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 따는 노래采蓮曲/당唐 왕창령王昌齡
荷葉羅裙一色裁 연잎과 치마 한 비단으로 만든 듯한데
芙蓉向臉兩邊開 양쪽에서 얼굴 향해 연꽃이 피어 있네
亂入池中看不見 연못 속으로 깊이 들어가 안 보이더니
聞歌始覺有人來 노랫소리 들리니 그 처녀 오는가 보네
중국의 강남에는 물이 많고 기후가 따뜻해 연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못에 연을 키우고 그 열매를 따서 식용하는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여름에 연밥을 채취하기 위해 참외 씨 같은 배를 타고 연밥을 딴다. 강남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물뿌리개 꼭지처럼 생긴 연밥을 따서 파는 것을 사 먹을 수 있는데 매우 고소하고 담백하다.
필자는 이 채련 풍속을 잘 알지는 못하는데 지금 이 시에서도 보듯이 채련에 반드시 노동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젊은 여인들이 바람도 쐬고 남자를 만나는 기회가 아닐까 한다.
지금 이 소녀도 비단 치마 차림이다. 노동을 위해서라면 왜 비단 치마를 입겠는가? 그 치마가 파래서 연잎과 같으니 시인이 같은 푸른 비단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연꽃이 이 소녀의 얼굴 양 옆에서 피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잎과 비단 치마는 같이 푸른색이고 소녀의 얼굴과 연꽃이 같이 붉은 색이니, 이 소녀가 작은 배를 타고 연 못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시간이 좀 흐르고 난 뒤, 허전한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는 때에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아! 그 소녀가 저기 오는가보군! 색깔로는 알 수 없고 소리로만 짐작할 뿐이다. 소녀의 아리따움과 시인의 마음의 변화를 함께 그려내고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소녀들이 연밥을 따면 듣는 남자의 마음이 어떠할까? 깔깔거리며 연 잎을 헤치고 연밥을 따는 소녀들, 한 폭의 초여름 연당의 풍정이 감돈다.
왕창령(王昌齡, 689?~756?)은 장안 출신으로 당 현종 때 주로 활약한 시인이다. 이백, 왕유, 맹호연 등 많은 시인들과 교유가 있었고 변새시(邊塞詩)와 규원시(閨怨詩)로 특히 이름이 났다.
365일 한시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