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9-란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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亂(어지러울 란)은 모든 것이 뒤섞이거나 뒤얽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나 사회가 혼란스럽고 질서가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기본적으로 어지럽다. 손상시키다 등의 뜻을 가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글자에는 정반대의 뜻도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 즉, 어지러운 상태가 되면 그렇지 않은 상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다스리다’는 뜻도 함께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 글자의 모양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亂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실타래를 양쪽에서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왼쪽의 𤔔과 봄에 초목이 힘들게 나오는 모양, 혹은 무엇인가를 다스려서 가지런하게 한다는 뜻을 가진 乙(구부러진 초목 을)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다.

왼쪽에 있는 글자인 𤔔(란)에는 아주 작거나 가늘다는 뜻을 가지는 幺(작을 요)가 들어 있는데, 이것은 누에가 뿜어내는 가는 실을 지칭한다. 누에가 뿜어내는 한 오라기 실을 忽이라 하고, 十忽을 絲라 하고, 十絲를 毫라 하며, 十毫는 氂(꼬리 리)라 하고, 十氂는 分이라 하며, 十分을 寸 이라고 한다. 亂 의 왼쪽에 있는 글자는 이러한 작은 실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양손으로 잡고 풀려고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乙은 봄이 되어 초목이 구부러진 모양으로 힘겹게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양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것이 점차 곧아지면서 가지런한 싹의 모양으로 되어 번듯한 초목으로 변하기 때문에 가지런하게 하다. 다스리다 등의 뜻을 가진다. 亂이 어지럽다는 뜻과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다는 상반된 뜻을 동시에 가지는 이유가 이 글자에 있다고 보면 된다.

어지러운 상태가 지속 되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고, 안정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움직이려 하는 세상의 이치가 바로 이 글자에 들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세상이 어지럽게 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위한 것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나 소속된 집단이 바라고,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위해 거침없이 의사를 표출하고, 행동을 서슴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상황은 한 마디로 난세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선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시위, 혹은 집회가 행해지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부정, 부패는 끊임없이 터지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비판과 옹호 역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이념을 중심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발전적인 전진을 위한 타협이나 협상에 대한 시도나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결과 투쟁만이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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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난세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지러운 상태가 지속되면 그것에 지친 사람들은 안정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것을 지휘하고, 이끌어갈 영웅이 등장하여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하는 말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난세를 극복하고 안정과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사람을 선택하여 우리의 모든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