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 서발문中國古代小說序跋文 《임씨전任氏傳》

《임씨전任氏傳》

선지지沈旣濟[1]

【原文】

嗟呼,異物之情也有人焉[2]!遇暴不失節,徇人以至死,雖今婦人,有不如者矣。惜鄭生非精人[3],徒悅基色而不征基情性。向使淵識之士,必能揉變化之理,察神人之除,著文章之美,傳要妙之情,不止于賞翫風態而已。惜哉!……衆君子聞任氏之事,共深歎駭,因請旣濟傳之,以志異云。

【우리말 옮김】

  아! 이물異物의 정情에도 사람과 같은 것이 있도다! 포악한 상황을 만났어도 절개를 잃지 않았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쳐 죽음에까지 이르렀으니 비록 지금 세상의 부인네들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지 못할괘라. 애석하게도 정 생鄭生은 생각이 깊은 사람이 아니어서 다만 런 씨의 미색만을 좋아했을 뿐 그 성정性情은 알아보려 하지 않았도다. 만약 그가 넓은 식견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반드시 변화의 도리를 연구하고 귀신과 인간의 차이를 살펴,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 그 오묘한 정情을 전했을 것이요, 그의 아리따운 풍정風情과 미태媚態만을 완상玩賞하는 데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애석하도다!……여러 군자君子들이 임씨의 일을 듣고는 모두 깊이 탄식하면서, 나 선지지沈旣濟에게 그 이야기로 전을 지으라고 청하기에 그 기이한 일을 기록해둔다.

【해설】

  전기傳奇는 당대唐代를 대표하는 이야기 문학이다. 하지만 당시에 전기를 전문적으로 논한 글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전기 작가들이 자신이 지은 작품의 첫머리 부분이나 결말 부분에 간단하게 글을 짓게 된 동기나 과정을 소개하는 글을 덧붙인 경우가 있다. 나중에는 이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으니, 이를 통해 후대 사람들이 당대當代 사람들의 전기 작품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소개한 《임씨전》 역시 그러하다. 이 글의 작자인 선지지沈旣濟는 자신의 창작 의도를 “기이한 일을 기록하는 것志異”으로 생각했다. 이밖에도 또 다른 전기 작가인 선야즈沈亞之는 자신의 《상중원사湘中怨辭》에서 “그 이야기가 비범한 애정 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事本怪媚”고 하였고, 리궁쭤李公佐는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에서 “신괴한 일을 담론하였으니, 그 내용은 성인의 말씀에 어긋나는 것稽神語怪 事涉非經”이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전기 작가들이 이전 시대의 지괴志怪 작품과 그 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들은 결코 위진魏晉 시대 이후 지괴 작가들의 인식 수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당대의 전기 작가들과 그 이전 시기의 지괴 작가들 사이를 가르는 분계 점은 창작에 대한 인식에 있었다. 당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일종의 문학 창작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대 전기 작가들이 생각하는 창작이란 곧 “아름다운 문장으로 드러내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오묘한 정취를 전하는 것著文章之美 傳要妙之情”이이었다. 그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과 굴곡 있는 서술, 그리고 인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작가의 훌륭한 사상과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소설 속에 형상화된 것과 같이 “그만 못한 有不如” 당대 사람들을 교육하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에서 말하고 있듯이, “[재주가 없는 데도] 벼슬자리를 도둑질하여 생계를 도모하는 것을 경계하기를 바라는 것竊位著生 冀將爲戒”이었다. 그들은 지괴 작가들이 말했듯이,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인과를 밝히는 것 이외에는 다른 뜻이 없었던 게傳鬼神明因果而外無他意者” 아니었다. 바로 이 점이 문학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당대 전기 작가들이 이전 시기 지괴 작가들에 비해 진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주석】

[1]  선지지沈旣濟(약 750-800년), 당대唐代 쑤저우蘇州의 우吳 지방 사람으로 대력大歷 연간에 부름을 받아 우습유右拾遺와 사관수찬史館修撰의 벼슬을 받았으나, 정원貞元 연간에 추저우處州의 사호참군司戶參軍으로 폄직되었고, 뒤에 조정朝廷에 들어가서는 이부원외랑吏部員外郞의 직무를 맡아보았다. 《건중실록建中實錄》10권을 편찬하였는데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칭송하였다. 그가 지은 전기傳奇로는 《침중기枕中記》、《임씨전任氏傳》이 남아 있다. 《임씨전任氏傳》의 주인공인 런 씨任氏는 여우가 여자로 변한 것인데, 자신의 애정에 충실해 주위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절개 있는 행동을 보였다.

[2]  이물異物 : 이류異類와 같은 뜻이다. 여기서는 런 씨가 인간이 아니라 본래 여우였음을 가리키고 있다.

[3]  정 생鄭生, 《임씨전任氏傳》에서 호녀 런 씨狐女任氏의 연애 대상으로, 뒤에 런 씨와 동거한다. 《전傳》에서는 정 생에 대해서 “정류鄭六라고 하며, 그 이름은 기록하지 않는다曰鄭六, 不記其名.”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