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에 원외랑 단구에게秋夜寄邱員外/당唐 위응물韋應物
懷君屬秋夜 가을밤이라 그대 더욱 그리워
散步詠涼天 서늘한 공기에 산보하며 읊네
山空松子落 고요한 산에 솔방울 떨어지니
幽人應未眠 은거하는 그대도 잠 못 이루리
이 시는 789년 위응물(韋應物, 737~792)이 53세로 소주 자사(蘇州刺史)로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이 시의 수신자인 구 원외(邱員外)는 원외랑 벼슬을 역임한 단구(丹邱)를 말하는데, 그는 본래 절강성 가흥(嘉興) 사람으로 몇 년 전부터 항주 임평산(臨平山)에 은거하는 중이다. 그는 4촌 형제 중에 22번째 서열이라 어떤 제목에는 ‘邱二十二員外’라고 한 곳도 있다.
‘屬’은 어디에 속하다고 할 때는 발음이 ‘속’이지만 ‘마침 ~ 하는 때이다.’라고 할 때는 발음이 ‘촉’이다. 물론 위촉하다고 할 때도 ‘촉’이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지금이 마침 가을밤에 해당한다.’는 말은 ‘가을밤에 마침 그대를 그리워한다.’는 의미이다. 《오언당음》의 첫 수 송지문(宋之問)의 <도중한식(途中寒食)> 시에 “길가는 도중이 마침 모춘에 해당한다.[道中屬莫春]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은 ‘모춘에 마침 길을 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런 표현을 구사하는 이유는 어떤 행위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을 만났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첫 구의 정확한 의미는 ‘가을밤이다 보니 그대가 유난히 더 보고 싶다.’ 이런 말이 된다. 그래서 서늘한 밤공기 속을 거닐며 그대 생각을 하고 이렇게 시를 지어 편지를 보낸다고 한 것이다.
양천(涼天)은 서늘한 밤공기라는 의미이다. 여기 천(天)자는 뒤의 면(眠) 자와 운을 맞추기 위해 선택된 글자이고 실제 의미는 서늘한 바람이나 공기라는 뜻이다. 송자(松子)는 잣이나 솔방울을 말한다. 다만 이 시에서는 여러 정황상 솔방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 2구가 시인이 단구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뒤의 2구는 시인이 단구 역시 가을의 정취에 자극을 받아 무슨 감회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밤에 잠들지 못할 것이라는 정도로만 담박하게 말하였지만 오히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시를 받은 단구는 <소주 자사 위응물에게[答韋蘇州]>라는 답시를 보냈다.
露滴梧葉鳴 이슬 떨어져 오동잎 울고
秋風桂花發 가을바람에 목서 꽃 피네
中有學仙人 여기 신선을 배우는 사람
吹簫弄明月 퉁소 불며 달을 희롱하네
위응물은 내가 가을밤에 그대를 그리워하듯이 그대 역시 이 가을에 소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리운 마음을 전하였다면, 단구는 마치 신선처럼 담담한 시를 보냈다. 오동잎에 이슬이 떨어져 우는 소리가 나고 가을바람에 목서 꽃도 피어 있는데 자신은 그런 아름다운 환경에서 달을 보며 퉁소를 불고 있다고 한다. 위응물보다 시격이 한 수 위다. 위응물 시를 흔히 고담(古淡)하다고 하는데 이 시는 한술 더 떠 선풍(仙風)이 있는 듯하다. 다만 이 시는 위응물 시의 뒤의 2구에 있는 함축과 여운에는 다소 손색이 있는 듯하다.
365일 한시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