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7
새 집으로 이사 오고 그 다음 달에 레이례와 샤오놘은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레이례는 비록 그녀와 사귀기로 한 첫날부터 결혼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아직 둘 다 젊은데도 그녀와 함께한 지 벌써 6년이 지난 것을 생각하면 역시 만감이 교차했었다.
“우리 결혼할까?”
콘크리트 벽이 훤히 드러난 침실의 커다란 침대에 누워 레이례가 말했다.
“그러지 뭐. 이번에 엄마 마음에도 든 것 같으니까.”
샤오놘은 앞쪽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도 마우스에서 떼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네 생각은 어떻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착한 딸이 된 거야?”
레이례는 그녀의 등에 대고 말했다.
“엄마가 그랬어. 여자한테 혼전 동거는 좀 창피한 일이고 결혼을 하면 남이 허튼소리를 하는 걸 걱정 안 하게 될 거라고. 나도 말이야, 사리를 좀 아는 사람이거든. 선배가 어린 여자를 사기 쳐서 데리고 산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좀 억울하긴 하지만 선배 제안을 받아들일게.”
“이봐, 이렇게 진지한 문제를 논하는데 얼굴 좀 맞대고 얘기하면 안 돼?”
“아우,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심미적 피로 때문에 아예 결혼 안 하고 싶어질지 모른다고! 아, 그래, 그래. 어쨌든 나는 일 없는 백수가 됐으니까 선배한테 조건을 따질 처지도 아니지 뭐.”
샤오놘은 레이례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의 귀를 붙잡은 채 똑바로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전화로 양쪽 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렸고 얼마 후 샤오놘의 생일날에 결혼 신고를 했다.
“이봐요, 레이 선배. 나중에 나를 차버리면 나는 생일도 못 챙기게 된다고! 오늘은 내가 이 세상에 온 날이니까 제발 악연을 맺은 날로 만들지는 말아줘!”
“쳇, 좀 기쁘다고 말해주면 덧나나? 내가 너랑 허덕허덕 산 지 벌써 6년이지만 설마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또 없었을 것 같아? 내가 네 생일을 골라 신고한 건 그냥 선물을 아끼기 위해서야. 안 그랬으면 결혼기념일에 선물하고 생일날에도 선물을 해야 하잖아. 이렇게 이틀을 하루로 몰았으니 낭비를 줄인 셈이지.”
“이래서 나이 많은 사람한테 잘해주면 안 돼. 정말 음흉해!”
그날 두 사람은 집 근처에서 가장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애인에서 부부가 된 것을 축하했다. 샤오놘은 레이례가 주문한 와인을 마시고 작은 얼굴이 빨개지는 바람에 식사를 절반쯤 했을 때부터는 줄곧 알딸딸한 상태였다. 그들은 들뜬 기분으로 식사를 하다가 영업이 끝날 때가 돼서야 서로 몸을 의지한 채 식당 문을 나섰다. 도시의 외곽에는 밤 생활이라는 것이 없어서 사실 열 시밖에 안 됐는데도 벌써 거리는 고요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는 불법 택시 몇 대가 침침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레이례는 조금 비틀거리는 샤오놘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팔은 물에 떠 있는 나무막대처럼 가늘기 그지없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두드리며 “여보!”라고 불렀다.
달은 초승달이었고 칼슘이 모자란 사람의 손톱처럼 얇디얇았다. 달빛 아래, 떠돌이 개 두 마리가 쓰레기통 옆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마음 착한 사람이 일부러 밥을 놓아준 것인지, 아니면 어느 공중도덕이 희박한 녀석이 도시락을 버릴 때 밥을 흘린 것인지는 몰라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레이례는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쟤들, 꼭 우리 같지 않아? 우리 둘 다 떠돌이 개처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이 한구석에 있잖아. 나는 매일 밖에 나가 먹이를 구해서 돌아와 네게 먹이고. 그런데 너는 왜 아무리 먹여도 살이 안 찌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