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宋] 백옥섬 대보름밤 등불놀이上元玩燈

대보름에 등불을 즐기다上元玩燈/ [宋] 백옥섬

벽옥이 무르녹아
만 리 하늘 이루었고

온 성안 비단 옷들
봄 어여쁨 다투네

황혼 뒤 버들 끝엔
달님이 걸려 있고

야시장에 펼친 등불
대낮처럼 환하네
碧玉融成萬里天, 滿城羅綺競春妍. 柳梢掛月黃昏後, 夜市張燈白晝然.

대보름날 밤의 색채감을 찬란하게 묘사했다. 첫째 구(起句)는 밤하늘 벽옥색이다. 둘째 구(承句)는 온갖 비단 옷의 현란한 색깔이다. 셋째 구(轉句)는 황혼 뒤 버드나무 끝에 떠오른 보름달의 황금색이다. 넷째 구(結句)는 대보름을 즐기기 위해 야시장에 환하게 켜놓은 등불의 붉은 색이다. 중국에서는 대보름을 등절(燈節)이라고도 부르므로 이날 밤은 그야말로 채색 페스티벌이다.

송나라 신기질(辛棄疾)은 「청옥안(靑玉案)·대보름밤(元夕)」이란 사(詞)에서 백옥 같은 달빛과 휘황찬란한 등불빛이 어우러진 대보름밤의 정경을 꿈속처럼 그려냈다. “동풍 부는 밤에 꽃등불이 천 그루 나무에 피어있네/ 다시 휘날려 떨어지네/ 별빛 폭죽이 비처럼 쏟아지네(東風夜放花千樹/ 更吹落/ 星如雨)” “사람들 속에서 고운 임 천백 번 찾아 헤매다/ 문득 고개 돌리는데/ 그 사람은 저 곳/ 등불 스러지는 곳에 서 있네(衆裏尋他千百度/ 驀然回首/ 那人却在/ 燈火闌珊處)” 달빛 찬란하고 등불 화려한 밤 젊은 남녀는 사랑을 찾는다. 하지만 그리는 임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등불 스러져가는 곳에 서 있다. 그리운 임은 왜 늘 나에게서 멀고도 먼 곳에만 계실까?

어릴 적 뒷산 꼭대기에 올라 솔가지를 꺾어 산처럼 쌓아놓고 달집태우기를 하며 달이 뜨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러나 한 번도 동산에 떠오른 달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달집태우기를 하며 정신없이 놀다보면 어느새 대보름달은 나도 모르게 동산 위 높은 창공에 훌쩍 떠올라 있기 일쑤였다. 그 때는 무슨 소원을 빌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라 믿었기에…

휘영청 밝은 달님처럼, 한 곳도 비지 않은 대보름 달님처럼 부디 올 한 해 행복 가득, 황금 가득, 건강 가득, 웃음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아직도 먼 곳에서 그리운 임을 찾는 벗님들께선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임을 찾아 이 찬란한 밤을 즐겁게 누리시길… 아울러 그 즐거움이 한 해 내내 이어지시길…(사진출처: 圖行天下)

한시, 계절의 노래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