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고병高騈 눈을 보며 對雪

눈을 보며 對雪/당唐 고병高騈

六出飛花入戶時 흩날리는 눈꽃 문안으로 들어올 즈음
坐看青竹變瓊枝 앉아서 옥 가지로 변하는 청죽을 보네
如今好上高樓望 지금 높은 누각 올라 구경하면 좋으리
蓋盡人間惡路岐 세상의 험악한 샛길 다 덮어버릴 테니

고병(高騈, 821~887)은 당나라 후기의 무장으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인물이다. 당나라 때는 무인 중에서는 글씨로는 안진경, 시로는 고병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안진경은 간신들이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개인의 이득이나 공명을 따지지 않고 강직하게 국가의 일을 하다가 적진에서 죽었고, 고병은 황소(黃巢)의 힘이 막강하자 양주(揚州)에서 그 형세를 관망하다가 조정의 의심을 사고 결국 성이 함락되어 황소의 잔당에게 처형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시로 보면 고병 역시 큰 뜻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눈이 세상의 구불구불한 온갖 샛길을 모조리 덮어버렸다는 것은 세상의 부조리와 부패를 모두 일소하겠다는 시인의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는 경치를 빌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시라 할 수 있다.

눈꽃을 육출(六出)이라 하는데 이는 눈꽃이 6각형이기 때문이다. 경지(瓊枝)는 옥으로 된 나뭇가지인데 이는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 하얗게 된 모양을 흰 옥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여금(如今)은 ‘지금과 같다’가 아니고 그 전체가 ‘지금’이라는 뜻이다. 악로기(惡路岐)는 갈림길이 많은 험한 길을 말한다. 뒤의 기(岐)가 앞의 악로(惡路)를 후위에서 수식하는 구조로 된 말이다. 3구는 가정으로 된 구이고 4구는 그 가정에 대한 이유이다. 개진(蓋盡)은 모조리 덮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清 弘仁 《西岩松雪图》 ,출처 中国美术家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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