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江雪)/ [唐] 유종원(柳宗元)
즈믄 산에 나는 새
끊어지고
만 갈래 길 사람 자취
사라졌다
외로운 배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혼자서 차가운 강
눈을 낚는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이 한 수의 시만으로도 유종원은 시인으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동서고금의 시 작품 중에 대자연 속 인간의 절대고독을 이처럼 절실하게 노래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운율에서 그러하다. 이 시는 언뜻 오언절구처럼 보이지만 오언고시로 불러야 정확하다. 오언고시 중에서도 그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짝수 구 끝에 측성으로 운을 달았을 뿐더러 첫째 구에까지 운을 달았다.(절구는 대개 평성으로 운을 단다) 이는 칠언시의 압운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훨씬 강화된 라임 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그 압운도 측성 중에서 입성을 운용하고 있다. ‘絶(절)’, ‘滅(멸)’, ‘雪(설)’이 바로 입성에 속한다. 이 운자들이 지금 우리 발음으로는 ‘ㄹ’ 받침이지만 중국 고대음에서는 ‘t’ 받침에 속한다. 현대 베이징어에는 입성이 사라졌으므로 대략 ‘t’ 받침을 붙여서 표기해보면 ‘juet(쥍)’, ‘miet(몥)’, ‘xuet(쉩)’으로 발음된다. 이는 그야말로 “촉급하게 끝닫는 소리”다. 이 시의 압운이 얼마나 인간의 격절감을 강화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운자가 드러내는 의미 즉 “나는 새 끊어지고(絶)”, “사람 자취 사라져서(滅)”, “강 위에 눈만 내리는(雪)” 풍경은 말 그대로 ‘절멸(絶滅)’의 경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차가운 강에서 낚시하는 늙은이가 과연 고기를 잡는 것일까? 혼자 차가운 강에서 눈을 낚는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도롱이와 삿갓 위에는 여전히 끝도 없이 눈이 내린다.
한시, 계절의 노래 219
- 청청재시화는 한시, 계절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현재 저자의 페이스북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현재 254회분이 연재되었고 이 지면에는 219회분부터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