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호이야기-021 시대빈時大彬 고집호高執壺 

21gaozhi

이 차호의 몸체는 매우 크고 짙은 자줏빛을 띄고 있다. 자사의 재질은 매우 윤기 있고 매끄러우며 포장包漿1 또한 밝고 윤기있다. 조형은 돈후하고 아름답다.

차호의 배부분은 공球의 형태이며 짧고 굵은 목에 한 번 굽은 물대와 곡선의 손잡이를 가지고 있다. 둥근 형태가 중첩하며 위로 향할수록 볼록한 원형 뚜껑에 뚜껑꼭지 역시 공 모양이다. 동그랗고 풍만하며 단정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더욱이 뚜껑꼭지를 투조 기법으로 장식하여 아름답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차호 전체의 모습은 서로 다른 각도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뚜껑, 물대, 손잡이 등 각 부분의 비율이 조화롭고 일체감이 좋다. 차호를 만드는 기법이 매우 엄격하고 원숙하여 품격있고 청신한 예술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차호의 배부분에는 대나무 칼로 “강 위의 봄바람, 산 가운데 밝은 달江上春風, 山中明月”이라고 초서草書로 깊게 새겨놓았고 구절 말미에는 낙관으로 “정축년 대빈丁丑年大彬” 다섯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필획이 거침 없고 표일하다. 이 시는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赋> 가운데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속의 밝은 달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이라는 구절을 빌어온 것이다. 시대빈의 차호 가운데 이렇듯 몸통 부분에 시가 새겨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이 특대 사이즈의 고집호는 분명 시대빈의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시대빈의 작품이라 전해오는 차호들의 진위를 감정하는 주요 근거로 사용되는 매우 훌륭하고 진귀한 보물이다.

이 차호는 현재 베이징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다.

1. 포장包漿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물체의 표면에 산화작용으로 한 층의 막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자사호를 비롯한 옥玉, 문완호두文玩核桃, 감람씨앗조각橄榄核雕 등의 기물을 손에 쥐고 감상하며 이를 만지고 천으로 닦는 파완把玩의 과정 속에서 더욱 가속화된다. 자사호를 사용하며 차를 마실 때마다 찻물을 끼얹고 잘 닦아 포장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을 흔히 양호養壺라고 한다. 양호에는 차호를 청결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길들여 차호 표먼에 포장이 잘 되게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표면에 포장이 잘 되어있어 세월의 흔적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경우 자사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