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 서발문中國古代小說序跋文 《습유기拾遺記》

《습유기拾遺記》

왕쟈王嘉[1]

【原文】

張華[2]字茂先,挺生聰慧之德,好觀秘異圖緯[3]之部,捃采[4]天下遺逸,自書契[5]之始,考驗神怪及世間閭里[6]所說,造《博物志》四百卷,奏于武帝[7]。帝詔詰問:卿才綜萬代,博識無倫,遠冠羲皇[8],近次夫子[9],然記事采言,亦多浮妄,宜更刪剪,無以冗長成文,昔仲尼刪詩書[10]不及鬼神幽昧之事以言怪力亂神[11],今卿《博物志》[12]驚所未聞,異所未見,將恐惑亂于後生,繁蕪[13]于耳目,可更芟截[14]浮疑,分爲十卷。…帝常以《博物志》十卷置于函中,暇日覽焉。

【우리말 옮김】

  장화의 자는 마오셴으로 천성적으로 총명한 품성을 갖고 있었으며, 신비하고 기이한 위서들을 즐겨 보았다. 천하의 빠지고 내버려진 이야기들을 수집하였는데, 문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로부터 시작해서, 신괴한 이야기와 민간에 떠도는 전설들을 고증하여, 《박물지》 400권을 지어 진 무제 쓰마옌에게 바쳤다. 무제는 장화를 불러 힐문하였다. “그대의 재주는 만대를 아우르고 있고, 박식함은 필적할 상대가 없어, 멀리는 복희씨를 으뜸으로 삼고, 가까이로는 쿵쯔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소. 그러나 그대가 기록한 말 중에는 근거 없고 헛된 내용이 너무 많으니, 없앨 것은 다시 없애서 쓸데없이 긴 문장을 만들지 말 것이오. 옛날 쿵쯔께서 《시경》과 《서경》을 정리하면서, 귀신 세계의 이야기와 괴이한 것과 힘센 것, 어지러움과 귀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지금 그대의 《박물지》는 들어 보지 못한 일에 놀라고, 보지 못한 일에 기이함을 느끼게 되니, 행여 후세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들의 이목을 어지럽게 할까 두렵소. 그러니 다시 근거 없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제거하여 10권으로 나누도록 하시오.”·····무제는 항상 《박물지》 10권을 함 속에 넣어 두고 한가할 때면 그것을 보았다.

【해설】

  이 대목은 장화가 《박물지》를 쓰면서 소설의 소재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진 무제의 소설에 대한 견해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지괴에 대한 통치자들의 모순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소설들이 유가적 정통관념에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 내용 면에서 “들어 보지 못한 일에 놀라고, 보지 못한 일에 기이함을 느끼게 되어驚所未聞, 異所未見”, “후세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들의 이목을 어지럽게 하는惑亂于後生, 繁蕪于耳目”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였다. 이 때문에 “근거 없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제거하라芟截浮疑”고 명령하여 400권의 《박물지》를 10권으로 정리하게 한 것이다. 이것은 그 뒤 통치자들이 소설을 금하는 하나의 전례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통치자들은 항상 소설을 “함 속에 넣어 두고 한가할 때면 그것을 보는.置于函中, 暇日覽焉.” 모순된 행동을 일삼았다.

[주석]

 [1] 왕쟈王嘉의 자는 쯔녠子年이고, 룽시隴西 안양安陽(지금의 간쑤 성甘肅省 친안秦安의 동남 지역) 사람으로, 전진前秦 시기의 방사方士였다. 절벽에 동굴을 파고 기거하였는데, 제자가 수백 명이었다. 푸졘苻堅이 여러 번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가 뒤에 야오창姚萇에게 살해되었다. 《습유기》는 원래 19권, 220편이었으나 이후 전란을 겪으면서 훼손되었다가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샤오치蕭綺에 의해 10권으로 정리되었다. 앞 9권에서는 고대의 포희씨庖羲氏와 신농씨神農氏로부터 동진東晉까지 각 조대의 역사와 이문異聞들을 기록하고 있고, 마지막 1권에는 쿤룬崑崙과 펑라이蓬萊 등 선산仙山의 사물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내용은 신선방술과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많다.

     《습유기》의 우리말 번역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김영지 역, 《습유기》, 한국학술정보, 2007.(참고로 이것은 김영지의 이화여대 석사논문, 《《습유기》역주》, 1994를 다시 펴낸 것이다.)
 김영지 역, 《습유기》, 지만지, 2011.

 [2] 장화張華(232-300년)는 서진西晉 시대의 문학가로, 자는 마오셴茂先이고, 판양范陽 팡청方城(지금의 허베이 성河北省 구안固安 지역) 사람이다. 관직은 사공司空에 이르렀으나, 뒤에 조왕趙王(곧 쓰마룬司馬倫)과 쑨슈孫秀에게 살해되었다. 시를 잘 썼고 박학다식하여 명성을 날렸는데, 저서로 《장무선집張茂先集》과 《박물지博物志》가 있다.

      《박물지》의 우리말 번역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김영식 역, 《박물지》, 홍익출판사, 1998.
      임동석 역, 《박물지》, 지만지, 2011.
      김영식 역, 《박물지》, 지만지, 2013.

 [3] 도위圖緯 : 여기에서는 유가 경전과 상대되는 의미로 쓰인 위서緯書 류의 도적圖籍(1. 지도와 호적을 의미하며, 인신하여 백성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2. 단순히 서적文籍圖書을 의미하기도 한다.)을 가리킨다.

 [4] 군채捃采 : ‘여기저기서 골라내어 수집한다’는 뜻이다.

 [5] 서계書契 : 문자文字를 가리킨다. 고대에는 대부분 문자를 칼로 새겼기에 이렇게 불렀다.

 [6] 여리閭里 : 마을鄕里, 여기에서는 민간을 가리킨다.

 [7] 진晉나라 무제인 쓰마옌司馬炎(236-290년)을 가리킨다. 허네이(河內) 원 현溫縣 사람으로, 자는 안스安世이다. 쓰마자오司馬昭의 아들로, 처음에는 위魏나라에서 벼슬해 북평정후北平亭侯에 봉해졌다. 급사중給事中을 지냈다. 위 원제魏元帝 함희咸熙 2년(265년) 아버지를 이어 상국相國과 진왕晉王이 되었다. 오래지 않아 위나라를 대신해 즉위하고 진 왕조를 건립했다. 함녕咸寧 6년(280년) 오吳나라를 멸하고 전국을 통일했다. 종실宗室 사람들을 두루 제후에 봉하고 사족士族 문벌제도를 강화시키는 한편 새로 만든 율령律令을 반포하고 제도를 제정하면서 관품官品의 등급과 점전占田 수량 등을 정했다. 만년에는 일락佚樂에 빠져 멍청한 아들 쓰마중司馬衷을 태자로 삼는 등 사후에 벌어질 화근을 양성했다. 묘호는 세조世祖다.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 이회문화사)

 [8] 희황羲皇 : 복희씨伏羲氏라고도 부르며 중국 전설상의 인류의 시조이다.

 [9] 부자夫子 : 쿵쯔孔子를 가리킨다.

 [10] 중니산시서仲尼刪詩書 : 중니仲尼는 쿵쯔의 자이다. 《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옛날에 시가 3천 여 편이 있었는데, 공자에 이르러 중복되는 것을 빼버리고 예의에 합당한 것만 가려내니, 결국 305편이 남았다.古者詩三千餘數篇, 及至孔子, 去其重, 取可施于禮義, 最後得三百五篇”

[11] 괴력란신怪力亂神 : 《논어論語》<술이述而>편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공자께서는 괴이한 것과 힘센 것, 어지러움과 귀신을 이야기하지 않으셨다.子不語怪力亂神.”

[12] 《박물지博物志》는 10권으로 변방의 기이한 사물과 고대부터 내려오는 잡다한 이야기들이 분류하여 기록한 것으로, 신선방술神仙方術을 선양하고 있다. 지금 전해지는 판본은 후대 사람이 수집하여 지어진 것인 듯하다.

      후잉린胡應麟은 《소실산방필총少室山房筆叢》 29권에서 《박물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물지》 10권은 진 장화가 지은 것이다. 장화는 박학으로 고금의 으뜸이나, 이 책에 실린 것은 소략하고 깊이가 없으며 조리조차 없으니 아마도 후대의 유서에서 채록해낸 것인 듯하다. 그러나 《수서》<경적지>에도 단지 10권으로만 기록되어 있으니, 인용할 때마다 의구심이 든다. 근래에 어느 잡설에서 당대 사람 인원구이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기록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장화의 원서는 400권이었는데, 무제가 그것을 삭제하여 10권으로 만들게 했다. 처음으로 나의 견해와 부합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수서》<경적지>에 실린 것은 무제가 삭제한 판본으로, 송대까지는 빠진 부분이 없지 않았다. 후대 사람들이 다시 《광기》에서 채록해 낸 것은 비록 10권이지만 실제로는 열에 두 셋만 남아 있는 셈으로, 게다가 수대의 구서가 아닌 까닭에 더욱 적막할 따름이다.博物志十卷. 晉張華撰. 華博洽冠古今. 此書所載, 疏略淺猥, 無復倫次, 疑後世類書中錄出者. 然隋志亦僅十卷. 每用爲疑. 近閱一雜說. 記唐人殷文圭云, 華原書四百卷, 武帝刪之. 止作十卷. 始信余見有脗合者. 蓋隋志乃武帝所刪本, 至宋不無脫落. 後人又從廣記錄出. 數十卷, 實二三存, 倂非隋勢之舊, 故益寥寥耳.”

[13] 번무繁蕪 : 번다하고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14] 삼절芟截 : 삭제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