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호이야기-020 시대빈時大彬 용봉인포호龍鳳印包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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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사호의 재질은 자니인데 작은 자사 알갱이들이 섞여있다. 보라빛과 검은빛이 섞이고 별처럼 하얀 점들이 드러나 있는 것이 마치 밤하늘에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 듯하다.

자사호의 조형은 사각의 도장을 천으로 싸맨 것으로 그 모습은 빵빵하고 구김 없이 빳빳하다. 천의 무늬와 주름에 다양한 자사 알갱이가 깔려있어 자사 피부결의 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호 뚜껑 상단에는 보자기로 도장을 싸고 매듭을 꽃처럼 지어두었는데 도장 보자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아로새겨 그 선이 막힘 없이 흐른다.

몸통의 중간부분에서 뻗어나온 물대는 한 차례의 만곡彎曲이 있으며, 우는 모습의 봉황으로 출수구를 빚어 생동감 있고 상서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용머리 장식으로 호의 손잡이를 장식하였는데 용안이 있고 갈기가 위로 치서 있으며 서로 균형있게 대칭을 이뤄 가지런히 쥐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전체적으로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어 이 자사호의 운치에 딱 들어맞는다. 조화롭게 설계하고 빈틈없이 만들 대가의 명작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호 바닥에는 “만력 병신년 시대빈 만들다萬曆丙申時大彬製”라는 여덟 자가 해서로 쓰여있어 1596년 이 차호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내는 용과 봉황, 그리고 관인官印을 갖는다는 것은 봉건시대 벼슬아치들이 꿈 속에서조차 갈구하던 바람이었다. 비록 이 자사호는 작지만 자사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만큼 우아한 예술 품격을 지니고 있어, 이를 감상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고 끝없이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각종 형태의 인포호가 계속해서 만들어져 명실공히 인포호는 자사 예인들이 앞다투어 모방하는 뛰어난 작품 소재가 되었다.

이 차호는 상하이파 화가海上畫家 탕윈唐雲이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