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大暑/송宋 증기曾幾
赤日幾時過 불볕더위 언제나 지나갈까
清風無處尋 맑은 바람 어디에도 없네
經書聊枕籍 경서를 아쉬운 대로 목침 삼고
瓜李漫浮沉 참외와 자두 물에 띄어두었네
蘭若靜復靜 절집은 고요하고도 고요하며
茅茨深又深 띳집은 적막하고도 적막하네
炎蒸乃如許 찌는 더위 마침내 이 지경이니
那更惜分陰 어찌 다시 시간 아껴 공부할까
증기(曾幾, 1084~1166)의 시를 160회 <삼구산(三衢山) 가는 길에[三衢道中]>에 이어 2번째로 본다. 이 시는 증기의 문집 《다산집(茶山集)》 권 4에 실려 있다.
이 책은 10권으로 되어 있는데 맨 앞에 제요에 증기의 약력이 소개되어 있다. 증기는 진회(秦檜)와 사이가 좋지 않아 관직을 그만두고 강서성 상요(上饒)의 다산사(茶山寺)에 우거하며 다산 거사로 자호하였다. 진회가 죽은 뒤에 다시 발탁되어 왕실 도서관과 예부의 중임을 맡았다. 육유가 쓴 묘지명에 의하면 그는 도학을 시로 발현하였으며 두보와 황정견의 시를 으뜸으로 삼았다고 한다. 결국 증기는 황정견과 육유를 잇는 교량의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이 시에 여름의 절간 풍경이 비치는 것도 이런 내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다음 주에는 중복과 대서가 든다. 한창 더울 때이다. 작년에 하도 더워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는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오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 시를 통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예전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태양은 작열하는데 바람 한 점 없다. 체면 불고하고 읽던 경서를 목침 삼아 눕는다. 참외와 자두도 따다가 시원한 물에 담가 놓았다. 절간 방사에는 아무도 나 다니는 사람이 없어 정말로 고요하고 내가 머무는 띳집은 더욱 인적이 끊어져 참으로 깊다는 것이 실감난다. 나다니는 사람이 전혀 없다. 이렇게 날이 무더운데 어떻게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겠나? 그냥 쉬는 수밖에…….
이렇게 더운 날은 그냥 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학자이자 시인은 말한다. 큰 학자가 경서를 베개 삼아 깔고 잔다는 것에서 솔직함이 묻어난다. 여름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그 전까지 밀린 일을 처리 하면 휴가 때 다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다.
365일 한시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