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브리 왕국南浡里國
수마트라에서 정서 방향으로 순풍을 타고 사흘 밤낮을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이 나라 해변에 사는 백성은 겨우 천여 가구 남짓인데 모두 회교도로서 대단히 소박하고 성실하다. 이 나라 영지는 동쪽으로 리데 왕국의 경계에 접해 있고 서북쪽은 모두 대해에 접해 있다. 남쪽으로는 산인데, 그 산의 남쪽은 또 대해이다. 국왕도 회교도이다. 국왕의 거처는 네 길 높이의 큰 나무로 누각처럼 지었는데, 누각 아래에는 아무 장식도 없고 소와 양 같은 가축을 풀어 놓았다. 누각 상부는 사방을 판자를 쪼개서 지었는데 대단히 깔끔하며, 안자 쉬거나 잠자고 먹는 일을 모두 그 위에서 한다. 백성들이 사는 집은 수마트라 왕국과 같다. 그곳에는 황소와 물소, 산양, 닭, 오리, 채소가 모두 희소하지만 생선과 새우 등은 매우 싸다. 쌀과 곡식은 적다. 동전을 사용한다.
自蘇門答剌往正西, 好風行三晝夜可到. 其國邊海, 人民止有千餘家有餘, 皆是回回人, 甚是朴實. 地方東接黎代王界, 西北皆臨大海, 南去是山, 山之南又是大海. 國王亦是回回人. 王之居處, 用大木高四丈, 如樓起造, 樓下俱無裝飾, 縱放牛羊牲畜在下, 樓上四邊以板折落, 甚潔. 坐臥食處皆在其上. 民居之屋, 與蘇門答剌國同. 其處黃牛水牛山羊雞鴨蔬菜皆少, 魚蝦甚賤, 米穀少. 使用銅錢.
산에서는 강진향이 나는데 이곳의 제품은 대단히 훌륭해서 연화강(蓮花降)이라고 부르며, 아울러 무소도 있다.
이 나라 서북쪽 바다 안에는 꼭대기가 평평한 험준한 산이 하나 있는데, 한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그 이름은 풀라우웨(帽山, Pulo Weh)이다. 그 산의 서쪽도 모두 대해이니, 바로 서양으로서 라무리(那沒口+梨) 해양이라고 부른다. 서쪽에서 와서 바다를 지나는 선박들은 돛을 거둘 때는 모두 이 산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 산의 주변의 깊이 두 길 전후의 얕은 물속에는 바다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가져다가 보물로 파는데, 이것이 바로 산호이다. 그 나무 가운데 큰 것은 높이가 두세 자나 되고 뿌리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큰 뿌리가 먹처럼 시커멓고 옥처럼 따뜻한 윤기를 띠는데, 줄기 끝의 갈라진 가지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모양이 사랑스럽다. 뿌리 가운데 큰 곳은 갈아서 모주(帽珠)와 같은 기물(器物)을 만들 수 있다.
山產降眞香, 此處至好, 名蓮花降, 幷有犀牛. 國之西北海內有一大平頂峻山, 半日可到, 名帽山. 其山之西, 亦皆大海, 正是西洋也, 名那沒口+梨洋. 西來過洋船隻收帆, 俱望此山爲准. 其山邊二丈上下淺水內, 生海樹, 彼人撈取爲寶物貨賣, 卽珊瑚也. 其樹大者高二三尺, 根頭有一大拇指大根, 如墨之沉黑, 似玉之溫潤, 稍上椏枝婆娑可愛. 根頭大處可碾爲帽珠器物.
풀라우웨 발치에도 2, 30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각자 왕이라고 자칭한다. 성명을 물으면 아쿠에 라자(阿菰喇楂, akue raja) 즉 “내가 왕이다.”라고 대답한다. 그 다음 사람에게 물으면 아쿠에 라자 즉 “나도 왕이다.”라고 대답하니 정말 우습다. 이 나라는 람브리 왕국에 속하여 관할을 받는데, 람브리 국왕은 항상 보선을 따라 중국에 와서 강진향 등을 공물로 진상한다.
其帽山脚下, 亦有居民二三十家, 各自稱爲王. 若問其姓名, 則曰阿菰喇楂, 我便是王, 以答. 或問其次, 則曰阿孤喇沓, 我亦是王, 甚可笑也. 其地屬南浡里國所轄, 其南浡里王常跟寶船, 將降眞香等物貢於中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