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에서池上二絶/당唐백거이白居易
1
山僧對棋坐 바둑판 앞에 마주 앉은 산승
局上竹陰清 바둑판엔 시원한 대나무 그늘
映竹無人見 대에 어른대는 사람 하나 없고
時聞下子聲 이따금 딱딱 바둑알 놓는 소리
2
少娃撐小艇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
偷采白蓮回 흰 연꽃을 훔쳐 돌아가네
不解藏蹤跡 다닌 자취 숨길 줄 몰라
浮萍一道開 부평초에 길이 하나 났네
835년 백거이가 낙양에서 태자빈객으로 있던 64세 때에 쓴 시이다. 연못가로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마주한 두 가지 풍경을 시로 형상화하였다. 작은 소품이지만 여름철 정취가 잘 드러나 있다.
대나무 그늘이 우거진 곳에서 두 산승이 마주하여 바둑을 둔다. 이들이 바둑을 두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금 이 시를 쓰는 백거이만 옆에서 지켜 볼 뿐. 아주 조용하다. 가끔 ‘따악’ 하고 바둑 돌 놓는 소리만이 대 숲을 울린다. 스님들은 청정한 세계를 지향하는데 놀이도 신선과 같으니 잠시 세상을 벗어나는 기분이다. 그래서 바둑의 별칭이 좌은(坐隱)이리라.
어린 소녀가 배를 저어 가서 흰 연꽃을 따서 돌아간다. 마음에 드는 꽃도 따고 먹을 연밥도 땄으리라. 그러나 누가 이 연꽃을 따 갔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연못 수면을 가득 메운 개구리밥에 배를 저어 간 길이 났기 때문이다. 소녀의 천진한 행동이 한 폭의 동화처럼 다가온다.
작은 소품이고 내용도 평이하며 동시적인 요소가 있다. 회화적 이미지가 선명하여 시의도(詩意圖)로 그릴만하다.
365일 한시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