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왕유王維 9월 9일에 화산 동쪽에 있는 형제를 그리며九月九日憶山東兄弟

9월 9일에 화산 동쪽에 있는 형제를 그리며九月九日憶山東兄弟/당唐 왕유王維

獨在異鄉爲異客 홀로 타향에서 낯선 객이 되었으니
每逢佳節倍思親 명절 때마다 부모형제 더 그립구나
遙知兄弟登高處 지금 형제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遍插茱萸少一人 나만 빠진 채 다 수유 가지 꽂았겠지

이 시는 왕유(王維, 701~761)가 717년 17세 때 장안에 있으면서 지은 시이다. 본래의 작품에는 시인 스스로 제목 뒤에 17세에 지었다고 적어 놓았다. 여기서 산동(山東)이라 한 것은 오늘날의 산동성을 말한 것이 아니다. 왕유의 집이 있는 포주(蒲州), 즉 지금의 영제현(永濟縣)을 말한다. 장안과 고향 사이에는 매우 험준한 화산(華山)이 가로 막혀 있다. 그래서 산동이라 한 것이다. 왕유는 15세에 장안으로 가서 지금 3번째 중양절을 맞이하였다.

고래의 평자들은 이 시가 《시경》위풍(魏風) <척고(陟岵)> 의 뜻이 있다고 하였다. 춘추 시대에 위나라는 사방의 강대국들에 시달려 백성들이 군대에 자주 차출되었다. 이 시의 화자는 언덕에 올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이 자신이 군대에 갈 때 몸 건강하고 조심해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말을 차례로 떠 올린다. 부모와 형이 그립다는 말 대신 부모와 형이 자신을 걱정한다고 말하여 고적감과 향수를 더 깊이 표현하였다.

왕유의 이 시 역시 고향의 부모 형제를 그립다고 하지 않고 부모 형제가 나 한 사람 빠진 것을 걱정할 것이라는 내용을 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부모와 형제가 나를 걱정할 것이라는 말을 직접 한 것은 없다. 다만 모두 모인 자리에 내가 빠져 있는 정황을 내가 멀리서도 환하게 다 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자연 명절에 내가 빠져 애석해할 것이라는 의미가 말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앞의 요지(遙知)의 주체는 당연히 시인 자신이다.

이 시는 2구의 배(倍)자가 묘미가 있다. 명절에 갑절이나 더 부모 형제가 그립다는 건 평소에도 늘 그립다는 것을 드러낸다.

수유(茱萸)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그동안 논쟁이 있었다. 오수유(吳茱萸)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에서 수유가 나온 것은 중양절에 높은 산에 올라가 오수유를 머리에 꽂고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 때문이다. 중양절이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변해 병에 취약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염병이나 여러 병을 예방하는 약성이 뛰어난 오수유를 휴대한 것이다. 그래서 오유수를 벽사옹(辟邪翁)이라고 한다. 이 오수유는 우리나라에서 앞의 오(吳)자는 생략하고 수유로 쓰다가 이마저도 음이 변해 쉬나무가 되었다. 중양은 달리 중구, 혹은 구구(九九)라 하는데 구구는 또 구구(久久)와 통한다. 그래서 장수에 효험이 있는 국화를 넣어 술을 마신다. 국화는 연수객(延壽客)이라 한다.

왕유가 17살에 쓴 시이지만 보편적인 사람의 마음에 호소력이 있어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이 시는 <<당시배항방>> 48위에 올라 있다.

華山 출처 微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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