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건훈李建勳 국화를 따면서采菊

국화를 따면서采菊/당唐 이건훈李建勳

簇簇竟相鮮 떨기마다 마침내 고운 자태
一枝開幾番 한 가지에 몇 번이나 필까
味甘資麹糵 맛이 달아 술 재료로 쓰고
香好勝蘭蓀 향기도 좋아 난초보다 낫네
古道風搖遠 옛길엔 바람이 멀리 스치고
荒籬露壓繁 거친 울타리엔 이슬이 많네
盈筐時采得 이제 바구니 가득 따 담으니
服餌近知門 곧 약으로 먹으면 문밖을 알까

요즘 산책을 하다 보면 들국화가 피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색깔도 그윽하고 향기도 진하다. 어느덧 국화의 계절이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시는 다른 시처럼 국화를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고, 국화를 채취하여 술로 담아 먹으면 양생에 도움이 된다는 다소 실용적 내용을 담고 있다. 불로장생을 꿈꾸는 노인들이 이 시를 유의해 볼 듯하다.

난손(蘭蓀)은 난초와 창포 등 향초를 말한다. 국화의 맛과 향기는 술을 담그나 난초처럼 감상하기에 좋다고 말한다. 오래된 길에 가을바람이 멀리 불면서 지나가고 여름의 풍우를 거치며 거칠어진 울타리에 이슬이 축축이 내린 것을 시에서 묘사한 것은 바로 이 시기가 국화를 따기에 적기임을 말한 것이다.

시인은 바로 이때 국화를 바구니에 가득 따서 술을 담아 놓고 약으로 복용하면, 가까이 문이 있어도 출타할 일이 없으니 문이 어디에 있는지 의식할 리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국화를 양생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건훈(李建勳, 약 872~952)은 《전당시》에는 농서(隴西)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당재자전(唐才子傳)》에는 광릉(廣陵), 즉 양주(揚州) 사람으로 되어 있다. 그는 오대의 남당(南唐)에서 재상이나 사도(司徒) 등 고관을 지냈다. 그런데 그는 은일에 뜻이 있고 도사들과 교유하기를 좋아하는 등 신선 세계를 지향하였다. 이 시에서 국화를 양생의 관점에서 보고 시를 쓴 것은 이 시인이 평소 신선을 동경한 생활 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사악한 무리가 발호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귀와 눈을 막고 어디 은거하면서 과일나무를 심고 신선처럼 살고 싶기도 하다. 자연에는 그윽한 국화의 계절이 찾아왔건만 인간 세상엔 비린내가 진동한다.

清 杨大章 <菊花佛手图> 출처 昵图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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