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 서발문中國古代小說序跋文 《한무동명기》자서<漢武洞冥記自序>

《한무동명기》자서<漢武洞冥記自序>

궈셴郭憲[1]

【原文】

憲家世述道書[2],推求先聖往賢之所撰集,不可窮盡,千室不能藏,萬乘[3]不能載,猶有漏逸。或言浮誕,非政聲[4]所同,經文史官記事,故略而不取。蓋僞國[5]殊方[6],幷不在錄。愚謂古曩[7]餘事,不可得而棄,況漢武帝明俊特異之主,東方朔[8]因滑稽浮誕以匡諫[9],洞心[10]于道敎[11],使冥迹[12]之奧,昭然顯著,今藉舊史之所不載者,聊以聞見,撰《洞冥記》四卷,成一家之書,庶明博君子,該[13]而異焉。武帝以欲窮神仙之事。故絶域遐方[14],貢其珍異奇物及道術之人,故于漢世,盛于君主也,故編次之云爾。東漢郭憲序。

【우리말 옮김】

우리 집안에서는 대대로 도가의 서적들을 기술하되, 옛 성인과 현인들이 기록한 것을 찾고 구하였으나 모두 구할 수는 없었다. 천 칸의 방에도 다 두지 못하고 만 개의 수레에도 다 싣지 못할 정도였는데도 여전히 누락되고 빠진 것이 있었다. 어떤 것은 황당무계하여 사실적인 기록과 달랐으니, 경전의 문장이나 사관의 기록에서는 고의로 이러한 일들을 빼고 싣지 않았으며, 무릇 정통성이 없는 나라나 변방에 관한 기록도 기록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건대 고대의 누락되고 빠진 일들 역시 버릴 수 없는 것들로, 이를테면 한 무제는 똑똑하고 뛰어난 군주였고, 둥팡숴는 골계를 빌어 군주에게 간언을 하고, 도교에 정통해 있어, 귀신세계의 오묘함을 환히 드러나게 하였다. 이제 이전의 사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일들을 집록하고, 단지 보고 들은 바로써 󰡔동명기󰡕 4권을 편찬하여 일가의 책을 이루어냈으니, 여러 현명하고 박식한 군자들이 이 책의 완비된 모습을 보고 놀랐다. 무제가 신선에 관한 일들을 깊이 알고자 했기에, 먼 변방 지역에서 진기하고 기이한 사물과 도인에 대한 것을 진상하였으니, 이로 인해 한 나라 때에는 여러 임금들 사이에 성행하였다. 그러므로 당시 성행했던 이야기를 순서대로 엮어놓았을 따름이다.

동한의 궈셴이 서문을 쓰다.

【해설】

  소설의 발전은 실제 소설 작품의 창작이 뒷받침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창작이 단순히 고대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편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거훙葛洪은 <《신선전》자서神仙傳自序>에서  “고대의 신선에 관해……다시 모아 베끼抄集古之仙者”는 것을 능사로 여겼고, 간바오干寶는 <《수신기》서搜神記序>에서 “여러 사람들의 말이나 백가의 주장群言百家”들을 고찰하고 “귀와 눈으로 보고 들은 바耳目所聞”를 찾아가 물어보는 것을 함께 중시하였다. 하지만<《동명기》서洞冥記序>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괴志怪가 유가 경전이나 사서史書와는 달리 그 나름의 특수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어떤 것은 황당무계하여 사실적인 기록과 다르다或言浮誕, 非政聲所同”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궈셴은 “이전의 사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일들을 집록하고, 단지 보고 들은 바로써藉舊史之所不載者, 聊以紀聞”, “일가의 책을 이루어낸成一家之書” 것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언급은 “보고 들은 바紀聞”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의식적으로 자신의 견문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행위야말로 후대에 말하는 창작과 근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석]

[1]  궈셴郭憲의 자는 쯔헝子橫이며, 뤼난쑹汝南宋(지금의 하남 성河南省 상츄 시商丘市 일대) 사람으로, 동한東漢 광무제光武帝 때 정배박사征拜博士를 지냈는데 성격이 강직하여 간언을 잘 하였다. 《한무동명기漢武洞冥記》 4권, 60칙則은 모두 신선도술神仙道術과 변방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육조六朝 시기의 문인들이 궈셴의 이름을 가탁하여 지은 것이다.

[2]  도서道書 : 도가道家의 서적書籍이다.

[3]  승乘(shèng) : 고대의 단위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말한다.

[4]  정성政聲 : 곧 ‘바른 소리正聲’인데, 여기서는 사실적인 기록을 가리킨다. 다른 판본에서는 “정교政敎”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5]  위국僞國 : 작자가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세워졌다고 생각하는 나라를 가리킨다.

[6]  수방殊方 : 먼 이역 땅異域을 가리킨다.

[7]  낭曩 : ‘옛날’、‘이전’을 의미한다.

[8]  둥팡숴東方朔(기원 전 154-93년)의 자는 만쳰曼倩이며, 서한西漢의 핑위안平原 옌츠厭次(지금의 산둥 성山東省 후이민惠民 지역) 사람이다. 사부辭賦를 잘 짓고 익살과 해학이 뛰어나 종종 풍간으로 황제의 잘못을 바로잡기도 하였다. 후대에 그와 관련된 전설이 매우 많았는데 이 책 역시 둥팡숴의 명성을 빌어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9]  광간匡諫 : ‘바로잡다匡正’, 또는 ‘간언諷諫’한다는 의미이다.

[10] 통심洞心 : ‘매우 마음을 쓴다.深入用心’는 의미인데, 여기에서는 정통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11] 도교道敎 : 동한 후기에 형성된 종교이다. 순제順帝 한안漢安 원년元年(서기 142년) 장다오링張道陵에 의해 창립되었는데, 선진先秦 시기 도가의 라오단老聃을 교조敎祖로 삼고 도가에서 제기했던 “도道”를 근본신앙으로 하였다. 진대晉代에 ‘천사도天師道’로 불리다가 이후에 명칭이 도교로 바뀌었다.

[12] 명적冥迹 : 귀신세계의 사적事迹이다. ‘오奧’는 오묘하고 신비하다는 뜻이다.     곧 ‘명적지오冥迹之奧’는 귀신세계의 오묘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말한다.

[13] 해該 : ‘해賅’자와 의미가 통하며, 모든 것을 포괄하거나, 완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14] 절역하방絶域遐方 : 매우 먼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