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견인법動中見人法
【정의】
‘동중견인법’은 ‘동중사인법動中寫人法’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모순이 충돌하는 가운데 단도직입적으로 인물의 언어와 행동을 묘사해서, 인물의 동작과 대화, 인물의 속마음을 하나로 융합하는 방법이다. 이런 기법은 ‘설화인說話人’의 구두 창작으로부터 발전해 온 것이다. 서구 문학에서는 인물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그가 처한 사회 환경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하고 인물의 심리 활동을 분석한다. 이에 반해 중국의 전통적인 기법은 인물의 언행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 보여준다. 곧 문자 그대로 ‘행동 속에서 그 사람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動中見人’이다.
【실례】
《수호전》에서 우쑹武松이 징양강景陽岡에서 호랑이를 때려잡는 대목은 독자의 마음을 매우 격동시킨다. 우쑹의 행동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허구 속의 인물이 아닌 현실 속의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호랑이와 대적해 싸우는 듯 느끼게 해준다. 이 모든 장면들이 그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예문】
우쑹武松은 그 방문을 읽고서야 비로소 정말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래서 도로 주점으로 내려가려다가 다시 생각했다.
‘내가 도로 내려가면 정녕 그 자가 나를 호한이 아니라고 비웃을 것이니 그럴 수는 없다.’
우쑹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에라, 그냥 올라가 보자! 무서울 게 뭐냐!”
곧 발걸음을 옮겨서 올라가는데 술이 점점 더 취해오므로 전립을 잔등으로 젖히고 몽둥이를 팔 옆에 끼고 천천히 걸어서 영마루로 올라갔다. 머리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니 해는 벌써 다 져가는 중이었다. 때는 10월이라 낮이 짧고 밤이 긴 때니만치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우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호랑이는 무슨 놈의 호랑이야! 괜히들 제 방귀에 놀라서 그러겠지.”
우쑹은 곧장 올라가는데 술기운이 더욱 치밀어올라서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한 손에는 몽둥이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가슴을 헤치고 비틀거리면서 잡 관목 숲으로 들어갔다. 마침 펀펀한 청석판이 있으므로 몽둥이를 한 옆에 세워 놓고 번듯이 누워서 한잠 잘 차비를 하는데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어난다.
세상 사람들은 구름이 이는 곳에 용이 나타나고 바람이 부는 곳에 호랑이가 나타난다고들 말한다. 그 모진 바람이 지나가자 관목 숲 뒤로부터 휙 소리가 나더니 난데없이 눈이 치째지고 이마빼기가 허연 큰 호랑이가 껑충 뛰어나온다.
“이크!”
우쑹은 그 호랑이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며 청석판에서 뛰어내려 몽둥이를 집어들고 한쪽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호랑이는 주리기도 하고 목도 말랐던지라 두 앞발로 사뿐 땅바닥을 짚더니 나는 듯이 허공에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며 덮쳐든다. 하도 놀란 우쑹은 몸에 배었던 술이 다 식은땀으로 변하여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호랑이가 덮치자 우쑹은 몸을 날려 얼핏 그 놈의 뒤로 피했다. 호랑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 뒤에 있는 것인지라 그 놈은 앞발로 땅바닥을 짚고 궁둥이를 쳐들며 뒷발질을 한다. 우쑹은 다시 날쌔게 한 옆으로 피했다.
뒷발질을 했어도 그를 차지 못하자 호랑이는 ‘어흥’ 소리를 지르는데 마치 허공에서 울리는 뇌성같이 산골짜기를 우렁우렁 울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꼬리를 쇠몽둥이처럼 뻣뻣이 세워 가지고 휙 후려친다. 우쑹은 또 한 번 몸을 피했다. 본래 호랑이란 놈이 사람을 해칠 때는 한번은 덮치고 한번은 차고 또 한 번은 후려치는 법인데 그 세 가지가 다 안 됐을 때는 풀이 절반쯤 꺾이게 된다. 그런데 이 놈은 또다시 꼬리로 후려쳤다. 이번에도 제대로 갈기지 못한 그 놈은 재차 ‘어흥’ 소리를 지르면서 홱 돌아선다.
호랑이와 마주서게 된 우쑹은 몽둥이를 두 손으로 쳐들었다가 있는 힘을 다해 한 대 내려 갈겼다. 와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와 잎새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다시 보니 엉겁결에 내리친다는 것이 호랑이를 맞히지 못하고 마른 나무를 후려갈겨 손에 든 몽둥이가 두 도막이 나서 절반은 날아가고 절반만 손에 남았다.
호랑이가 연이어 소리를 지르며 재차 덮치니 우쑹은 이번에도 몸을 날려 10여 보 밖으로 나섰다. 호랑이가 다시 덮쳐와 그 놈의 앞발이 발부리 앞을 짚을 때 우쑹은 동강이 난 몽둥이를 내던지고 두 손으로 호랑이의 대가리를 움켜쥐고 내리눌렀다. 호랑이는 용을 쓸 대로 썼으나 우쑹이 있는 힘껏 내리눌러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우쑹은 손으로 내리누르는 한편 발길로 호랑이의 이마빼기와 눈두덩을 연신 걷어찼다. 호랑이가 고함을 지르며 앞발로 긁어치는 바람에 땅에는 구덩이가 생겼다. 이때라고 생각한 우쑹은 호랑이의 주둥이를 그 구덩이에다 눌러박았다. 호랑이는 우쑹에게 눌려서 맥이 어지간히 빠졌다. 우쑹은 왼손으로 호랑이의 정수리를 움켜쥐고 단단히 누르고 오른손을 빼어 쇠망치 같은 주먹으로 있는 힘을 다해서 마구 내리쳤다. 6, 70번이나 내리치자 호랑이는 눈과 입과 코와 귀로 피가 터져 나왔다.( 《수호전》 제2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