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권 정원옥은 주막에서 대신하여 돈을 보상하고,
십일낭은 운강에서 협객을 자유롭게 논하다.
程元玉店肆代償錢 十一娘雲岡縱譚俠
정원옥은 듣고 나서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정오가 지나고 십일낭에게 떠나겠다는 말을 하였다. 어제의 행장과 마부의 말에 대해 묻자 십일낭이 말하였다.
“앞에서 사람들이 반환할 것이니 안심하시고 가십시오.”
약 한 자루를 꺼내어 그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해마다 한 알씩 복용하면 1년동안 병없이 지낼 수 있어요.”
정원옥이 하산하도록 전송하고 큰 길에서야 이별하였다. 이별하고 몇 발걸음이 지나지 않아 어제의 여러 도적들이 이미 짐과 마부와 말을 길가에 놔두고 반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원옥이 은전의 반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죽어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일금을 감하여 술값을 주려고 하여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이것은 무슨 까닭이오?”
여러 도적들이 말하였다.
“위낭자의 명이 있으니 비록 천리 밖이라고 하여도 감히 어길 수 없습니다. 그것을 위배한다면 그녀가 바로 알게 되어 저희들의 생명이 위험해지니 감히 물건으로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정원옥이 재삼 탄식하고 나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행장을 잘 꾸리고 주인과 노복은 앞으로 나아갔다. 이후에 십일낭의 소식을 듣지 못한지가 이미 10여 년이었다.
어느 날, 정원옥이 다시 사천에 도착하여 마침 잔도를 가고 있는데 어느 젊은 부인이 한 수재를 따라 걸어가면서 눈으로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원옥이 자세히 보니 약간 면식이 있는 사람 같았으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디에서 만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부인이 갑자기 말하였다.
“정 나리, 별고 없으신가요? 청하를 기억하세요?”
정원옥은 그제서야 위십일낭의 시녀라는 것을 깨닫고 청하와 수재에게 인사하였다. 청하가 수재에게 말하였다.
“이 분은 우리 사부님이 존경하시는 정 나리에요. 저도 여러 번 당신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수재가 다시 정원옥에게 예를 차리고 정원옥은 청하에게 물었다.
“사부님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이 분은 또 누구십니까?”
“우리 사부님은 여전하시고요, 나리와 이별한지 수년 후에 저는 사부님의 명에 따라 이 선비에게 시집갔지요.”
“그리고 표운은 어디에 있지요?”
“표운도 시집갔어요. 사부님은 또 다른 두 제자가 있어요. 저와 표운은 때때로 만나서 안부를 묻곤 합니다.”
“낭자께서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여기에 해야 할 공무가 있어서 지체할 수가 없어요.“
작별의 말을 하며 그녀가 대단히 긴급해하는 것을 보고 곧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 갑자기 촉(蜀)의 어느 관리가 급사하였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 관리는 성격이 괴팍한 것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었는데 오로지 암암리에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고 착취하곤 하였다. 그 해에 과거시험장에서 시험관이 되어 몰래 뇌물을 받아 거인(擧人)을 팔고 진정한 재사를 억울하게 하니 십일낭이 말한 것과 같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경우에 속하였다. 정원옥은 의심스럽게 생각하였다. ‘분명히 청하가 말한 공무였을 거야.’ 그러나 감히 누설하지 못하였고 이후에 다시는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은 명대 성화(成化) 연간의 일로 말릉(秣陵)의 태사 호여가(胡汝嘉)에게 위십일낭전(韋十一娘傳)이 있다.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협객은 지금까지 오래되었으니 위십일낭만이 홀로 기이하다 말할 만하구나. 쌍환이 비록 술법이 있으나 검 한 자루에는 본래 사사로움이 없다네. 현명함과 아첨함을 능히 분별할 수 있으며 은혜와 원한에 대해 가볍게 행하지 않는다네. 어찌 당시에 힘만을 사용하여 배신자를 다 해치웠겠는가!
김명신 역