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외사女仙外史 제4회

제4회 배 도사는 진짜 춘약을 비밀리에 전수하고
임 공자는 가짜 사주단자와 교묘히 맞추다
裴道人秘授眞春丹, 林公子巧合假庚帖

그러니까 당기가 당새아의 사주단자를 써서 내보내고 나자 원근의 사람들이 모두 이런 훌륭한 규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귀한 집안의 자제들은 다들 자신의 얼굴에 술 냄새에 절은 살이 뒤룩뒤룩하다는 것도, 겉만 번질번질할 뿐 뱃속에 쓸모없는 것들만 가득 찬 게으름뱅이라는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먼 친척이나 친한 친구의 명분을 내세워 엉터리 시나 형편없는 글을 써서 중매 설 사람을 물색하여 그 편에 당기의 집으로 보냈는데, 그런 일이 한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당새아는 분기탱천해서 그것들을 모두 갈가리 찢어 버리고, 이후에는 그런 것을 받지 말라고 문지기에게 분부했다. 그러자 유모가 말했다.

“방법이 있긴 하지. 가문이며 용모, 글재주 같은 건 따지지 말고 그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중매쟁이를 보내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되자 청혼하러 왔던 이들이 모두 실망하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이 들어와 당기에게 보고했다.

“광동(廣東) 출신의 어떤 이가 포 마님과 남매지간이라면서 찾아왔습니다.”

당기는 안으로 모시라 하고 유모에게 알렸다. 그리고 자신이 몸소 나가서 맞이했는데, 그 사람은 아주 말쑥하게 잘생긴데다가 여유롭고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중당(中堂)으로 모셔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후 당기가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보잘것없는 이 몸의 이름은 항(航)이고, 자는 허주(虛舟)라고 합니다. 누님께서 이 댁에서 극진한 우대를 받고 계신다고 하여 감사하러 왔습니다.”

“제 딸아이가 댁의 누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그 은혜가 하늘과 같이 끝이 없습니다.”

둘이 다시 의례적인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나자, 하녀가 와서 보고했다.

“포 마님께서 오셨습니다.”

당기는 자리를 피해주고 하인들에게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도록 했다. 유모는 찾아온 이가 배항(裴航)이라는 신선임을 알고 즉각 그가 찾아온 이유를 짐작했다. 그래서 남매지간이라고 확인해 주고 귓속말로 몇 마디 주고받은 뒤에 작별했다. 늙은 하인이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자, 곧 자신의 아들 소삼(小三)에게 배항의 뒤를 따라가 거처를 알아보고 오라고 했다. 당기가 밖에서 들어와 막 늙은 하인에게 원망을 퍼부으려 하는 차에 소삼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 들어와 보고했다.

“세상에! 이런 신기한 일이! 조금 전에 나가신 어른을 뒤따라 동쪽 성문 박으로 갔는데, 인적도 없는 넓은 들판에 이르자 갑자기 오색구름을 타고 바다 쪽을 향해 날아가 버렸어요!”

당기는 이 사람 또한 신선의 부류일 거라 생각하고 집안사람들에게 밖에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하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안채로 들어가 유모에게 말했다.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왜 동생 분을 그리 일찍 보내셨습니까?”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 겁니다.”

한 달 남짓 지난 뒤에 하인이 들어와 보고했다.

“외삼촌께서 중매쟁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당기가 마중하러 나가니 당새아의 외삼촌인 요 수재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兪) 아무개와 함께 중문(中門)을 들어서고 있었다. 안으로 맞이해 자리에 앉고 나자 외삼촌이 말했다.

“유 선생이 조카의 중매를 서러 왔습니다. 제녕주에 사는 임 참정의 셋째 도련님이 조카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다고 하는데 지금 자기 이모부인 백청암(柏靑庵)의 집에 와 있답니다. 먼저 형님께 말씀을 드리고 나서 인사하러 오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자 유 아무개가 말했다.

“참정을 지내신 임공은 제녕주에서 제일 부귀한 집안이고, 지금은 이미 포정사(布政使)로 승진해서 곧 경사로 들어가 부임지가 정해지기를 기다릴 예정입니다. 그 댁의 셋째 도련님은 열두 살에 학교에 들어가셔서 제녕주에서 신동으로 꼽힙니다. 문장이며 시부(詩賦)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붓을 들면 바로 써 내고, 음률이며 각종 기예까지 모두 정통하십니다. 이런 훌륭한 인재는 현숙한 처자와 어울리는 짝인지라 여기 이 동서와 안면이 있는 저더러 댁의 의사를 여쭤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기에게 공손히 절을 올리면서 “삼가 분부해 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다른 건 별 문제가 아니지만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다는 것은 입증하기 어려우니, 좀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유 아무개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건 진짜입니다! 셋째 도련님은 사주팔자가 기이해서 연월과 일시가 같은 사람을 찾아 결혼할 것이며, 만약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서하셨습니다. 예전에 저한테, ‘사주팔자만 진짜라면 재능이나 용모는 따지지 않겠소.’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고명하신 어르신께서도 백청암이 얌전하고 행실이 바른 훌륭한 수재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분이 조카의 사주팔자가 진짜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청혼을 허락했겠습니까?”

당기가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안채로 들어가 유모에게 알리자, 유모가 말했다.

“수락하기로 하지요.”

“한 번 불러서 얼굴이라도 보고 나서 허락하는 게 좋지 않겠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십니다.”

당기는 밖으로 나와서 유 아무개에게 말했다.

“딸아이의 짝을 고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선생도 아실 테지요? 그러니 나도 일단 얼굴이나 한 번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소이다.”

“그야 쉽지요. 제가 가서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얼마 후 유 아무개가 돌아와 보고했다.

“백청암이 바로 내일 도련님을 데리고 찾아오겠답니다.”

당기는 술상을 준비해서 친척들을 초청하고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몸소 마중을 나가서 데리고 들어오자 친척들이 모두 임 공자를 주목했다.

분을 바른 듯한 얼굴
조금은 반안 같은 분위기라
풍류를 알겠고
마음은 그저 미녀만 탐하니
결코 송옥 같은 재능은 없는데
사부를 잘 짓는다고 자랑하지.
현란한 새 옷 입고
마른 몸에 여린 살결로 표연한 모습이라
신동으로 불린 적 있고
금색 모자에 붉은 신
행동거지가 가뿐하고 헌헌한 모습이라
꽃미남이라 할 만하다.
악기랄지 음률을 말하자면
정말 뛰어나지만
경전이나 역사, 문장을 물어보면
칭송은 거짓이로구나.
面如傅粉, 略有潘安之韻, 且解風流.
心只貪春, 絶非宋玉之才, 漫矜詞賦.
炫服鮮衣, 飄飄然骨肌瘦弱, 曾號神童.
金冠朱履, 軒軒乎容止輕揚, 可稱冶子.
若說到笙蕭音律, 果然眞.
試問他經史文章, 還有假.

당기가 공손히 데리고 들어와서 친척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게 했다. 청백암이 윗자리에 앉고 임씨 댁 도령이 옆자리에 앉고 나자 다들 빤한 인사말을 나누었다. 향긋한 차가 다시 들어오자 백청암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자 당기가 만류했다.

“임 연형(年兄)에게 시를 한 편 읊어 달라고 청할 참이었소이다!”

백청암이 자리에 앉아 임 도령에게 일어나서 제목을 청하라고 얘기했다. 당기가 잠깐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중추절 보름달을 제재로 하는 게 어떻겠소?”

요 수재가 맞장구를 쳤다.

“둘 다 그날 밤에 태어났으니 아주 절묘하군요!”

임 도령은 한 시간 가량 생각하다가 종이 위에 시를 적어 바쳤다.

항아는 저녁에 새로 한 화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늘가에 달 하나 내걸었구나.
마치 옥대에서 초빙해 내려온 듯
오색구름이 젊은이를 배웅하네.
嫦娥應愛晚粧新, 掛出天邊月一輪.
好似玉臺來下聘, 彩雲相送少年人.

당기가 살펴보고 백청암과 여러 친척들에게 돌려보게 하니 모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백청암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나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감히 바라건대 아가씨께서 화답시를 하나 지어 주시면 그야말로 천만 냥보다 귀한 구슬을 꿴 것과 같아질 듯합니다.”

당기는 즉시 주렴을 걸라고 분부하고 그 안에 탁자와 지필묵을 준비한 다음 당새아를 불러오라고 했다. 잠시 후 하녀가 나와서 물었다.

“아가씨께서 무슨 일로 부르시냐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친척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시를 한 수 읊어 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일세.”

“여자에겐 당연히 부덕(婦德)이 있어야 하니 시를 읊는 것은 본분에 맞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 말에 요수재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번에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설마 나를 비꼬는 것인가?’

그래서 그가 일어나서 말했다.

“내가 가서 조카를 데려오겠소.”

잠시 후 주렴 안에 사뿐사뿐 도착하는 모습이 은은히 비치더니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 나왔다.

“아가씨께서는 예에 맞지 않아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 어서 시를 전해 달라고 하십니다.”

외삼촌이 원고를 안으로 전해 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당새아는 금방 화답시를 써 놓고 안채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백청암은 너무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임 도령은 파리만 한 크기의 작은 해서(楷書)를 쓴 데에 비해 당새아는 동전만 한 크기의 행초서(行草書)를 휘날려 썼다. 백청암이 그 시를 낭송했다.

8월에 항아가 인간 세계로 내려오니
이 마음은 오히려 수레바퀴 같은 얼음을 품은 것 같구나.
자욱한 구름 속 옥 절구는 배항이 예물로 구한 것이지만
요대에서 제일 빼어난 이를 어찌 알아볼 수 있으랴?
八月嫦娥降世新, 此心猶是抱氷輪.
漫雲玉杵裴航聘, 那識瑤臺第一人.

친척들이 감탄해 마지않았다.

“정말 맞수로구나. 하늘이 정한 짝이야!”

백청암이 말했다.

“제 조카가 이제껏 민첩했는데 오늘 이 시는 상당히 늦게 지었으니 승부에서 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겨뤄 보도록 하십시다!”

그러면서 막 읍을 하며 작별하려 하는데 술상이 벌써 차려져 있었다. 백청암은 재삼 사양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잔을 마시고 나서 작별인사를 하면서 당기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그저 분부만 기다리고 있다가 그대로 제 동서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러면 곧 납채(納采)할 길일을 골라 정하겠지요.”

당기는 그저 “예. 예.” 할 뿐이었다.

배웅이 끝나자 당기가 안채로 들어가서 말했다.

“얘야 그 도령을 보니 어떻더냐?”

“그런 자가 어디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어요?”

유모가 말했다.

“청혼을 승낙한 것은 잘하셨지만, 예물이 박하면 안 돼요.”

당기는 무척 기뻐했다.

이튿날 아침 유 아무개가 두 명의 매파를 데리고 찾아왔다. 매파들이 안채로 들어가자 유모가 말했다.

“혼사는 허락했지만 예물이 박하면 즉시 취소하고, 아가씨도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야 당연합지요.”

매파들은 차를 마시고 바로 나와서 유 아무개와 함께 백청암의 집으로 갔다.

원래 매파들 가운데 한 명은 백청암 집안 하인의 아낙이었는데, 이 사람 또한 중매를 살 섰기 때문에 함께 가서 당새아의 용모를 살펴보게 한 것이었다. 그 아낙은 당씨 댁의 아가씨가 달나라 항아나 남해 관음보살이 틀림없다고 칭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임 도령은 거의 미친 듯이 안절부절 하다가 이모부 앞에 무릎을 꿇고 간곡한 내용을 담아 편지를 한 통 써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출발해서 서둘러 제녕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제녕과 포대 사이는 거리가 3, 400리나 되는데 나이 어린 임 도령이 어떻게 이렇게 빼어난 규수가 있다는 걸 알고 사주팔자를 비슷하게 맞췄을까요? 그렇게 된 데에는 당연히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맹자는 “음식과 색정을 추구하는 것은 본성(《孟子》 〈告子上〉: 食色, 性也)”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도령은 개중에서도 제일 여색을 밝히는 인물이라서, 어려서부터 옷을 입고 세수하고, 밥 먹고, 용변을 볼 때마다 늘 하녀에게 시중을 들게 했다. 열한두 살 무렵에는 취운(翠雲)이니 홍향(紅香)이니 하는 하녀들과 몰래 통정을 했고, 그 뒤로는 예쁘고 못생긴 것을 가리지 않고 죄다 재미를 보려 했지요. 그 바람에 몸이 상해 버렸다. 부모들은 그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명의를 모셔다가 홍연(紅鉛)이니 자하거(紫河車)니 하는 환약(丸藥)을 짓고 인삼으로 만든 과자를 먹이기도 했지만 당연히 버텨 내지 못했다. 그는 늘 소설에 채보술(采補術)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그 비결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문 앞에 나갔다가 동냥하러 온 어느 도사를 만났다. 그는 ‘옳거니!’ 하면서 그 도사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신 분이신가요? 혹시 무슨 기묘한 비결을 알고 계신지요? 그런 걸 알려주시면 제가 시주를 하겠습니다.”

그러자 도사가 이렇게 읊조렸다.

집은 남교 옆에 있는데
누가 알았으랴, 신선 되는 길 그리 멀 줄이야!
당시에 옥 절구로
직접 현상을 . 찧었다오
家在藍橋畔, 誰知仙路長.
當年將玉杵, 親自搗玄霜.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 등급의 도술을 알고 있네. 가장 높은 등급은 탈태환골(脫胎換骨)하여 대낮에 신선으로 승천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곡식을 먹지 않고 노을을 먹으며 수명을 늘려 장수하는 것이고, 또 그 다음은 금단(金丹)을 이루어 채보술을 쓰는 것일세. 밤이면 열 여자와 정사를 해도 사정하는 일이 전혀 없지.”

임 도령은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세 번째 도술을 배우고 싶은데, 얼마나 배워야 효험이 있습니까?”

“내가 아무 까닭 없이 온 것이 아니라 본래 자네를 제도하려 했다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하등의 도술을 배우려 하는가?”

“신선이 되고 불로장생하기를 바라지 않는데, 무엇하러 다른 데에 신경을 씁니까?”

“그럼 할 수 없지. 하지만 도술을 전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니 우선 나를 스승으로 모셔야 하고, 둘째 닭과 개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소가 필요하고, 셋째 구구 팔십일일 동안 단련하고 그 뒤에 다시 삼백육십오일 동안 정양해서 기운을 주천(周天)하는 수를 완성해야 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네.”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조용한 장소도 있습니다.”

그는 즉시 도사를 붙들어두고 모친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살아 계신 신선이 오셨어요! 제 병도 나을 겁니다!”

그러면서 무슨 ‘구전대환(九轉大還)’이니 폐관좌공(閉關坐功)이니 아는 말들을 정신없이 마구 쏟아내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막내아들을 가장 아끼던 부인은 신령한 단약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자 방해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즉시 남편에게 설명했다. 그리하여 몇몇 노련한 하인들을 임 도령에게 딸려 보내어 즉시 도사를 성 밖의 별장으로 데려가게 했다. 먼저 장원의 대문을 잠그고 나서 임 도령이 스승으로 모시는 절을 올리고 나자 원양(元陽, 즉 정액)이 새지 않도록 막는 법과 진음(眞陰)을 채취하는 법 등을 차례로 전수하면서 일일이 현묘한 비결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아흐레 동안 공부를 운용하고 나자 금단(金丹) 한 알을 복용하게 했다. 구구 팔십일의 수를 다하고 나자 임 도령은 정신이 맑고 건강해지며 기력이 충만해서 평상시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기는 힘차게 되어 밤새도록 발기해 있었으니, 설령 신선이 되었더라도 이런 쾌락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사는 곧 하얀 종이 한 장을 가져다가 네 구절의 은밀한 말을 써 놓고 표연히 떠나 버렸으니, 그 내용은 이러했다.

요대에 대해 알고 싶거든
포대로 가야 하리라.
옥대로 초빙하면
진대에 오를 수 있으리라.
要問瑤臺, 須向蒲臺.
聘下玉臺, 就上秦臺.

글자 수는 열네 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임 도령은 그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이 현묘한 공부가 효험이 있는 것을 본 임 참정이 온교(溫嶠)가 옥경대(玉鏡臺)를 주고 아내를 얻었다는 이야기와 진(秦)나라 공주가 누대를 지어 놓고 퉁소를 분 이야기를 들려주자 비로소 그 안에 혼인의 인연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포대현이라는 지방을 알게 된 데에도 대단히 공교로운 비밀이 관련되어 있었다. 임 참정의 부인과 백청암의 아내는 친자매여서 늘 사람을 보내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그 와중에 당새아가 사주팔자를 가지고 배필을 고른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이때 임 도령은 자신의 사주팔자가 단지 시간만 다를 뿐이니 속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포대현으로 달려가면서 날개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임 참정도 아들이 그곳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백청암도 사주팔자가 같다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술자리에서는 또 도사가 옥대 아래에서 청혼한 이야기를 시에 넣어서 마침 아귀가 맞아 떨어지니 임 도령이야말로 하늘이 정해 준 짝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가자 임 도령은 의기양양하여 먼저 자기 자랑을 한참 한 후에야 백청암의 편지와 주고받은 시를 부친에게 건네주었다. 임 참정이 그걸 보고 나서 말했다.

“이 혼인의 인연은 무척 기이하구나. 그런데 내가 포정사에 부임한 뒤에 혼사를 논의하면 더 좋겠구나.”

임 도령이 펄쩍 뛰었다.

“이모부터께서 올해 안에 혼례를 치르겠다고 이미 약속해 놓으셨는데, 바로 말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혼사는 큰일인데 내가 집에 없으면 누가 일을 주관하겠느냐?”

그러자 그이 부인이 말했다.

“제가 주관하면 안 되나요? 혼수 예물을 준비해서 아이더러 직접 가져가라고 하지요. 저 아이 이모부는 올곧기로 유명한 분인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 있나요?”

“아주 괜찮은 생각이오. 내가 다시 편지를 써서 그 사람에게 부탁하겠소. 다만 혼수 예물도 종류와 수량을 정해야 되겠소.”

“당신은 지금 포정사이시니 체면을 생각하셔야지, 당씨 집안의 사돈이 효렴이라고 해서 혼수를 적게 하면 안 돼요. 어쨌든 그 집안도 명망 높은 신하였던 분의 후손이잖아요.”

“어쨌든 큰아이 둘의 며느리들을 데려왔을 때보다 조금 후하게 하면 되지 않겠소?”

그러면서 부인에게 삼천 금을 주고 나서, 서둘러 길일을 택해 경사로 출발했다. 임 도령이 모친에게 말했다.

“혼수는 두 형수들만큼만 해도 혼례를 올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모부께서는 만금 정도는 들여야 좋겠다고 하셨어요. 갖다 준다 해도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올 텐데, 굳이 이렇게 짜게 굴 필요 있나요? 남들이 추잡하다고 비웃을 거예요!”

이에 부인은 사천 금을 더하고, 아울러 개인적으로 모아 두었던 비단이며 진주, 비취, 귀걸이 등의 보석까지 더했는데, 그것들의 값어치만 해도 이천 금 남짓 되었다. 임 도령은 기뻐하며 몇 명의 하인들을 거느리고 밤길을 달려 포대현으로 갔다. 백청암은 중매쟁이를 통해 편지를 전하고 육례(六禮)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12월 15일에 납폐(納幣)를 보내 약혼하고, 이듬해 봄 2월 15일에 혼례를 거행하자고 했다. 그리고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인시(寅時, 새벽 3~5시)에 당씨 집에 납폐를 보냈으니, 백금(白金) 즉 은(銀) 이천 사백 냥과 황금 이백 사십 냥, 그리고 값어치를 합치면 이천 냥이 넘는 진주와 비취로 만든 비녀와 귀걸이, 팔찌, 각종 비단 따위였다. 여기에 또 합쳐서 은 삼백 냥쯤 되는 소, 돼지 등의 고기와 과일, 차, 떡 등을 더했다.

혼례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자 당기는 딸이 평소 책을 좋아하는데 자신에게는 아들도 없으니 집에 있는 책들이나 골동품들은 남겨 두어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자감(國子監)에서 간행한 《십삼경(十三經)》 30권과 큰 판형으로 인쇄한 《자치통감(資治通鑑)》 한 부, 옥에 똬리를 튼 이무기를 조각한 한나라 때의 문진(文鎭) 한 쌍, 코뿔소 뿔로 만든 여의(如意) 하나, 연산(硯山)에서 생산한 단판(端板)과 시요(柴窯)에서 만든 사발, 옥으로 만든 꽃 모양의 술단지[樽], 옥으로 손잡이를 단 먼지떨이[麈尾], 대추나무 판자에 붙인 《순화각첩(淳化閣帖)》, 명사의 글씨와 그림 따위를 골라 모조리 혼수의 답례품에 넣어 보냈다. 임 도령은 단지 팔고문(八股文) 몇 편밖에 읽지 않아서 고서(古書)에 대해서는 모르는지라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보다는 이 고리타분한 장인이 또 술자리에서 시를 지어 보라고 하면 추한 본색이 탄로 나서 모양새가 구겨지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미리 수레를 빌려서 이 물건들을 잘 싣고 나서 백청암과 함께 찾아가 인사를 한 후 곧바로 느긋하게 길을 떠났다. 그야말로 이런 격이었다.

너무나 기쁘게도
옥공이 구하지 않고도 신부를 얻었는데
순식간에 시름이 생겨
술은 마셨지만 운영 선녀를 만나지 못했구나.
喜到十分, 下聘不煩求玉杵.
愁生一刻, 飮漿未得見雲英.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회를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