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호이야기-026 이중방李仲芳 원편호圓扁壺

26yuanbian01

이 차호는 고운 밤색栗色 자사 재질로 진주나 옥과 같이 안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광택을 지니고 있다. 몸통은 둥글고 납작한 형태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물대는 짧고 곧으며 뚜껑은 크고 평평하다. 둥근 뚜껑꼭지에 둥근 다리를 지녔다.

몸체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시원스러우며, 뚜껑은 꼭 맞물려 있어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둥근 가운데 반듯함이 있고 굳건함 속에 단정함이 있으며 소탈하며 중후하다. 초기 기하형幾何形 원형기圓形器의 걸작이다.

바닥에 “병오년 한가위 이중방丙午中秋仲芳”이라는 여섯 자의 해서체 서명이 있다. 병오년 중추절은 서기 1606년 한가위이다. 많은 이들이 이 호는 일반 공예가의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믿고 있다. 청대 오매정吳梅鼎은 “이중방의 차호는 머리카락 한 올의 오차도 없이 훌륭한 기교巧窮毫髮”라고 평하고 있는데 딱 들어맞는 말이라 하겠다. 이 차호의 뚜껑은 크고 평평하여 가마에 넣고 구울 때 불의 영향으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차호의 뚜껑과 차 입부분의 맞물리는 부분은 의외로 머리카락 한 올도 들어갈 틈이 없으니 이는 오매정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한다. 명 말기 주고기周高起가 지은 《양선차호계陽羨茶壺系》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지금 세상에 전하는 시대빈의 호 가운데에는 또한 이중방이 만든 것이 있다. 시대빈이 보기에 이중방이 만든 차호 가운데 흡족한 것에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이중방의 작품인데 시대빈의 이름만 빌었다는 의미로 이대병, 시대명이라 말한다. 今世傳大彬壺,亦有仲芳作之,大彬見賞而自署款識者,時人語曰:”李大瓶,時大名”。1

이 호는 현재 홍콩의 한 소장가가 소장하고 있다.

  1. 이런 것을 속칭 다른 이 대신 만들어 준다는 의미의 ‘대공代工’이라고 하고 이렇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창수槍手”라고 한다. 창수는 본디 다른 이 대신 과거시험을 보는 대리응시자를 의미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대신 글을 써주는 대필작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사업계에서는 이름있는 공예사 대신 자사호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도 이렇듯 제자 혹은 창수를 써서 낙관만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 파는 작가가 많다. 단순히 작가의 명성名氣으로 비싼 값에 자사호를 구매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대공작가들이 이름을 얻어 유명 자사호인으로 재조명 받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