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23-몽夢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 말 ‘꿈’에 상대되는 한자어가 夢이다. 매우 특이하게 생긴 글자지만 갑골문에 이미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꿈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商나라 시대에 쓰였던 갑골문을 보면 夢은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사람이 침대 같은 것에 누워있는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던 것이 시대에 따라 차츰 변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다.

갑골문의 夢은 침대(床)를 나타내는 丬(널빤지 장), 혹은 爿(나무조각 장)과 눈과 눈썹을 대신해서 나타내는 眉(눈썹 미), 그리고 쉬는 사람을 의미하는 人(사람 인)이 결합하여서 사람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이 든 후 무의식적인 활동을 동반하는 눈꺼풀이 떨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글자의 왼쪽이 침대이고, 오른쪽의 아랫부분이 사람, 윗부분이 눈 위의 머리를 나타낸다. 그러다가 戰國 시대에 이르러 침대(丬) 대신에 늦은 밤을 의미하는 夕(저녁 석)을 추가하면서 글자의 아래부분을 형성하도록 했다.

또한 다음 시대에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시간이 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눈과 눈썹, 혹은 머리를 나타내는 眉와 사람을 나타내는 人으로 구성되어있는 형태의 글자를 첫 번째 사진의 세 번째 글자처럼 변형하게 된다. 글자의 상단 부분을 형성하는 이것은 눈썹과 그 위의 머리를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잘못했거나 실수로 풀을 나타내는 艹(초)로 되었다. 아마도 머리털을 생각한 나머지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또한 글자의 중간에 있는 冖(덮을 멱)은 사람을 지칭하는 人이 변형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하여 夢은 사람의 머리 부분, 사람, 저녁의 세 구성요소가 아래위로 결합하여 꿈이란 뜻을 나타내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가지도록 만드는 회의자(會意字)에 해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夢이란 글자는, 명확하지 않다, 흐리멍덩하다, 혼란스럽다, 공상 등의 뜻을 기본으로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적 활동을 나타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수적인 뜻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우리 말에서 꿈은 세 가지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데, 잠자는 동안에 보는 정신 현상의 하나,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망상, 환상) 등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꿈이 신의 계시로 많이 해석되어 훌륭한 인물이 태어날 때 현몽을 한다는 식으로 많이 일컬어졌다. 그 영향을 받아 거의 모든 사람은 아이를 가졌거나 가질 때 꾸는 태몽을 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쓰여서, 꿈도 꾸지 마라, 꿈 깨라, 아직도 꿈속에 있네, 등으로 쓰인다.

꿈이 현재, 과거, 미래를 오가며 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했던 옛날에는 이것을 매개로 하여 많은 일이 벌어지고 해결되는 방식으로 신화나 소설 등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