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미상失名 칙륵가勅勒歌

칙륵가勅勒歌/남북조南北朝 미상失名

勅勒川 칙륵천 흐르는
陰山下 음산의 아래
天似穹廬 하늘은 게르처럼 둥글어
籠蓋四野 사방 초원을 감싸고 있네
天蒼蒼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野茫茫 초원은 넓고도 넓어라
風吹草低見牛羊 바람 불어와 풀이 누우니 소와 양 떼가 나타나네

이 시는 남북조 북제(北齊) 시기 황하 이북 지역에서 유행한 민요이다. 본래는 지금의 내몽골 자치구를 가로지르는 음산 산맥 아래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선비족의 노래이지만 북제 시대에 한역된 것이다.

시는 장단귀로 되어 있고 크게 2 부분으로 나뉜다. 농개사야(籠蓋四野) 앞까지와 그 이후로 나뉘는데 그 앞은 하(下), 야(野)를 운자로 놓았고, 뒤는 창(蒼), 망(茫), 양(羊) 3글자가 운자이다. 어떤 학자들은 농개사야(籠蓋四野)에서 ‘롱(籠)’ 1자를 생략해 3,3,7로 상하가 대응된 2단 구조로 보기도 한다.

궁려(穹廬)는 ‘둥근 집’이란 뜻으로 몽고포(蒙古包)라고 불리는 ‘게르’를 말한다.

음산의 아래 칙륵천은 흘러가고 그 위 하늘은 게르처럼 둥글어 사방의 초원을 감싸고 있다. 하늘과 초원은 서로 이어졌고 시야에 막히는 것이 없어 무한한 광활감을 준다. 이윽고 바람이 불어와 풍성한 풀들이 일제히 눕자 멀리 소떼와 양떼가 보인다. 시의 무대가 지극히 크고 분위기는 호쾌하며 어조는 웅장하다. 의미도 명백하여 마치 초원에서 마주하는 넒은 개활감과 선명한 색상이 시에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

원나라 때 선비족의 후예인 시인 원호문(元好問)은 이 시를 읽고 “중국 만고 영웅의 기상이 음산의 칙륵천에 이르렀다.[中州萬古英雄氣, 也到陰山敕勒川]”라고 극찬하였다.

그동안 중국 학계에서는 창작 연대, 배경, 작가 등 다방면에 걸친 많은 연구 논문이 보고되었다. 그 중 작가로는 북제의 곡률금(斛律金)이나 그의 아들 곡률광(斛律光)이라는 설이 있고, 이 시를 본래 창작한 민족과 언어로는 선비족과 선비어, 몽골족과 몰골어, 칙륵족과 칙륵어 등으로 의견이 갈리며, 무대로는 내몽고와 산서(山西) 일대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시는 양신(楊愼)의 삼국지 서시와 함께 저녁 산책을 하며 읊조리기에 가장 호쾌한 시이다.

출처 pconline

365일 한시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