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10-수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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羞(부끄러워할 수)

이 글자는 부끄럽다 정도의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부끄러워하다, 수줍어하다, 싫어하다, (음식을)올리다, 음식, 수치 등의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아주 어려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羞는 맛있는 고기, 우두머리, 좋은 것 등의 뜻을 가지는 羊과 사람의 손 모양을 본뜬 글자인 手가 좌우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회의 겸 형성자(形聲字)이다. 처음에는 회의자로 출발했지만 나중에 뜻이 확대되면서 형성자로 구실하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사람이 손으로 양고기를 잡아서 올린다는 것이었다. 즉, 맛이 있는 음식을 바친다는 뜻을 기본으로 하는 글자라는 말이 된다. 그 후에도 이 뜻은 그대로 유지되다가 진시황 이후에 의미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것으로 확대되었다. 진시황이 六國을 통일한 후 문자의 통합을 꾀하는 과정에서 원래 오른쪽에 있던 手를 丑(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것으로 낚아 채다)으로 바꾸면서 부끄러워하다의 뜻을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글자의 의미를 면밀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羊은 뿔이 두 개 달려 있으면서 온순한 데다가 고기도 맛이 있는 짐승인데, 이것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글자의 위에 있는 두 개의 점은 뿔을 나타내고, 옆으로 된 一 중에서 맨 위의 것과 맨 아래의 것은 네 개의 발을 나타내며, 중간의 짧은 것과 세로로 세워진 丨은 몸통을 나타낸다. 고대사회로부터 양은 신성하게 여겨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바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의미하기도 했으며, 뛰어난 사람, 복을 주는 사람을 뜻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는 착한 것(善-이것은 위의 羊과 아래의 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좋은 것(祥) 등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羞에 음식, 혹은 음식을 바치다는 뜻이 들어가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手는 사람의 손 모양을 본떠서 만든 글자로 羞의 초기 모양에는 丑의 자리에 手가 있었다. 그러다가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문자까지 통합하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手가 丑으로 바뀌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丑은 새와 같은 종류의 동물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발톱을 그린 글자로 붙잡다. 끌어당기다, 얄밉다. 싫어하다 등의 뜻을 가지기도 한다. 手가 丑으로 바뀌게 되면서 羞는 좋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글자이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이 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과 연결되게 되어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羞는 지금도 여전히 좋은 의미거나 음식이란 뜻을 가지는 표현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것을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제사를 지낼 때 읽는 제문에서 淸酌庶羞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경우 庶羞는 여러 음식, 혹은 여러 음식을 올림 정도의 뜻이다. 진귀한 음식과 훌륭한 반찬이라는 뜻을 가진 珍羞盛饌도 마찬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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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는 뜻을 가지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매우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대로 분간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고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자주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글자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