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 한식날 우문적에게襄陽寒食奇宇文籍/당唐 두공竇鞏
煙水初銷見萬家 물안개 걷혀가니 만 채 가옥 보이는데
東風吹柳萬條斜 불어오는 동풍에 버들가지 기울었네
大堤欲上誰相伴 오르고 싶은 방죽 길을 뉘와 함께 하리
馬踏春泥半是花 말이 밟는 진흙의 반은 봄 꽃잎이건만
호북성 양양은 우리나라 예천의 회룡포 같은 성(城)이다. 장강의 가장 큰 지류인 한수(漢水)가 양양을 Ω자 형으로 감싸고 휘돌아가기 때문에 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 이 강의 물안개가 아침 햇살 속에 걷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그 강 너머에 있는 양양성(襄陽城)의 가옥들이 안개 속에 점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그리고 강을 끼고 있는 성인만큼 우리나라 평양처럼 수많은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다. 그 늘어선 몇 천 그루의 버드나무가 동풍에 쏠려 기울어진 모습으로 수많은 실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중이다.
저 큰 방죽에 말을 타고 올라가 보고 싶다. 누구와 짝을 해야 할까. 말이 밝고 가는 진흙의 반은 꽃잎이 묻어 있을 정도로 지금 한창 아름다운데. ……
두공(竇鞏)이 우문적(宇文籍)에게 이런 아름다운 봄에 함께 말을 타고 수양버들 늘어지고 꽃이 흐드러진 방죽 길을 함께 산책해 보자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는 물가에 있는 봄 성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평양성, 진주성, 의주성, 함흥성 등이 모두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그려진 고지도를 보면 그런 모습을 많이 그려 놓고 있으니 찾아보면 우리나라 한시에도 이런 봄 풍경을 노래한 시가 있을 것이다.
두공(竇鞏, 약 762~821)은 생소한 인물이지만 장안 출신으로 박학다식하고 시를 매우 잘 짓는 것으로 당시에는 이름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은 원진, 백거이 등과 교유하였는데 평소 말을 우물거리고 잘 못하여 ‘섭유옹(囁嚅翁)’이란 재미나는 별명이 있다. 섭유옹은 백거이의 별호이기도 한데 다 말을 잘하지 못한 듯하다.
이 시를 받은 우문적(宇文籍, 770~828) 역시 박식하고 간의대부 등 여러 고관을 지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