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하는 초패왕 항우의 여인이 우희다. 중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우미인가]가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정사 [사기] <항우본기>에 기록된 호칭은 ‘우미인(虞美人)이다. 이 기록에는 “미인의 이름이 우(虞)”라고 했다. 그러나 [한서] <항적전>에는 “미인의 성(姓)이 우(虞)”라고 했다. 전한시대와 후한시대에 이미 미인의 성과 이름이 헷갈렸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미인의 출생지, 출생연도, 항우와 만난 연유나 장소도 당연히 기록되지 않았다. 심지어 [초한지]에 나오는 우미인의 자결 기록도 정사에는 없다.
우미인의 고향도 중국 민간 전설에서는 장쑤성 수양현(沭陽縣) 옌지진(顔集鎭)이라 하기도 하고, 장쑤성 쑤저우시(蘇州市) 위시촌(虞溪村)이라 하기도 한다.
우미인의 무덤도 안후이성 링비현(靈壁縣) 위지촌(虞姬村)과 안후이성 딩위안현(定遠縣) 얼룽향(二龍鄕) 두 곳에 있다. 어느 곳이 진짜 무덤인지 알 수 없다. 근래 일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두 곳 중 한 곳은 우미인의 몸을 묻은 곳이고, 다른 한 곳은 그녀의 머리를 묻은 곳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항우가 자결한 우미인을 버릴 수 없어서 머리를 잘라 함에 넣어 동행했다는 설명과 함께…
우미인을 우희로 명명한 것은 명나라 때 나온 [서한연의](원본 초한지)관련 소설에서 비롯되었다. [전한지전], [양한개국중흥지전], [서한연의]에 우희로 기록되었다. 진시황을 낳은 여인도 중국 정사에는 기록이 없으나 [서한연의]에는 주희(朱姬), [동주열국지]에는 조희(趙姬)로 기록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희나 조희는 모두 소설의 기록을 마치 정사의 기록처럼 믿고 있는 셈이다.
항우가 그의 애마 오추마와 그의 여인 우희를 만난 기록은 [서한연의](원본 초한지) 제11회에 자세히 나온다. 이 소설에 의하면 항우가 그의 삼촌 항량과 함께 절강 회계(會稽)에서 거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 인근인 도산(塗山) 바닷가에서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소설이지만 정사보다 더 생생한 형상으로 살아 있다. 우리나라 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이 마치 실제 인물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음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춘향의 무덤도 있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