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제1권 4

제1권 운수 트인 사내가 우연히 동정홍을 사고
페르시아인이 타룡의 껍질을 알아보다
第一卷 轉運漢遇巧洞庭紅 波斯胡指破鼉龍

똑 같은 내용을 종이 두 장에 쓰고 뒤쪽에 연월일을 적은 다음 그 아래에 장승운을 필두로 객상 십여 인의 이름을 적었다. 저중영은 자신이 붓을 들고 있어서 제일 마지막에 썼다. 날짜 앞 빈 공간에 두 종이를 포개어 이음새 부분에 줄을 긋고 양쪽에 반반씩 걸치게 “계약체결”이라는 네 글자를 썼다. 그 아래에 “객상 문실, 주인 마보합”이라 쓰고 각각 수결을 했다. 또 계약서에 쓰여진 명단의 뒤에서부터 서명을 하는데, 장승운까지 썼을 때 그가 말했다.

“우리가 서명한 값을 많이 쳐주셔야 이 계약이 성립됩니다.”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감히 소홀할 수가 있겠습니까!”

다 쓰고 나서 주인은 안으로 들어가 우선 은 한 상자를 메고 나와서 말했다.

“먼저 수수료를 드리고 다시 이야기합시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주인이 상자를 여니 오십 냥씩 담긴 주머니가 모두 스무 개로 딱 천 냥이었다. 주인은 그것을 두 손으로 장승운에게 주면서 말했다.

“손님이 받으셔서 여러분께 나누어 드리십시오.”

사람들은 방금 술을 마시고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모두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 그가 번쩍거리는 백은을 수수료로 가져오는 것을 보고서야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문약허는 마치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장대는 그를 잡아끌며 말했다.

“이 수수료를 어떻게 나눌 건지 문형이 알아서 하시오.”

문약허는 그제서야 한 마디 했다.

“우선 일을 끝내고 천천히 처리합시다.”

이때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문약허에게 말했다.

“손님께 상의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돈은 지금 안채 다락 위에 있는데 모두 방금 달아본 것으로 딱 맞습니다. 그래도 손님들 한두 분이 들어가셔서 한 포대 정도 살펴보고 꼭 맞는지 달아보시면 나머지는 달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은전은 수량이 적지 않으니 옮기는 것도 잠깐으로는 안 될 겁니다. 더구나 문 선생은 혼자이신데 그걸 배에다 싣기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또 바다로 귀향하려면 불편한 일이 많을 것입니다.”

문약허는 잠깐 생각해보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문 선생은 지금 당장 돌아가지 마십시오. 여기 제게 비단가게가 한 군데 있는데 거기에 삼천 냥을 투자했습니다. 그 앞뒤로는 크고 작은 건물과 방 백여 칸 되는 아주 널찍한 집이 있습니다. 이천 냥이 나가는 것인데 여기서 반 리 정도 가면 됩니다. 제 생각에는 점포의 물건과 가옥을 오천 냥으로 계약하여 문 선생께 넘기고 선생은 여기에 남으셔서 장사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은은 몇 번으로 나누어 옮겨가면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것입니다. 후에 문 선생이 돌아가고 싶으시면 여기서 믿을 만한 점원더러 지키게 하고 가볍게 왔다 갔다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의 가게에서 은자를 내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문 선생께서 보관하시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제 소견은 이렇습니다.”

문약허와 장대는 무릎을 치며 말했다.

“과연 대상인의 배포답네! 구구절절 옳은 말이오.”

문약허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집에는 원래 처자식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산은 이미 탕진되었으니 은자를 많이 가지고 간다 한들 보관할 곳도 없습니다. 주인장 말씀에 따라 저는 여기서 가업을 일으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행운을 만난 것도 기회이고 인연이며, 모두 하늘에서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인연을 따라가야겠지요. 설령 그 물건과 부동산의 가격이 오천 냥이 안 되더라도 어쨌든 행운으로 얻은 것이니까요.”

그리고는 주인에게 말했다.

“방금 말씀하신 것은 정말 빈틈없는 계획이십니다. 제가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주인은 문약허를 안채로 데리고 가서 구경하려 하면서 또 장대와 저중영 두 사람을 불렀다.

“함께 가서 보시지요. 나머지 분들은 안 가셔도 되니 잠깐 앉아 계십시오.”

그들 네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목을 빼고 기다리며 앞 다퉈 말했다.

“이렇게 기이한 일이 있다니! 이런 행운이 있다니! 진작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배가 섬에 정박했을 때 함께 가볼 것을. 가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보물이 또 있었는지도 모를 일인데.”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하늘이 내린 복이야. 그냥 덤벼든다고 억지로 얻을 수 있겠어?”

한참 부러워하고 있는데 문약허가 장대, 저중영 두 사람과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물었다.

“들어가 보니 어떻습디까?”

장대가 말했다.

“안에 있는 높은 건물은 흙으로 된 창고인데 은을 보관해 두는 곳이더군요. 모두 통에 가득 담겨 있었소. 방금 들어가서 큰 통 열 개를 보았는데, 통마다 은 사천 냥이 들어있고, 또 작은 상자 다섯 개가 있는데 상자마다 천 냥이 있어서 모두 사만 오천 냥이었소. 문 형의 봉인지로 이미 봉해져 있어서 물건만 주면 문형의 것이 되는 거요.”

이때 주인이 나와서 말했다.

“건물 문서와 비단 장부도 모두 여기 있고 합해서 꼭 오만 냥입니다. 이제 물건을 인수하러 배로 갑시다.”

모두들 함께 배로 몰려갔다.

문약허는 길에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배 위에 사람들이 많으니 절대로 말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사람들도 배 위의 사람들이 알게 되어 수수료를 나누게 될까봐 저어하여 모두 마음속으로 그러리라 마음먹었다. 문약허가 배에 이르자 우선 거북껍질 안에 있는 주머니와 보따리를 끄집어냈다. 그는 손으로 껍질을 만지며 속으로 말했다.

‘행운이야, 행운!’

주인은 가게의 젊은이 두 사람을 시켜 그 껍질을 메게 하고 분부하였다.

“조심해서 메고 갖다두거라. 밖에 두어서는 안 되느니라.”

배 위의 사람들은 이 껍질을 메고 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이 쓸모없는 물건도 팔렸구나.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네.”

문약허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손에 보따리를 들고 뭍 위로 걸어갔다. 함께 왔던 몇 사람도 다시 해안 쪽으로 뒤따라가서는 껍질을 자세히 훑어보고는 또 안쪽도 들여다보고 잡아당겨 보기도 하면서 서로 힐끔거리며 말했다.

“뭐가 좋다는 거야?”

주인은 다시 그 십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출발했고, 가게에 도착하자 입을 열었다.

“지금 문 선생과 함께 집과 가게를 보러 가시지요.”

사람들과 주인은 함께 어느 곳에 당도했다는데, 번화가 한복판에 있었고 매우 큰 집이었다. 문 앞 정 중앙이 바로 가게였고 옆에는 골목이 있었다. 골목을 들어가서 모퉁이를 돌면 두 짝으로 된 큰 돌문이 있었고 문안에는 큰 뜰이 있었다. 위에는 큰 대청이 있었고, 대청 위에는 편액이 걸려있었는데 ‘내탐당(來琛堂)’이라 쓰여 있었다. 당 옆에는 곁방이 두 개 있었고 방안에는 삼면에 궤짝이 있었다. 궤짝 안은 모두 여러 색의 비단으로 차 있었다. 안채 쪽에도 층옥이 아주 많았다. 문약허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살게 되면 왕후의 집도 여기보다 못하겠다. 하물며 비단가게로 장사를 하게 되면 이익이 대단할 것이니, 여기서 상인 노릇하는 것이 좋겠다. 집 생각은 해서 뭣 하겠나?’

그리고는 곧 주인에게 말했다.

“좋기는 하지만 저는 홀몸이라 어쨌든 부릴 사람 몇이 있어야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모두 제게 맡겨주십시오.”

문약허는 매우 만족해하며 사람들과 원래의 가게로 돌아왔다. 주인은 차를 달라 해서 마시고는 말했다.

“문 선생은 오늘밤 배로 가실 필요 없이 그냥 여기 머무십시오. 부리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 가게에도 있으니 천천히 해결하면 됩니다.”

그러자 여러 객상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거래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다른 말은 할 필요 없지만, 단지 우리는 아무래도 의심이 듭니다. 이 껍질에 무슨 귀한 데가 있어서 그렇게 가격이 비쌉니까? 주인장께서 제대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문약허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공연히 바다위로 왔다 갔다 하셨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시다니요! 여러분들은 용에 아홉 아들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 중에 타룡(鼉龍)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 껍질로 북을 만들 수 있는데, 그 소리가 백리 밖에서도 들린답니다. 그래서 그것을 타고(鼉鼓)라 합지요. 타룡이 만 살이 되면 결국 껍질을 벗고 용이 됩니다. 그 껍질에는 갈빗대 스물네 개가 있는데, 하늘의 이십사 기(氣)에 의한 것으로 매 갈빗대의 관절 안에 커다란 구슬이 하나씩 있습니다. 만약 갈빗대가 완전치 못할 때에는 용이 되지 못하고 껍질을 벗을 수도 없지요. 그것을 생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껍질로 북이나 만들어야 하고 갈빗대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물네 개의 갈빗대가 모두 완전해지고 관절마다 구슬이 차면 그런 연후에야 껍질을 벗고 용으로 변해 떠납니다. 그러니 이 껍질의 경우 자연적으로 벗어진 것이라 기운이 완전해져서 갈빗대와 관절이 모두 온전히 자란 것이니 생포하여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한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또 그래서 이렇게 큰 것이지요. 이 물건에 대해서 제가 알고는 있었지만, 언제 껍질을 벗고 또 어디서 껍질을 벗을지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껍질은 값이 나가지 않지만 그 구슬은 야광을 가지고 있어 값을 칠 수 없는 보물입니다. 지금 천행으로 이것을 만나 얻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였다. 주인은 안으로 들어갔다가 희희낙락하며 나왔다. 소매 속에서 서양 천으로 싼 주머니를 꺼내서는 말했다.

“여러분께 보여드리지요”

그것을 풀어보니 비단으로 싼 한 치는 됨직한 커다란 야광주가 보였는데 그 광채가 눈이 부셨다. 검은 칠을 한 접시를 달라 하여 어두운 곳에 놓으니 그 진주는 멈추지 않고 굴러다니며 번쩍번쩍하면서 한 자 남짓한 빛을 발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는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둘렀다. 주인은 몸을 돌려 사람들에게 치하하였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일이 성사되었습니다. 하나만 우리나라로 가지고 가더라도 제가 지불한 값이 될 겁니다. 나머지는 모두 은혜를 입은 것이지요.”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놀랐으나 이미 끝난 얘기라 돌이킬 수가 없었다.

주인은 사람들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구슬을 거두어 급히 안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다시 비단 상자를 들고 나와서 문약허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비단 두 단(端)21씩을 주면서 말했다.

“여러분들을 번거롭게 하였으니 도포나 두어 벌 만들어 입으십시오. 그저 소인의 작은 성의입니다.”

또 소매에서 작은 구슬 십여 꾸러미를 꺼내서 한 꾸러미씩 주었다.

“변변치 않습니다. 가시는 도중 차값으로나 쓰십시오.”

문약허에게는 좀 더 큰 구슬 네 꾸러미와 비단 여덟 필을 주면서 말했다.

“우선 옷이나 몇 벌 해 입으십시오.”

문약허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며 감사하였다.

주인은 사람들과 더불어 문약허를 비단가게까지 전송하고 가게의 젊은 점원들을 모두 불러 인사를 시켰다.

“이제 이 분이 주인이시다.”

주인은 작별하고 떠나면서 말했다.

“저희 가게로 또 놀러 오십시오.”

잠깐 사이에 수십 명의 인부들이 많은 짐을 메고 와서 앞서 보았던 문약허의 봉인이 붙은 통 열개와 상자 다섯 개를 날랐다. 문약허는 그것들을 매우 깊고 조용한 침실로 운반해놓고 나와서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이끌어주셔서 이렇게 의외의 부귀를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보따리 안에 있던 동정홍을 판 은전을 쏟아내서는 사람들에게 열 개씩 주었고, 장대와 전에 자기에게 은전을 보태주었던 몇 사람에게는 따로 열 개씩을 더 주었다.

“우선 이것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이때 문약허는 이 은전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기분이 좋아 연신 고맙다고 했다. 문약허는 또 은전 몇 십 개를 꺼내 장대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형장께서 수고스럽지만 배 위의 동행한 사람들에게 찻값이나 하라고 하나씩 나누어주십시오. 저는 여기서 살다가 기반이 잡히면 천천히 고향으로 돌아가렵니다. 지금은 함께 갈 수가 없으니 여기서 작별해야겠습니다.”

“그 수수료 천 냥은 아직 분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문 형이 분배해주셔야 군말이 없을 거요.”

“그걸 잊었군요.”

사진 npr.org

곧 사람들과 상의하여 백 냥을 배 위의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구백 냥은 지금 있는 사람 숫자에 맞추어 따로 몇 무더기를 더해서 숫자대로 나누어주니 각각 한 무더기씩 받게 되었다. 장대는 우두머리이고 저중영은 계약서를 쓴 사람이라 한 무더기씩 더 주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 다른 말이 없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단지 이번에 그 회회아비가 너무 큰 이득을 봤어요. 문 선생은 그 문제를 한번 짚어서 부족한 부분을 요구해야 돼요.”

그러자 문약허는 이렇게 말했다.

“만족을 몰라서는 안 되지요. 이 재수 없던 사람을 보십시오. 저는 장사만 했다 하면본전도 까먹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운이 와서 빈손으로 이런 재물운이 생겼습니다. 인생에는 운명이 정해져 있어 억지로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겁니다. 만약 이 주인장이 물건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더라면 그저 폐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분의 감식안 덕을 본 것인데 어찌 막무가내로 따질 수 있겠어요?”

“문 선생 말씀이 옳습니다. 정직하고 생각이 깊으시니 이러한 부귀를 얻을 만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고 거듭 감사해하며 각기 얻은 물건을 가지고 배로 가서 물건을 팔았다.

이로부터 문약허는 복건의 거상이 되어 거기서 아내도 얻고 가업도 일으켰다. 몇 년이 지나서야 소주로 가서 아는 이들을 만나고는 다시 돌아갔다. 지금까지도 그 자손이 번성하고 가문의 부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운이 없으면 황금도 그 빛을 잃고, 때가 오면 쇳덩이도 빛이 난다네.
어리석은 이에게 꿈 말하지 말고, 해외에서 거북 찾을 생각을 하시라.

21 단(端)은 옛날에 직물을 세던 단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