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내리는 눈 江雪/ 당唐 유종원柳宗元
千山鳥飛絕 산이란 산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 길이란 길 사람의 발길 끊어졌네
孤舟蓑笠翁 배 하나에 도롱이와 삿갓 쓴 어부
獨釣寒江雪 눈 오는 겨울 강에서 홀로 낚시를
이 시는 유종원(柳宗元, 773~819)이 영주 사마로 좌천되어 있던 805~815년 사이에 지어진 시로 알려져 있다. 《당시배항방》에도 17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고금에 큰 사랑을 받는 오언 시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시는 교과서에도 종종 실려 많은 사람이 애송하는 시이다.
산과 강이 온통 백설로 뒤덮이고 눈이 내리는 가운데 강에서 작은 배를 타고 낚시하는 모습은 한 폭의 한기 감도는 차가운 겨울 산수화를 펼쳐 보인다. 전반은 산과 그 속에 난 길들이 모두 적막에 잠긴 설중 풍경을 묘사하였고 후반은 그 속에서 고독하게 낚시를 하는 어옹의 모습을 부각하였다.
시인의 말처럼 천 산에 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고 만 길에 사람의 인적도 끊어졌다면 눈이 많이 오고 매우 추울 것인데 어째서 한 어부는 세상 사람과 달리 굳이 혼자 강에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것인가?
고래로 어부는 주로 은자의 상징이다. 이런 은자가 이 춥고 눈 내리는 날 세상 사람과 다른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폄적된 시인의 불굴의 정신을 투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저 어옹은 예전 강 태공이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하며 주나라 문왕을 기다린 것처럼 때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오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또 세상에 자신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견해가 비교적 시인의 처지나 사상과 맥락이 닿는다.
아니면 저렇게 추운 날 낚시를 해 봐야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차가운 정치 현실을 풍자한 시로도 읽을 수 있다. 이런 견해는 청나라 왕요형(王堯衡)의 견해이다. 그는 이 시가 차가운 세태와 비정한 정치 현실 속에 놓인 시인 자신을 비유한 것으로 읽는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이 시에 깊게 반영된 고독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절멸된 겨울, 고주(孤舟)와 독조(獨釣)는 그 자체로 함축이 풍부하여 독자를 사색에 젖게 한다.
가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홀로 차가운 강의 눈을 낚네.’로 해석을 시도하는 사람이 나타나곤 한다. 한시는 전대의 많은 시상의 축적 위에서 지어지는 것인데 이런 견해는 한시의 문화적 배경이나 시어의 축적을 인정하지 않는 발상이다. 유종원의 시기에는 이미 어부의 이미지가 정착된 시기이므로 그가 눈을 낚을 리는 없는 것이다. 또 제목을 <강설>로 한 것은 이미 눈 내리는 겨울 강을 전제로 한 것이고 어부는 그러한 풍경 속에 시인의 투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시는 역대의 평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정치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천된 유종원 자신의 고독한 심정과 세상에 대해 꺾이지 않는 기상을 투영한 작품이라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시에 나오는 어부는 시인이 실제로 본 어부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작품으로 그려낸 어부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시인의 정신적 모습의 형상인 것이다. 그러니 이를 두고 추운 겨울 강에서 눈을 맞으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고생을 한다든가 또 그 어부가 눈을 낚는다고 하는 것은 결국 시를 모르는 사람의 객담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365일 한시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