샤오캉小康’의 표상이다. 1979년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경제발전의 목표를 20세기 마지막 해에 샤오캉에 도달하는 것으로 제시했었다. 샤오캉은 원래 《예기禮記》에 나온 말로, 유가의 가장 이상적인 대동세계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으로 정교政教가 맑고 투명하며 사람들이 부유하고 안락한 사회를 말한다. 지금은 중산층을 칭하는 말로 소자산 계급이나 소시민 또는 프티 부르주아petit bourgeois라는 뜻이다.

실제 이런 아파트에 입주해서 사는 전형적인 샤오캉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그 가운데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잡아 나름대로 괜찮은 월급으로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사는,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와 결혼한 젊은 부부, 스스로도 샤오캉이라고 생각하는 한 부부의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주인공 부부는 둘 다 1982년생 30대 동갑내기이고 고향 친구였다. 열두 살에 학교에서 만나 남자가 먼저 눈길을 주면서 친구가 되었다. 둘 다 공부를 꽤 잘했다. 남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의 항공대학으로 진학했고, 여자는 충칭의 외국어대학으로 가게 되면서 ‘진학 이별’을 하게 되었다. 여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대학 졸업 후에 베이징의 인민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사랑을 따라 베이징으로 유학을 온 것이다.

여자는 인민대 대학원을 마치고 베이징 모 대학의 외국인 대상 중국어 선생으로 자리를 잡았고, 남자는 베이징의 법률회사에 취직했다.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 친구들을 초청해 예쁜 카페에서 결혼식을 한 번 하고, 고향으로 가서 부모와 친척들을 모시고 결혼식을 또 올렸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 위해 베이징의 대학원으로 진학한 것도 그렇고, 결혼식도 주변 친구들만 모아서 따로 한 것을 보면 발상법이 꽤 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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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독생자, 외아들에 외동딸이다. 이들은 춘절에 고향을 가기도 하지만, 양가 부모가 베이징으로 와서 춘절을 지내고 돌아가기도 한다. 춘절에 베이징에서 충칭을 다녀오자면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그 항공료라면 시간이 넉넉한 부모님이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올라와서 관광도 할 수 있으니, 자연스레 역귀성이 된 것이다.

아파트를 찾아가 보자. 코리아타운 왕징에서 서남 방향으로 가까운 곳에 샤오야오쥐芍药居라는 동네다. 단지가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사진에 비해 디테일은 좀 딸린다. 1998년에 입주한 아파트이니 10년이 훨씬 넘었다.

24층 아파트의 13층. 아파트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침실과 작은방으로 방이 두 개,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과 베란다가 있다. 계약면적은 86㎡이니 우리 평수로 26평 정도, 전용면적은 62㎡, 19평 정도이다.

2009년 12월에 매매계약을 했는데 145만 위안,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 2억 5000만 원 정도이고, 2013년 환율을 적용하면 2억 6000만 원이다. 145만 위안 가운데 직접 지불한 것은 50만위안, 나머지 95만 위안은 은행에서 25년간 상환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월 5100위안씩 상환했었으나 월 상환액이 부담스러워 부모의 도움으로 일부 상환했고, 지금은 매월 4300위안씩 상환하고 있다.

월 상환액이 적지 않은 터라 결혼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 두 부부의 월급이 1만 5000위안 수준이니 수입의 25∼30%를 주택자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부부도 주택 문제로 2세 출산을 미루는 일이 많다

구석구석을 더 들여다보자. 집에 들어서자 주인장이 맞아주면서 차 한잔과 가벼운 간식으로 초콜릿과 잣, 중국식 과자를 내온다. 현관의 문에는 ‘福(복)’자가 거꾸로 붙어 있다. 한 번 들어온 복은 다시 나가지 말라는 뜻이다.

현관 옆의 벽에 걸린 열쇠 걸어두는 곳, 젊은 부부다운 센스가 있다. 화장실 천장에 발열등도 있다. 주방도 깨끗하다. 이들 부부와 부모 모두 꽤 위생적이고 깔끔하다. 이런 집을 들여다보노라면 중국인들이 비위생적이란 이야기는 섣불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실 귀퉁이, 바깥으로 난 창틀이 빈 술병들로 장식되어 있다. 한국 소주병도 세 개나 있다. 중국 젊은 친구들 사이에 한국 소주도 유행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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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장의자 위로 장식용 액자가 여러 개 걸려 있다. 흰색 페인트로 칠한 벽도 깨끗하다. 재미있는 물건 하나는 바로 앉은뱅이 의자 덩쯔凳子다. 거실의 앉을 공간이 부족하니 이것으로 보완한 것이다(위 사진 상단 우측).

침대 머리맡에 걸린 세계지도가 인상적이다. 총명한 젊은 부부답게 태블릿 PC가 두 대, 하나는 아이패드, 하나는 삼성 제품이다(위 사진 하단).

이런 아파트가 21세기를 사는 베이징의 총명한 젊은 부부의 집이다. 그럼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집에 만족할까? 일단은 만족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10년이나 20년 후에는 또 다른 집을 꿈꾼다.

구체적으로 남편과 아내의 꿈은 다르다. 남편은 아이와 양가의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는 큰 집을 희망한다. 남자로서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아내는? 시내에 하나, 교외에 하나, 두 채의 집을 꿈꾼다. 중국의 강남 지역으로 이사 가서 대도시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주말에는 교외의 집으로 가서 지내는 게 꿈이다. 대나무 숲으로 정원을 풍성하게 꾸몄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이들 부부가 조만간 아이를 하나 낳으면 ‘421’이라고 하는 21세기 중국의 전형적인 가족 구성이 된다. 아이 하나에 젊은 사람 둘, 노인 넷이란 뜻이다.

남편은 고객이 글로벌 기업이고, 아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반영하듯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집 안에는 서구적이거나 한국적인 것이 중국적인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장식되어 있다. 그래도 먹는 것은 당연히 중국 것이지만 덜 짜고, 덜 자극적이고, 인공조미료도 덜 쓰려고 한다. 우리가 사는 것과 똑같다. 편리하고 세련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좇아 이리저리 바꿔보는 가운데 아이는 아직 낳지 못하고, 명절이면 시골의 부모가 올라와 주어야 하고……. 이것이 베이징의 아파트, 중국 대도시 고층 아파트의 한 단면이다.

상하이의 아파트도 베이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겉으로 비슷한 현대식 아파트라 해도 그들이 사는 살림집을 방문해보면 베이징과 상하이의 기풍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상하이의 아파트를 들어가기 전에 북방 대 남방, 베이징 대 상하이란 잣대로 중국을 음미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베이징은 북방의 권력이란 역사를 대표하고, 상하이는 남방의 경제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조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남북을 비교하는 관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남방 사람은 부드러운 반면 북방 사람은 강하고南柔北剛, 남방 요리는 달지만 북방 요리는 짜다南甛\北咸고 말한다. 전쟁에서는 남방은 수군이 강하고 북방은 기마부대가 강력한南船北馬 탓에 조조의 대군이 적벽에서 주유의 수군에게 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 남쪽 무술은 오밀조밀하게 손기술을 잘 쓰고, 북쪽은 호쾌한 발기술을 잘 쓴다南拳北脚는 말도 있다.

19세기 초반까지 수천 년의 중국 역사는 ‘북에 서서 남을 제압한다’는 양상이었다. 북방은 전란이 이어지는 치열한 권력쟁투의 무대였고, 남방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물산에 기대어 경제와 문화가 발전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태어난 신생 도시가 바로 상하이다. 상하이는 국제무역항으로 서구 열강의 기업들이 모여들고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일을 존중하는 직업정신이나 기업가정신이 고양되었다. 자연스레 각종 단체가 많이 생겨나고 사회 네트워크도 활발해지면서 시민의식이 성장했다.

그러나 서구 열강이 강제로 점령한 조계租界는 정치적으로는 치외법권 지대로서 외국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하이의 시민의식이 당장에는 중국의 정치문화로 발전하지 못했고, 단지 소비적 시민문화로만 이어졌다. 가정, 결혼, 연애, 소비, 음식, 소설, 취미, 영화 등과 같은 도회적인 일상생활 또는 오락문화가 주된 관심사였던 것이다. 베이징에는 경파京派라는 엘리트 문화와 경미京味라는 서민 문화가 공존했지만, 상하이에는 해파海派라는 시민적 성격의 소비문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이다.

소비문화의 반대편에서는 상하이의 두 얼굴이랄까, 조계가 제공하는 자유 아래서 공산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 급진적 사조에 경도되기도 했다.

라오상하이老上海는 오늘날의 상하이 기저에 깔린 상하이의 기풍을 구성하는 바탕이었다. 조계가 주는 안온함, 서구 문물에 대한 선망, 망가진 조국에 대한 회의, 전통과 서구의 가치관 사이에 발생하는 혼란, 급진적 사조, 각국에서 몰려든 망명객과 유태인, 외국인에 기대어 돈을 버는 사람들, 만주족 남자들의 변발을 폐기시킨 반면 만주족 귀부인들의 치파오旗袍를 개량해서 멋을 내는 허리 잘록한 여인네들…….

이런 문화적 흐름 속에서 20세기 후반 신중국을 맞은 상하이는 베이징과 중앙 권력으로부터 ‘부패와 퇴폐에 물든 자본주의의 가마솥’으로 비판당하기도 했다. 반대로 문화혁명 당시 보수적인 베이징을 공격하는 4인방과 같은 급진 좌파의 본산이 되기도 했다. 20세기에는 제국주의 침략의 상륙지점이었으나 21세기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었다. 20세기에는 중국인들이 전란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출구였지만 21세기에는 고속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 기업의 출정기지로 변했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저술가 양둥핑杨东平이 베이징과 상하이를 대비시킨 평론 <중국의 두 얼굴-영원한 라이벌 베이징 vs 상하이 두 도시이야기>를 훑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의 평론을 필자의 해석으로 요약해서 옮기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베이징은 이름부터가 수도京인데, 상하이는 배를 타고上 외국海으로 떠나는 곳이다. 베이징은 북방의 호방한 기질이 충만하지만 상하이는 온화한 소읍이었고, 부드러운 남방 기질이 가득하다. 베이징의 경극京劇은 영웅호걸의 권력쟁투에 손뼉 치지만, 상하이의 호극扈劇은 문사재원文士才媛의 사랑 이야기에 몰입한다. 베이징은 선비나 군자가 되라고 하지만, 상하이는 신사가 되라고 한다.

베이징에서는 서민들도 정치를 논하지만, 상하이는 거지들도 돈 버는 방법을 설파한다. 베이징은 타지 사람을 부하라 생각하고, 상하이는 타지 사람을 촌놈이라 생각한다. 베이징은 집단에 익숙하지만, 상하이는 개인의 이익에 집중한다.

베이징은 일확천금에 몰두하지만, 상하이는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 베이징은 말로도 계약하지만, 상하이는 문서로 계약한다. 베이징은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지만, 상하이는 합리주의의 신봉자다. 베이징은 비판과 논쟁에 강하고, 상하이는 실속과 실용에 능하다. 베이징은 다른 사람을 돕다가 자기 이익을 해치기도 하지만, 상하이는 자기 이익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남을 돕는다. 그래서 보스는 베이징 사람이 좋고, 부하는 상하이 사람이 좋다.

베이징 여자는 대범하고, 상하이 여자는 총명하다. 연애할 때 베이징 여자는 열정적이지만, 상하이 여자는 수줍어한다. 베이징 여자는 직설적이지만, 상하이 여자는 밀고 당기기를 잘한다. 베이징 여자는 결혼 후에도 남편에게 대범하지만, 상하이 여자는 결혼 후에 남편을 속속들이 휘어잡는다. 베이징 여자는 당당한 아내가 되지만, 상하이 여자는 살림 잘하는 아내, 아이 잘 가르치는 엄마가 된다.

이런 비교 속에서 베이징과 대비되는 상하이의 기풍이 느껴진다. 상하이 사람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긴 해도 총명하고 가정적이고 온화한 성격 그대로 좁은 아파트를 깔끔하고 예쁜 둥지로 가꾼다.

이제 상하이 토박이로서 상하이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 가장 상하이다운 아파트 한 곳을 찾아가 보자.

아파트 단지는 베이징이나 다른 대도시와 다를 게 없다. 최근 들어 개인 차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아파트는 1990년에 지은 것이니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 입주 당시에는 공산당이나 정부기관 또는 국영기업의 간부들에게나 주어지는 좋은 집이었다.

살림집으로 아파트를 공개하면서도 신분 노출은 꺼린다. 상하이다운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면적은 69.1㎡, 우리 평수로 하면 21평, 전용면적은 14평이다. 아파트 관리를 잘해서 복도도 깨끗하다. 복도와 같은 공용공간이 너저분한 베이징과 비교된다.

입식생활이 기본인 중국에서는 아파트에 들어서면 대부분 실내화를 신게 되는데, 비닐봉지를 신발 위에 덧씌우기도 한다. 미리 준비해뒀다가 방문객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검침원이나 배달원들은 아예 이런 비닐을 지참하고 다니기도 한다.

아파트는 침실 두 개, 거실과 주방, 화장실이 있다. 창문은 있지만 베란다와 같은 보조공간은 없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2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4억원 정도다. 호화 아파트도 아닌데 평당 2000만 원이니 상하이의 물가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쉽게 가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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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거실은 식탁과 긴 의자, 텔레비전만으로도 꽉 찬다. 좁지만 깔끔하다. 거실 벽면에는 가족사진이 붙어 있다. 60대로 아직도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마른 체형의 아버지, 50대로 직장에서는 이미 은퇴한 어머니, 그리고 깜찍하고 바지런한 1982년생 외동딸. 점잖고 품위 있는 신사처럼 차려입은 아버지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이채롭다.

외동딸 침실의 문에서는 귀여운 소녀 캐릭터가 대신 맞아준다. 상하이 여자들은 행동거지에 ‘애교’가 깔려 있다. 헬로키티 캐릭터 상품이 그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상하이 여자는 상당히 여성스럽다. 청결하고 애교스럽고 남자에 대해 배려하기도 하고……. 이런 태도를 상하이 말로는 ‘댜dia, 嗲’라고 한다. 시골이 아닌 상하이 출신으로 적당한 지위와 빠지지 않는 학식이 있고 사랑스러운 자태, 온화한 말투, 정취가 묻어나는 기품, 뚱뚱하지 않은 몸매와 세련되지만 화려하지 않은 치장, 연약한 여성의 모습으로 겁도 많은 듯하며, 식당에 마주 앉으면 밥도 적게 먹을 것 같은 이미지다. 재원才媛이나 가인佳人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약간 다르다. 생활력이 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시장경제 지향적이고, 연애할 때와는 달리 결혼하면 남편과 아이를 단단하게 휘어잡는다. 다른 지방에서는 이런 ‘댜’의 매력을 ‘요염한 여자’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을 포장해서 결혼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파는 것으로 비난하기도 하며, 이기적이라고도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상하이 처녀도 전형적인 상하이 여자 느낌이다.

이 침실의 주인은 상하이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서울로 유학을 가한국어를 공부했다. 책장 한 칸에는 일본 책이, 다른 칸에는 한국 책이 꽂혀 있다. 그녀의 학식과 오늘의 포지션과 내일의 꿈이 담겨 있는 셈이다. 아직 미혼이다. 상하이에서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데 수입이 짭짤해서 서른살에 이미 자기 자가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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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상하이 여자, 외동딸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베이징 여자와 상하이 여자를 비교한다면?
– 상하이 여자는 애교를 부릴 줄 알지만, 베이징 여자는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상하이 여자는 속으로 강하다. 상하이 여자는 계산을 잘하고 세세한 걸 고려하지만, 베이징 여자는 크게 보는 것 같다.

Q 상하이 남자와 베이징 남자는 어떤가?
– 상하이 남자는 약하다. 가사를 잘하기는 하지만, 겁이 많은 것 같다. 베이징 남자와 선을 본 적이 있었는데 여자를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별로였다. 성격적으로 상하이 여자는 상하이 남자와 맞는 것 같다. 지금 남자친구는 상하이 남자다.

Q 결혼하면 어디서 살게 되는가?
– 상하이에서 살 것이다. 아파트가 워낙 비싸서 부모와 같이 살아야 한다. 상하이를 떠나면 의료에 문제가 있어서 좋지 않다.

Q 어떤 집에 살았으면 좋겠는지?
– 지금 이 아파트보다 약간만 크면 좋겠다. 그리고 복층 아파트로 실내에 계단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 멋도 있고, 재미도 있는 집이다. 요즘 상하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베이징과 상하이란 대도시에 사는 그들의 일상과 꿈과 인생을 들여다봤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우리는 TV에서 중국에 관한 많은 뉴스를 보고 듣는다. 각종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엽기적인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먹거리 속임수로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우리의 남북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해 먹는 것 같고, 동북공정과 반한류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일반 중국인들의 실제 삶은 시사적인 관점으로 취합한 뉴스와는 꽤 거리가 있다.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난다고 해도 각자 자신의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한국과 한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호감이 있고, 날씨가 궂으면 궂은 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 동북공정이나 반한류는 몇몇 학자와 네티즌들의 논쟁거리처럼 보이고, 중앙정부의 정치적 행보는 일반 대중들에게 예민한 관심사는 아니다. 우리가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중국인들의 대다수는 바로 아파트나 평방에 사는 이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