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플락스Andrew Plaks 교수와의 대담

김민호(金敏鎬 翰林大 中國學科 教授) 진행
최진아(崔眞娥 梨花女大 中文科 研究教授) 정리

앤드루 플락스 교수. 사진 ⓒ 조관희, 2006

김민호 :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한국의 『중국소설연구회보』와의 대담을 위해서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여러 저서들과 논문들은 중국소설을 연구하는 많은 한국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읽혀지고 있으며 번역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젊은 한국학자들은 선생님의 독특하면서도 날카로운 관점들과 새로운 시각들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많은 궁금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구인으로서 중국소설을 연구하자면 언어와 문자해독의 문제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동기에서 중국소설을 연구하시게 되었는지 무척 알고 싶습니다.

플락스 :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저는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열여덟 살 때부터 각국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에 특별한 취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배웠고 그 후에는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다 보니 자연히 중국소설도 읽게 되었고 또 그러다 보니 중국소설을 연구하게 된 것이죠. 지금 내 나이가 쉰둘이니까 지금껏 중국어 공부를 한 셈이고요.

김민호 : 그럼, 중국어 외에 일본어도 능숙하시겠네요.

플락스 : 일본에는 이 년 동안 거주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어는 꽤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문자상으로는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습니다. 제 아내도 언어에 대해 취미가 많습니다. 제 아내는 헝가리어를 할 줄 알지요.

김민호 : 한국에 오신 적은 있으신지요.

플락스 : 지난 1993년에 잠시 한국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강연한 적도 있습니다. 연세대의 허 벽 교수와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곳 학생들은 모두 중국어 실력이 뛰어나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번 한국 방문 때에는 일정이 너무 짧아서 강연 이외에 특별히 활동한 것은 없습니다.

김민호 : 『홍루몽 속의 원형과 우언(Archetype and Allegory in the Dream of the Red Chamber)』은 선생님의 박사학위 논문이자 중국소설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가 피력된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저작으로 인해 많은 학자들이 선생님을 주목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혹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자신의 저작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좀 말씀해 주시지요.

플락스 : 그 이야기는 접어 두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그 논문은 제가 아주 젊었을 때 쓴 것이라서 오류도 많고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거든요. 또 고쳐야 될 부분도 있습니다.

김민호 : 그럼, 가장 궁금한 것 하나만 여쭈어 볼게요. 그 논문에서는 『홍루몽』을 음양오행으로 분석하였는데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게 되셨는지요?

플락스 : 중국문학과 음양오행의 관계는 당연히 매우 밀접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인물 분석을 하는 데에 음양오행을 적용시킨 것, 예를 들어 린다이위(林黛玉)은 목(木)이고 쉐바오차이(薛寶釵)는 금(金)이라고 분석한 것들은 내 스스로 발견해 낸 것은 아닙니다.

앤드루 플락스 교수. 사진 ⓒ 조관희, 2006

김민호 : 선생님께서 계시는 프린스턴 대학의 중국소설 연구경향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혹 하버드나 기타 다른 대학과 학풍에 있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요?

플락스 : 프린스턴에는 저 말고도 두 사람의 중국문학전공 교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가오유궁(高友功) 교수인데 그 사람은 당대(唐代) 율시(律詩)의 미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또 한 사람은 리후이이(李惠儀)라는 새로 들어온 젊은 여교수가 있는데 아주 똑똑한 학자입니다. 저처럼 『홍루몽』 등의 소설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 『좌전(左傳)』․『사기(史記)』 등의 고서(古書)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지은 Enchantment and Disenchantment는 홍루몽의 경환선고(警幻仙姑)에 대해 쓴 책입니다.

사실 미국 대학의 중문학 연구는 어떤 눈에 띄는 차별성이 없습니다. 굳이 그런 점을 찾자면 저희 중문과는 ‘비교문학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프린스턴의 특질이라면 특질이지요. 그래서 저는 비교문학과 강의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생과의 강의는 매 학기마다 과목이 달라지는데 어떤 전공을 선택한 연구생이 들어왔는지에 따라서 과목을 결정하지요. 지난 학기같은 경우에는 『금병매(金甁梅)』를 강의했어요. 학부강의는 중국문화에 대한 강의가 위주가 됩니다. 교재는 기본적으로 번역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민호 : 서구인으로서 중국문학을 공부하자면 한자(漢字)를 해독하는 데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서는 방대한 중국원전(中國原典)들을 세밀하게 읽어내셨고, 또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서구학자들의 연구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같은 한자 문화권에 있는 한국 학자들도 중국원전을 제대로 소화해 내기가 힘든 상황인데 서구 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기에 전혀 다른 문화권의 원전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지 궁금합니다. 혹 어떤 비법 같은 것이 있는지요?

플락스 :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중국에 몇 년간 유학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거기서 말과 문자 해독에 익숙해지지요. 하지만 우리 대학원에 오는 학생들 중 어떤 학생들은 중국어 실력이 평균에 못 미치는 학생들도 간혹 있습니다. 어쨌든 중국문자에 대한 해독이나 중국어의 구사 정도는 개개인마다 모두 능력이 다르고 노력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그저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정된 것이겠지요.

김민호 : 다시 선생님의 저작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베이징대에서 강연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출판한 『중국서사학(中國敍事學Chinese Narrative)』(北京大學出版社)을 보면 중국 서사문의 발전 경로를 신화(神話)-사전(史傳)-명청기서문체(明淸奇書文體)로 보고 있고, 신화에 내재되어 있는 원형(原型 :Archetype)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의 학자들이 중국 소설의 내원(來源)을 사전(史傳)으로 보고 있고, 신화서의 경우 사전의 형식을 빌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서방처럼 신화라는 장르를 돌출시킬 것이 아니라 중국적 특성을 감안하여 사전을 출발점으로 하여 분석을 해 나간다면 여러 문제들이 쉽게 풀릴 수 있을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플락스 : 중국의 경우 사전(史傳)은 소설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민호 : 서방 학자의 경우 다른 문화권에서 중국을 바라보기에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한자 문화권에 있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참신해 보이는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중국은 논문을 씀에 있어 큰 주제를 잡고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혹 이러한 중국의 연구 경향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으신지요?

플락스 : 글쎄요. 그런 것에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해결해야겠지요.

김민호 : 요즘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지요?

플락스 : 요새는 명청소설(明淸小說)은 연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은 특별히 고서(古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중용(中庸)』을 히브리어로 번역 중이고 곧 출판할 예정이지요. 이제까지 사람들은 『중용』의 고증 방면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김민호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요.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락스 : 별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립니다.

김민호 : 선생님과 한국 학자들이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겠습니다.

플락스 : 한국의 중국학 연구에 대해서는 아직 제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 학자들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저도 바랍니다.

[부록] 앤드류 플락스 교수의 저작과 번역서 목록

“The Prose of Our Time,” in Peterson, Plaks, and Yu, eds., The Power of Culture (Hong Kong: Chinese University Press, 1994).

“Traditional Chinese Fiction Criticism,” and “How to Read the Huno-lou meng,” in David Rolston, ed.,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0), 75-123, 316-340.

The Four Masterworks of the Ming Novel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7).

Editor and Contributor, Chinese Narrative. Critical and Theoretical Essay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7).

Archetype and Allegory in the Dream of the Red Chamber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6).

[엮은이 주: 이 글은 원래 『중국소설연구회보』 제36집(1998년 11월)에 실린 것을 엮은이가 수정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