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현대] 좌하수左河水
남쪽 습기 북쪽 냉기
교전 벌이니
따뜻하다 추워지며
풍우 다투네
하루 밤새 천리 보리밭
푸르러지고
온 산 젖어 꿈틀대나
소리 안 내네
南濕北冷兩交鋒, 乍暖還寒鬪雨風. 一夜返靑千里麥, 萬山潤遍動無聲.
우수는 눈의 계절이 끝나고 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우수는 대보름과 겹쳤고 명실상부하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침 [원본 초한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천안을 지나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온 산천이 새하얀 백설로 덮여 있었다. 눈의 계절과 비의 계절, 습기와 냉기,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환절기란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그러나 계절의 바뀜은 점진적이다. 입춘에 봄이 시작된다고 하여 겨울이 무 자르듯 끝나지 않는다. 우수가 비의 계절 출발점이라고 하여 우수 뒤에는 절대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모든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다.
24절기는 태양의 운행 궤도에 맞춘 계절 분기법이므로 매우 정확하고 과학적이다. 그리고 24절기의 명칭도 대개 그 계절의 특징을 비교적 분명하게 개괄하고 있다. 봄이 시작된(立春) 후 비가 내리고(雨水), 비가 내린 후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난다.(驚蟄) 그런 후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며 봄이 정착하고(春分), 다시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맑은 계절(淸明)이 전개된다. 계절의 변화가 한 편의 시다. 우리는 보통 1년을 12개월로 인식하지만 24절기에 따르면 1년은 15일 묶음의 24개월이다. 훨씬 더 세밀하고 정확하고 시적이다. 달을 부르는 서양의 명칭에 신의 이름, 황제의 이름이 잡다하게 섞인 것과 비교해보라.
우수를 지나 봄비가 잦아지면 산야의 초목 빛은 하루하루가 달라진다. 그야말로 하루 밤 새 천리에 걸친 보리밭이 다시 싱싱한 초록빛을 회복한다. 온 산천은 생명의 활력을 뽐내며 촉촉한 윤기를 드러낸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소리도 없지만 땅 속에서는 화사한 봄과 싱싱한 여름을 준비하는 생기가 꿈틀댄다. 새 계절,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사진출처: 杨道全的博客)
한시, 계절의 노래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